[‘워터노믹스’]유엔 물-위생자문위(UNSGAB) 서울회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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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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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왕세자 인터뷰
“2025년 30억명이 목마름… 물파동 대비해야”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 제15차 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왕세자가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
뷰를 갖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은 인류의 고귀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UNSGAB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 제15차 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왕세자가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 뷰를 갖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은 인류의 고귀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UNSGAB
“아프리카에선 매일 5000명의 어린이가 물과 관련된 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비행기 10여 대가 추락해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것과 다름없지요. 모든 지구인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받으려면 위생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 Secretary-General's Advisory Board in Water & Sanita-tion·UNSGAB) 제15차 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럼 알렉산더르 UNSGAB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물과 위생은 인류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 왕세자인 알렉산더르 위원장은 2004년부터 네덜란드 물위원회 위원장을, 2006년부터 UNSGAB 위원장을 각각 맡으면서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너무나 간단하고 자명하다. 인간은 물이 없으면 3일 이상 살 수 없다. 그런데 기후 변화와 도시화, 인구 증가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엔의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인구의 40%인 30억 명이 담수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은 석유 못지않게 중요한 자원이다. 이제는 석유 파동(oil shock)이 아닌 물 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는 물 부족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세계 인구는 매년 8000만 명씩 증가해 2025년에는 2000년에 비해 30% 증가한 80억 명에 이른다. 또 경제발전과 산업화로 물 소비량이 늘어났다. 특히 육류 소비 증가와 같은 식생활 변화로 물 사용량이 급증한다. 쌀 1kg을 생산하는 데 2000L의 물이 필요한 반면 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만6000L가 필요하다. 이는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물의 양인 가상수(virtual water)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한정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물 재활용이 필수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하면 하수가 매우 생산적인 물자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개발도상국의 메가시티 부근에서 한 번 사용한 물을 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수 담수화 같은 물 활용도 필요하다.”

―UNSGAB가 개입하는 분야 중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UNSGAB는 유엔 190여 개 회원국이 합의한 ‘새천년 개발 목표’ 중에서 물과 위생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자문기구다. 위생과 관련된 분야가 가장 시급하다. 세계 26억 명이 물과 관련된 질병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하루 7000∼8000명이 사망하고 이 중 5000명이 5세 이하의 어린이다. 나는 파일럿 출신인데, 비유하면 ‘에어버스 380’이 매일 10여 대씩 추락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거나 돈이 없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손을 씻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고 각종 폐기물 처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방을 하면 실제 병에 걸렸을 때보다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선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은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아마 50∼60년 전 한국도 비슷한 물 부족과 물 위생 문제를 겪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문화가 아닌가. 나이 든 세대가 빈곤했던 시절에 물 상황과 위생이 어떠했는지 설명을 해줘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 UNSGAB가 2008년을 세계 위생의 해로 제안해 위생에 관한 인식을 높였는데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이다. 위생 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2015년까지의 지속가능한 위생 5개년 계획(Sustainable Sanitation 5-year drive to 2015)’을 12월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국 국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물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므로 국제 공조가 필수다.”

―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네덜란드 사람들은 물과 함께 살아왔다. 국토의 3분의 2가 해수면 아래에 있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물에 잠긴다. 실제로 1953년에는 홍수로 1800여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네덜란드는 무려 900여 년간 지역별로 물위원회라는 민주적인 조직을 꾸려 홍수에 대비했다. 그러므로 네덜란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당시에는 물이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하지 않았을 때지만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물로 인해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직접 보고 경험했다. 나에게도 항상 ‘물은 인류가 고귀한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새천년 개발 목표의 필요성을 널리 알려 안전한 물을 세계인이 공급받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고 있다.”
▼ 수자원 관리 정보교환… “국제 네트워크 구축” ▼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 제15차 회의에 참석한 각국 인사들이 물 부족을 해결하고 빈곤국에서의 위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제공 UNSGAB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 제15차 회의에 참석한 각국 인사들이 물 부족을 해결하고 빈곤국에서의 위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제공 UNSGAB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 제15차 회의가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사흘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2004년 설립된 UNSGAB는 유엔 190여 개 회원국이 2000년 채택한 빈곤 퇴치 프로그램인 ‘새천년 개발 목표’ 중에서 물과 위생 분야 해결책을 모색하는 유엔 사무총장 산하 자문기구이다.

29일 첫날 행사는 빌럼 알렉산더르 UNSGAB 위원장과 로이크 포숑 세계물위원회 위원장, 후아니타 카스타노 유엔환경계획(UNEP) 뉴욕지부 대표, 오마르 카바즈 전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 올리비아 라오카스티요 지속가능한 소비·생산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라운드테이블 의장, 안토니우 미란다 브라질 물과 위생·공공서비스관리기관연합회 국제협력팀장, 마거릿 캐틀리칼슨 세계경제포럼의 물안보 글로벌어젠다위원회 의장 등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날 물과 재해, 재정, 위생, 모니터링, 통합수자원 관리, 아프리카 등 UNSGAB의 6개 활동 분야에 걸친 활동 계획을 논의하고, 각국의 재해 예방 및 복구 활동 등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UNSGAB 자문위원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한국은 짧은 기간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국민들에게 깨끗한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질 보전 문제는 도외시했다”며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에 한국도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물 문제에 대한 국제 네트워크 구축과 물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번 행사를 기회로 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물 외교戰 치열… 3년간 中18회 - 佛16회 국제회의 ▼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물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물 외교전이 치열하다.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수라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적인 물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물산업 신기술과 공법을 공유하고 자국 물산업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깔려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부설 지역경쟁력센터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이 조사한 결과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물 관련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이 기간에 물 관련 국제회의를 18차례나 열었다. 물산업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16차례로 뒤를 이었다.

특히 아시아 물 선진국 간의 물 관련 국제회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은 2007년 12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04년에 설립된 유엔 사무총장 산하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UNSGAB)의 초대 위원장도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였다. 싱가포르는 환경물자원부 주관으로 매년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워터위크(SIWW)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의 물 관련 정책담당자와 산업전문가들이 물 관련 최신 지식과 기술을 공유한다.

후발 주자인 한국도 최근 물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이번에 UNSGAB 제15차 회의를 열면서 아시아 국회의원 회의도 함께 유치했다. 내년에는 제주에서 세계물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물 관련 아시아 국회의원 회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물 관리 및 서비스 공급 역량을 개선하고 물 환경 보전과 복원 등의 정책 및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2015년까지 아시아 각국에서 식수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단계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올해는 일본 중국 호주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메콩 강을 공유하는 동남아국가의 정책담당자와 아시아 국회의원이 참가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은 “기후변화와 재해 등에 따른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법을 입안하고 국가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개입이 필수”라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물 관련 아시아 국회의원 회의를 정례화해 정치권이 범지구적인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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