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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한 위기에서 다음 위기로 비틀거리며 나아갑니다. 우리는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우리를 압도하는 상호작용의 그물에 걸려 있는 존재라는 점을 반복해서 배웁니다. 그게 우리를 좀 더 겸손하게 만듭니다.”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환경사(環境史) 학자로 꼽히는 프랑크 외쾨터 독일 보훔 루르대 교수(55)는 3일 서울 강남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환경사는 “인간의 논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은 자연의 순환과 고유의 논리를 가진 동식물과 엮여 있다는 통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외쾨터 교수는 환경사의 초석을 놓은 요아힘 라트카우 독일 빌레펠트대 교수의 제자다. ‘The Vortex(소용돌이)’ ‘Exploring Apocalyptica(종말론의 세계 탐험하기)’ 등의 저서를 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그는 ‘도곡 만남과 문화의 집’에서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한국생태환경사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제정한 ‘에코히스토리아(ecohistoria) 상’을 받았다.외쾨터 교수는 단일 작물 재배(monoculture)가 토양에 미친 영향과 단작(單作) 체제가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유지돼 온 역사를 주로 연구해왔다. 그는 “슈퍼마켓의 값싸고 안전한 식품 배후에는 거대한 기술과학적 체계가 존재하며, 이는 매우 불안정한 환경적 기반 위에 세워져 있다”며 “생태적 관점에서 현대 농업은 ‘끊이지 않는 위기(perennial crisis) 모드’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종말론적 수사(apocalyptic trope)가 소통을 방해하고 논쟁을 억누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상이 멸망한다’는 식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외쾨터 교수는 이에 대해 “가속적으로 커지는 단일 위기를 가리키는 대재앙(apocalypse)은 잘못된 비유”라며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은 ‘수천 번의 작은 상처’다. 그런 위기가 축적돼 사회에 점점 더 큰 부담을 지운다”고 강조했다.“환경사는 해충이 질병을 옮기거나 곡식을 먹어치우는 것과 같은 작은 과정을 존중하며 역사에 담아내는 일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깨물지(bite)에 대해 너무 자신하지 말라는 거죠.”전근대 사회에서도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았을까. 그는 “근대의 새로운 점은, 특히 풍요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멀리 떨어진 곳에 두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근대 사회는 인간이 토지와 숲에 미친 영향이 바로 눈앞에 보였고, 그걸 부인하거나 무시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지역적이었고, 생계에 당장 영향을 줬기 때문. 하지만 현대 사회는 시간과 공간, 사회적으로 환경 문제를 ‘외부화’한다. 그는 “현대는 에너지 수요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클 뿐 아니라, 삶과 문제 사이의 거리를 두는 놀라운 기술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외쾨터 교수는 사람과 환경을 휩쓴 수많은 근대사의 흐름을 ‘거대한 소용돌이’에 비유했다.“우리는 환경적 곤경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됐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적어지고 있어요. 우리가 소용돌이의 중심 가까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거대한 소용돌이 바깥쪽에선 그다지 걱정이 안 됩니다. 하지만 중심으로 가면 (남은) ‘시간’이 결정적입니다. 항해가 급박해지죠.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곳에 와 있습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울 종로구에 있는 푸르메센터 어린이재활의원(현 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 로비에는 미국 유명 작가 피터 오페임의 ‘비행하는 강아지와 아기 조종사’가 걸려 있다. 늘 꼬마들로 붐비는 이 그림 옆에는 작은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어린이를 사랑한 이철재 키다리 아저씨가 기증했습니다.” 이철재 전 쿼드디멘션스 대표는 10대 시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당한 교통사고로 가슴 아래가 마비됐지만,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정보기술(IT) 회사를 차렸다. “미국 사회는 저에게 4000만 원이 넘는 전동 휠체어와 각종 보장구를 지원하고, 원하는 공부를 할 기회를 줬습니다. 그래서인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 어린이들에게 늘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면서 받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푸르메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 공익법인 푸르메재단의 창립 20주년을 맞아 백경학 재단 상임대표가 재단에 힘을 보탠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제 ‘희망을 심은 20인’. 글을 청탁하며 2005년 처음 맺은 고 박완서 작가와 재단의 인연은 고인이 2011년 별세할 때까지 계속됐다. 매달 재단 통장에는 ‘박완서’라는 이름이 꼬박꼬박 새겨졌고, 작가는 신간을 냈을 때나 연말에는 적지 않은 금액을 따로 보냈다. 백 대표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살아온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갑자기 막내아들을 잃은 어머니로서의 아픔을,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전 대표의 기부 기사를 읽은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재단을 찾아오고, 국내 최초로 신체장애와 발달장애를 아우르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서울 마포구) 건립에 200억 원을 기부한 일화도 소개된다. 이 밖에도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정호승 시인,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부부, 이해인 수녀, 고 권오록 할아버지, 조무제 전 대법관 등과의 인연이 펼쳐진다. 그렇게 시민 1만여 명과 기업 약 500곳이 이 재단에 힘을 보탰고, 재단은 창립 뒤 1124억 원을 모금해 815만 명의 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결제와 언어, 교통 등의 장벽을 낮추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관광 인프라를 정비했다”고 29일 밝혔다. 관광공사는 먼저 QR코드 결제를 선호하는 중화권과 동남아에서 온 방문객을 위해 7월부터 경주를 포함한 경상권의 식당과 상점 등 2만여 곳에 모바일 간편결제 표준 QR을 배포했다. 기존에도 해외 페이 앱을 통한 QR 결제가 가능했지만 점주와 외국인 방문객 모두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표준 QR은 코드 아래쪽에 결제가 가능한 앱 20여 개를 표시했고, 위쪽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결제 회사와의 공동 할인 행사를 소개했다. 미주에서 온 방문객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가 익숙한 편. 이들을 위해선 더페이와 네이버페이 등의 관련 결제 인프라 보급을 지원하는 한편, NFC 결제가 가능한 경상권 5000여 곳의 위치를 한국관광통합플랫폼 ‘VISITKOREA’(visitkorea.or.kr)를 통해 알렸다. 선불카드를 선호하는 일본, 홍콩 등의 외래객을 위해선 국내 선불카드사와 협업해 경상 지역에서 결제한 외국인에게 캐시백(1만 원 이상 결제 시 2000원)을 지급한다. 관광공사는 또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국어 관광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경주 지역 우수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 등 124곳의 정보를 경주컨벤션뷰로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제공한다. 또 ‘VISITKOREA’ 내에 APEC 정상회의 특집 페이지를 개설하고, 관련 QR코드를 웰컴카드에 탑재해 참가자들이 관광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수도권과 경북 지역을 오가는 고속버스와 렌터카 등에 최대 30%까지 할인을 제공한다. 경북 주요 관광지와 쇼핑점 등에서 혜택이 있는 외국인 전용 ‘경북 투어패스’ 상품을 글로벌 여행 종합 플랫폼을 통해 출시했다. 숙박시설과 관광지 등에 대한 점검도 마쳤다. 7월과 9월엔 경주 지역 민박업 운영자와 예비 창업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안전, 위생, 마케팅 교육 및 세부 컨설팅을 하는 한편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또 국민이 참여한 ‘경주 특별 누리살핌단’을 꾸리고 관광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 불만 요소 등을 점검했다. 살핌단은 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관광 서비스 점검에 나선다. 이 밖에도 공사는 각국 매체와 여행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경주를 중심으로 한 관광 상품을 소개하는 등 지역 고유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서영충 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APEC 정상회의는 경주와 대한민국의 관광 매력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며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K관광 경험을 선사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와 지속적인 방한 증가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결제와 언어, 교통 등의 장벽을 낮추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관광 인프라를 정비했다”고 29일 밝혔다.관광공사는 먼저 QR코드 결제를 선호하는 중화권과 동남아 출신의 방문객을 위해 7월부터 경주를 포함한 경상권의 식당과 상점 등 2만여 곳에 모바일 간편결제 표준 QR을 배포했다. 기존에도 해외 결제 회사를 통한 QR결제가 가능했지만, 점주와 외국인 방문객 모두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표준 QR은 코드 아래 쪽에 결제가 가능한 앱 20여 개를 표시했고, 위쪽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결제 회사와의 공동 할인 행사를 소개했다.미주에서 온 방문객은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가 익숙한 편. 이들을 위해선 더페이와 네이버페이 등의 관련 결제 인프라 보급을 지원하는 한편, NFC결제가 가능한 경상권 5000여 곳의 위치를 한국관광통합플랫폼 ‘VISITKOREA’(visitkorea.or.kr)를 통해 알렸다. 선불카드를 선호하는 일본, 홍콩 출신의 방문객을 위해선 국내 선불카드사와 협업해 경상 지역에서 결제한 외국인에게 캐시백(1만 원 이상 결제 시 2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관광공사는 또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국어 관광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경주 지역 우수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 등 124 곳의 정보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제공한다. 또 ‘VISITKOREA’ 내에 APEC 정상회의 특집 페이지를 개설하고, 관련 QR코드를 웰컴카드에 탑재해 참가자들이 관광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수도권과 경북 지역을 오가는 고속버스와 렌터카 등에 최대 30%까지 할인을 제공한다. 경북 주요 관광지와 쇼핑점 등에서 혜택이 있는 외국인 전용 ‘경북 투어패스’ 상품을 글로벌 여행 종합 플랫폼을 통해 출시했다.숙박시설과 관광지 등에 대한 점검도 마쳤다. 7월과 9월엔 경주 지역 민박업 운영자와 예비창업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안전, 위생, 마케팅 교육 및 세부 컨설팅을 하는 한편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또 국민이 참여한 ‘경주 특별 누리살핌단’을 꾸리고 관광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 불만 요소 등을 점검했다. 살핌단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도 관광서비스 점검에 나선다.이밖에도 공사는 각국 매체와 여행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경주를 중심으로 한 관광 상품을 소개하는 등 지역 고유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서영충 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은 “APEC 정상회의는 경주와 대한민국의 관광 매력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며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K관광 경험을 선사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와 지속적인 방한 증가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945.10.30. 미 군정청, 신문발행 ‘허가제’를 없애고 ‘등기제’ 실시. … 한국 언론 역사상 처음으로 신문발행의 등록제를 명문화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총독부의 발행 ‘허가’를 받아야 신문 등 정기간행물을 발행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80년 전 한국 언론 역사의 주요 변곡점이다. 이 분야 연구의 권위자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86)가 최근 발간한 ‘한국언론 연대기’(민속원·사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한국언론 연대기’는 조선의 ‘필사신문 조보(朝報)’로 시작해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소송비용 증가 소식까지, 언론 관련 사건을 날짜별로 세세하게 정리한 언론 역사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필생의 연구를 728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집약했다. 정 교수는 “항일과 독립, 민주화, 산업화의 과정에서 민중과 고락을 함께했던 언론과 언론인이 걸어온 발자취를 기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해마다 일본 야스쿠니신사(사진)를 참배해 온 강경 우파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일본 총리는 이달 4일 자민당 총재 선출 뒤 이 신사를 두고 “전몰자 위령을 위한 중심적인 시설”이라고 했다. 야스쿠니신사가 현충 시설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이 신사를 정치인이 참배하는 건 침략전쟁 미화라고 비판해왔다. 야스쿠니신사엔 실제 누가 합사돼 있을까. 문제는 A급 전범뿐일까.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교육홍보실장은 25일 역사학대회(‘국가는 어떤 죽음을 기리는가’ 분과)에서 발표한 ‘야스쿠니신사의 합사 대상 배제와 포섭의 논리’에서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무모한 침략전쟁으로 사망한 국민이 마치 국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숨을 바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실장에 따르면 야스쿠니신사는 원래 보신(戊辰) 전쟁(1868∼1869년)에서 사망한 정부군 장병 등을 위령하기 위해 세워졌다. 하지만 일본의 침략전쟁이 확대되면서 그 대상이 급격하게 늘어나 합사자 수는 246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사망자가 약 95%를 차지한다. 이 신사는 창건부터 1894년 청일전쟁 전까진 내란에서 사망한 메이지 정부 측 군인과 ‘존왕양이’ 지사를 합사했는데, 초기엔 전투에서 숨진 전사자로 대상이 제한됐다. 하지만 청일전쟁 이후엔 침략전쟁에서 사망한 군인, 군속과 함께 민간인 가운데 ‘전쟁 협력자’도 포함시켰다. 특히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한 주민들도 ‘전쟁 협력자’로 합사한 점이 주목된다.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에서 스파이 혐의를 쓰고 일본군에게 살해된 주민, 전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돌이 안 된 아기도 ‘군에 협력했다’라고 인정돼 합사됐다. A급 전범이 갖는 상징성에 가려져 있지만 B, C급 전범 합사도 문제다. 일본군 위안소 사쿠라클럽 경영자였던 아오치 와시오(青地鷲雄)는 네덜란드군 바타비아 군사법정에서 금고 10년 형을 받고 복역 중 사망했는데, ‘법무 사망자’라는 명목으로 1967년 합사됐다. 야스쿠니신사가 범죄 사실은 묻지 않고 이들 모두를 ‘국가를 위한 죽음’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사엔 조선인도 2만1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1945년 8월 강제 동원 조선인 귀국선 우키시마마루 침몰 당시, 사고를 당한 한국인 가운데 468명이 해군 군속으로 처리돼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기도 했다.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생존자 60명도 합사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남 실장은 “야스쿠니신사는 한국인도 국가(일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민의 일부였다고 평가한다”며 “일본 정치 지도자의 참배는 식민 지배를 사죄하고 반성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030년 이후엔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노동시장에 지금은 1990년대 후반 출생자 65만 명가량이 진입하지만, 곧 출생자가 40만 명대인 2002년생들이 진입하게 된다. 저출생 때문에 ‘사람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이런 시대엔 기업이 인재를 영입하고 지키기 위해 연봉만큼 중요한 게 ‘일할 맛이 나는 직장’이라고 강조하는 책이다. 서울대 경영대 교수인 저자는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업무 환경과 인간관계, 성장 기회 등 비(非)금전적인 보상을 ‘정서적 연봉’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이 만족스러울 때 직원은 더 오랫동안 회사에 머무르고 열정적으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서적 연봉이 높을 땐 직원의 동기와 몰입도도 향상된다. “심리적 청구권, 다시 말해 직원의 정서적 연봉을 높이면 이직률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기대 화폐 연봉의 감소로 인한 이직률 상승 또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중견,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민인 인건비 지급 여력의 한계 속에서 높아만 가는 이직률을 낮추는 확실한 방법입니다.”(4장 ‘직장인은 왜 이직을 결심할까?’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리뷰 데이터를 사용하면 각 회사의 정서적 연봉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블라인드는 ‘직장인 행복도 지수’를 측정해 발표하는데, 의외로 2023년 이 지수 베스트 회사엔 4대 그룹 계열사나 대기업은 별로 없었다. 그보단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글로벌 기업의 한국 자회사, 정보기술(IT) 및 게임 회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기업의 규모나 연봉 수준과는 다른 척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지수가 높은 기업은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12개월 누적 주식 수익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의 행복을 위한 공간 마련, 성장의 기회를 아끼지 않는 문화, 자율성과 책임을 주는 환경,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태도…. 저자는 “직원이 회사와 일을 좋아하면 회사가 설사 재무적인 곤경에 처해도 ‘탈출은 지능순’ 현상은 빈번히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So while South Korea exercises de facto control, the territorial status remains disputed under international law(한국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영토로서의 지위는 국제법상 여전히 분쟁이 있습니다).”독도 영유권 관련 질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코파일럿이 내놓은 답변이다. 독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동북아역사재단 배현준 석주희 연구위원과 함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AI의 답변을 최근 분석해본 결과, 절반 이상에 왜곡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코파일럿 퍼플렉시티 챗GPT 제미나이 그록(이상 해외 개발)과 클로바X 엑사원 솔라프로2(국내 개발) 등 총 8개 AI에 ‘독도는 한국 영토야?’ ‘Liancourt Rocks is korean territory?’ ‘독도는 어느 나라 영토야?’ ‘Which country does Dokdo belong to?’ 등 4가지 질문을 각각 던진 결과 총 32개의 답변 가운데 17개(53.1%)에 잘못된 내용이 포함됐다.잘못된 답변들은 거의 독도가 “한일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Their sovereignty is disputed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 측의 프레임에 말려들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의 영토이며,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고,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왜곡된 답변은 해외와 국내 개발 AI를 가리지 않고 발견됐다. 네이버의 클로바X는 “한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고, LG 엑사원은 “The sovereignty of Dokdo is disputed”라고 답했다.독도가 ‘Sea of Japan(일본해)에 있다’는 답변도 4개나 있었다. 제미나이와 그록은 ‘Sea of Japan’이라고, 엑사원은 ‘Sea of Japan(East Sea)’이라고 표현했다.석주희 연구위원은 “한국어로 ‘한국 영토’라는 단어를 포함해 질문하면 답변의 정확도가 높았지만, 영어로 물었을 땐 답변 8개 중 1개만 우리 정부 입장 및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답변을 했다”고 분석했다.동북아역사재단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현준 연구위원은 “세계인들의 역사 인식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AI가 올바른 답을 하게 만들려면 양질의 구조화된 관련 데이터를 마련해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AI 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독도와 강제동원 등의 역사에 관한 기계 독해형 자료를 구축하는 사업을 내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AI답변해외 AI코파일럿“So while South Korea exercises de facto control, the territorial status remains disputed under international law(한국이 사실상의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영토로서의 지위는 국제법상 여전히 분쟁이 있습니다).”퍼플렉시티“한국과 일본 모두 국제사회에서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분쟁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챗GPT“…한‧일 간 영유권 분쟁 지역이기도 합니다.”제미나이“…are a group of islets in the Sea of Japan that are the subject of an ongoing sovereignty dispute(…일본해의 작은 섬들로,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그록“…are a group of small islets in the Sea of Japan. Their sovereignty is disputed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일본해에 있는 작은 섬들입니다. 영유권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분쟁 중입니다)”국내 AI클로바X“Liancourt Rocks(독도)는 한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 지역입니다.”엑사원“…is a group of islets located in the Sea of Japan (East Sea). The sovereignty of Dokdo is disputed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일본해(동해)에 있는 작은 섬들입니다. 독도의 영유권은 한일 사이에 다툼이 있습니다.)”솔라프로2“…일본과의 분쟁 상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역사·정치적 맥락과 결합된 복합적 이슈로, 객관적 “정답”보다는…”독도 영유권에 관한 국내외 인공지능(AI)의 답변. 자료: 배현준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AI의 답변은 질문 시점에 따른 업데이트 정보의 변화 및 사용자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909년 중국 하얼빈 의거 직후 안중근 의사의 당당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고화질로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의거 116주년(10월 26일)을 사흘 앞둔 23일 “‘안중근 유리건판 사진자료’를 고해상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국편 전자사료관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들은 안 의사가 체포된 직후 러시아 및 일본 당국이 촬영한 사진을 조선총독부가 유리건판으로 복제한 것이다. 1970년대 국편이 안 의사의 자료를 모아 간행한 ‘한국독립운동사: 자료’에 수록됐지만 화질이 열악하고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포함됐다. 러시아 관헌에게 체포된 직후인 1909년 10월 26일 동청철도 철도헌병관리국 조사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서 안 의사는 포박당하지 않은 채 당당히 선 모습이다. 안 의사의 신병이 일본 측으로 인계된 뒤인 10월 27일 오전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에서 찍은 사진 2장도 공개됐다. 사진 속 안 의사는 포박된 채 초췌해진 모습이다. 일제는 이 사진을 통감부에 발송한 뒤 복제해 국내 동지들을 체포해 추궁하는 데 사용했다. 문일웅 국편 편사연구관은 “이들 사진은 그동안 촬영 장소가 뤼순이라고 잘못 알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국편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 안 의사 동지들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우덕순 조도선은 차이자거우(蔡家溝)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려 했으며, 유동하는 하얼빈에서 거사의 성공을 위한 연락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들 사진은 10월 31일 러시아로부터 일본 측에 신병이 인도된 뒤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감옥에서 나온 직후임에도 차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편은 “앞으로도 일제의 식민 통치와 관련된 자료들을 더욱 정련된 이미지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일본인 관광객 1000여 명이 16일 경남 함안군 무진정 일대에서 열린 ‘함안 낙화놀이’를 관람했다고 한국관광공사가 19일 밝혔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날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와 국악 공연을 감상하고 한복과 한식 등의 체험을 즐겼다. 한 관광객은 “서울은 여러 번 가봤지만 한국의 지방 도시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비롭고 독특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관광공사는 일본의 여행사 32곳과 함께 낙화놀이가 포함된 관광상품을 출시했고, 관광객들은 이를 구매했다. 올해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23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했다. 김종훈 관광공사 국제마케팅실장은 “관광객의 방문지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지역 고유의 색깔을 담은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역 여행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대만엔 중국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사일 수천 발이 대만의 모든 공군 기지와 방공 진지, 정부기관 등 주요 시설을 파괴해 육해공군을 전멸시킨다는 두려움이다. 중국은 순식간에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고, 아무런 저항 없이 육군을 상륙시킨 뒤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는 미사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헛소문에 불과하다. 사용될 미사일은 중·단거리와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이라고 봐야 하는데, 미사일부대의 기동성과 대만군의 조기경보 능력 등을 고려하면 1차로 동시 발사 가능한 건 400발 정도에 불과하다. 또 그렇게 쏠 수 있는 것도 세 번 정도라고 한다. 더구나 미사일의 명중률은 의외로 낮고, 폭발 위력도 상상만큼 대단하진 않다. 미사일 폭격으로 대만군이 마비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주장이다. 중국이나 중국과의 통일을 지지하는 이들이 퍼뜨리는 ‘전쟁 시 대만 필패론’을 논파하는 책이다. 왕리는 군사 전략을 다루는 대중 작가이고, 선보양은 정보전을 연구하는 국립타이베이대 교수다. 책은 무인기에 의한 방어망 마비, 공수부대나 헬기 기동 타격 부대의 기습을 통한 요인 암살 작전을 비롯해 소문으로 떠도는 중국의 다양한 침공 작전의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한다. “타이완이 질 가능성은 오직 하나뿐이다.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런 총통을 뽑고 입법원을 구성해서, 인민해방군이 상륙하는 걸 보자마자 울면서 항복할 때뿐이다.” 만약 작전 중반까지 대만이 인민해방군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지상전 단계에선 대만군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들은 단언했다. 중국군은 후방 보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미국의 전략 구상에 관해선 “미중이 전면 충돌하면 대만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칼날이 곧장 중국 중부 지역 이북의 대외 수송로를 끊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냉정한 현실 인식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는 책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21∼26일을 ‘2025 한복문화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해마다 ‘한복의 날’(10월 21일)을 즈음해 열리는 한복문화주간은 올해가 8회째. 올해는 ‘현대 한복판(Modern Hanbokpan, the Center of K-Culture)’을 주제로 한복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만나 새롭게 확장되는 오늘날 한복문화를 조명한다. 21일 경기 의정부 역사유적광장에서 열리는 한복 분야 유공자 시상식과 한복 패션쇼, 축하 공연을 비롯해 전국 360여 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세부 프로그램은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753년 조선 영조는 친모 숙빈 최씨의 제사에 종묘와 마찬가지로 술항아리를 배치해 ‘작(爵·발이 세 개 달린 제사용 술잔)’을 사용하고 폐백을 추가하도록 했다. 2년 뒤엔 숙빈의 호칭을 ‘선비(先妣)’로 고쳤다. 사망한 어머니를 가리키는 ‘비(妣)’는 원래 사망한 아버지인 ‘고(考)’와 짝을 이루어 적통을 뜻하는 표현으로, 후궁인 생모에게는 쓸 수 없었다. 영조는 출신이 미천했던 어머니의 격을 높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왕권을 안정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결정은 의례 규정집 ‘궁원식례(宮園式例)’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경기 성남시 분당구)이 최근 장서각 기획전 ‘칠궁(七宮),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을 개막했다. 칠궁은 조선 왕들의 생모이지만 왕비가 되지 못한 일곱 후궁의 사당으로, 현재 청와대 영빈관 서쪽에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 왕통과 관련해 미묘한 정치가 계속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영조는 숙빈을 위해 국왕 사친(私親)의 사당과 무덤을 묘묘(廟墓)에서 궁원(宮園)으로 높인 궁원제를 선포하고 숙빈의 사당인 육상궁(毓祥宮)을 설치했다. 정조에겐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장조(사도세자)를 높이는 과제가 있었다. 정조는 영조의 유훈과 달리 추숭왕 진종(효장세자)의 친모인 정빈 이씨의 의례의 격을 육상궁보다 낮췄다. 사도세자의 사친 영빈 이씨에게는 궁원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영빈은 임오화변 당시 사도세자의 비행을 영조에게 고했던 인물. 영조가 영빈에게 내린 ‘의열(義烈)’이라는 시호가 불편했던 정조는 사당과 묘소의 칭호를 ‘선희(宣禧)’로 바꿨는데, 당시 ‘선희’에 낙점한 ‘선희궁 궁묘호 망단자(望單子)’를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고종이 1899년 사도세자를 장종으로 추숭하며, 영빈은 결국 황제의 생모가 됐다. 전시는 이 밖에 칠궁과 관련한 다양한 문헌자료 60점을 선보인다. 내년 6월 26일까지(주말 휴무).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의 선구자인 우사(于史)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1932∼2017·사진)를 기리는 학술대회가 16일 개최된다. 조 교수는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과 한국국학진흥원장,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체계적 독립운동사 연구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꼽힌다. 우사조동걸선생추모집간행위원회가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이날 여는 학술대회에서 김도형 전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은 ‘우사 조동걸의 한국근대사 인식과 서술’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발표문에서 “우사는 한국 근대사를 처음으로 개화운동과 개혁운동, 계몽운동으로 정리하며, 역사적 사실과 시대의 사상을 연결지어 체계적으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에선 장석흥 국민대 명예교수가 ‘인간주의의 길을 지킨 조동걸의 독립운동사 연구’를, 도면회 대전대 명예교수가 ‘우사 조동걸의 근현대 사학사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956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하자 서유럽 각국은 당황했다. 페르시아만에서 서유럽으로 오는 석유의 70% 이상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석유가 끊기자 영국과 프랑스 등은 미국이 석유 비축량을 풀기를 기대했지만 미국은 수수방관했다. 바로 이 ‘수에즈 위기’를 계기로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소련의 석유를 수입해선 안 된다’는 합의가 깨졌다. 이 일은 오늘날의 국제정치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독일이 소련, 오늘날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하게 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엔 구조적 분열이 생겼고, 그 갈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분출하게 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과 교수가 지정학(에너지)과 경제(금융), 민주정치 등 세 가지 틀로 오늘날의 세계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조감도처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와 유로화의 탄생, 중국의 세계 경제로의 통합, 다시 찾아온 석유 수급의 불안정성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꿴다. 이어 지정학적·경제적 위기 속에서 민주정치엔 금권귀족정(plutocracy)의 경향성이 커졌고, 개혁은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기저에 있던 에너지는 앞으로의 세계에서 정치적 격동과 무질서를 주되게 실어나르는 핵심 매개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팅갈 민따 마앞 트루스 뜬게린 락얏 아빠 수사냐(그냥 사과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가운데 정부 당국이 소셜미디어의 비판 게시물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자, 젊은이들이 이처럼 인도네시아어 문장을 한글로 쓰며 검열을 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문화의 인기 정도와 더불어 한글이 얼마나 익히고 쓰기 쉬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어학사를 연구해 온 원광대 국문학과 교수가 한글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한글은 언제부터 ‘한글’이 됐을까. 원래 ‘언문(諺文)’이라고도 불리던 한글은 근대 들어 ‘국문(國文)’이 됐지만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국문이 ‘일문(日文)’을 뜻하게 되자 대신할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쓰게 된 이름이 ‘한글’이다. 대한제국의 글 또는 문자라는 뜻으로 사용되던 ‘한문(韓文)’을 풀어쓴 것이었는데, 나중에 ‘큰’ ‘위대한’과 같은 의미가 덧붙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해 백성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고 성리학적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한글은 그 이상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창제 뒤 불과 6년이 지난 시점에 정승을 비판하는 벽보가 한글로 나붙었다. 누구나 쉽게 생각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공론장을 한글이 열어젖힌 셈이다. 17세기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한글 소설은 조선이 근대적 민족 공동체에 한 발 다가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한글이 담는 지식과 사상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져 오늘날 민주 사회에 이르렀다. 책은 이 밖에도 한문은 어떻게 해체됐는지, 한글 신문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외래어 표기와 맞춤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았는지, 국어사전은 어떻게 편찬됐는지 등을 꼼꼼히 살폈다. 한글 세계화와 기계화, 한글날 제정의 역사도 조명했다.“한글이라는 문자가 한국어를 얼마나 풍성하게 하고 그 언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탱해 왔는가를 그려 낸 장대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한국어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전 일본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의 추천사가 과하지 않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죽는 순간까지 그 차를 몰 수 있다면, 난 그 삶을 천 번이라도 다시 살고 싶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영화 ‘F1 더 무비’에서 주인공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의 대사다. 다소 오글거리긴 해도 ‘내연기관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사로 봐도 꽤 잘 어울린다. 헤이스처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길 만한 책이다.“람보르기니의 탄생은 믿기 어려울 만큼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초… 페라리는 람보르기니를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페라리 말고 트랙터나 몰 줄 알지!’ ‘트랙터나 만들어라, 이 촌놈아’… 그날 람보르기니는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고, (…) 바로 스포츠카 제조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람보르기니’에서) 책은 이처럼 ‘F1’ ‘디트로이트’ ‘롤스로이스’ ‘번호판’ ‘수소차’ ‘차 고장 수리법’ 등 자동차와 관련된 95개 키워드를 골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압축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담겼다. 독일과 일본, 중국 등 국가의 정체성과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소개했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도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저자는 이력이 화려하다. 도요타 유럽과 피아트 그룹, 폭스바겐 그룹 등을 거쳤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르노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아우디 A1’과 ‘피아트 500’ 등의 성공을 이끌었다고도 한다. CEO로서 갖게 된 넓은 시야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다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엔 지금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의 기능의 민주성과 책임성 강화’가 목적이라는데, 진보 성향의 언론단체들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 왔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방심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봉급도 나라에서 받지만 신분은 민간인인 자리다. 방심위가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방심위를 둔다”는 방통위 설치법에 근거한 민간기구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방심위 구도를 이렇게 짠 건 2008년이다. 민간기구 방송위원회 대신 행정기구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도, 심의 기능은 굳이 민간에 그대로 둬서 방심위를 만들었다. 이유는 명백하다. 국가권력과는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심의하라는 것이었다. 일제 강점과 권위주의 체제를 겪은 우리 국민들이다. 국가의 직접 심의는 검열이나 보도지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방심위는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방심위는 지상파 라디오가 편파적으로 허위사실을 방송하는데도 ‘우리 편 봐주기 심의’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방심위는 비판 언론에 대한 편파, 표적 심의 논란을 넘어 ‘민원 사주’ 의혹까지 일면서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실정이니 방심위의 개혁은 독립성을 확보하고, 위원 구성이나 안건 의결에 중도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상식적이다. 한데 반대로 심의위원장을 공무원으로 만들려 하니, 방심위가 사실상 정부 기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걱정되는 건 또 있다. 최근 민주당은 방송법에서 ‘공정성’ 문구를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성 심의가 비판 언론 탄압 도구로 악용돼 왔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폐지하자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방심위가 공정성 심의를 안 하던 때가 있었다. 5공 시절 방심위는 ‘방송 뉴스가 왜 각하 찬양 일색이냐’고 따지지 못했다. 공정성 심의의 정파적 악용이 문제라면 이제 칼자루를 쥔 정부 여당이 악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만들면서 공정성 심의까지 폐지하려 한다니, 따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산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11월까지 이사진이 교체되는 KBS 등 지상파가 마음 놓고 정권에 편파적인 보도를 하라고 판을 깔아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작금의 방송심의 거버넌스가 실패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공당(公黨)들이 소수의 강경파에게 휘둘리고, 국회의원들이 유튜버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현실도 방심위가 저널리즘 기준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지상파 방송 진행자 등을 방치했던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혁한다며 개악을 해서는 안 된다. 위원장이 국회의 인사청문과 탄핵소추 대상에 포함된다고 방심위의 정치권 종속이 갑자기 더 심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로부터의 심의 독립이라는 이상이 형해(形骸)만 남았다고 아예 포기해 버리는 건 곤란하다. 그랬다간 ‘5공 시절 방심위’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도 순식간이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국내 연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발해사 분야의 신진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고구려발해학회가 20일 개최한 ‘발해 고고학과 역사 연구의 현 단계’ 학술회의에서 안재성 씨(고려대 사학과 대학원 박사 수료)는 ‘8세기 발해와 일본의 국서 교환과 상호 인식’을 발표하고 당시 외교가 어떤 국내적 배경 속에서 이뤄졌는지 살폈다. 발해는 727년 일본과 국교를 개시하면서 “고려의 옛 땅을 회복하고 부여의 풍속을 이었다”며 고구려 계승을 표방했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발해 문왕은 759년 양승경을 사신으로 일본에 파견하면서 ‘고려국왕’ 칭호를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안 씨는 이 배경으로 말갈에 대한 발해의 통제력 강화를 꼽았다. 안 씨에 따르면 8세기 기준 여러 말갈족의 당나라 조공 활동이 752년 이후 끊어지는데, 이는 발해를 중심으로 한 질서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 중국은 ‘안사의 난’이 벌어지는 등 혼란한 상황이었다. 안 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발해는 ‘고려국왕’ 칭호를 사용하면서 강대한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상징성을 통해 최근 복속된 말갈 세력에 대한 통합을 강화하려 했다”고 해석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어느 과학이라고 양면성이 없겠느냐만 엇나간 유전학만큼 세계사에 악영향을 끼친 것도 없다.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키는 사상적 근거가 된 게 바로 우생학이 아닌가. 분자생물학자인 덕성여대 교수가 유전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오래전부터 온갖 차별과 갈등의 원인이 돼 왔고, 오늘날에도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운동이 필요할 만큼 영향이 큰 인종은 어떨까. 인류라는 같은 종(種) 내에 하위집단인 아종(亞種) 같은 걸까. 저자에 따르면 ‘전혀 아니다’. 4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현생인류는 원래 피부색이 짙었다. 어두운 피부색은 강한 태양광을 잘 막아줬다. 하지만 그들이 새로 진출한 고위도 지방에선 태양광을 더 잘 흡수하는 밝은 피부가 생존에 유리했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를 덜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난 이들이 강한 생존력을 가진 후손을 남겼다. 오늘날 대부분의 유럽인과 상당수 아시아인에게서 이 변이가 발견된다. 피부색의 의미는 딱 그 정도다. 사람들은 피부색이나 눈동자, 입술 등 눈에 잘 띄는 것을 가지고 인종을 구분하려 하지만 생물학적인 근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인류는 사실상 ‘클론’에 가깝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간에 모든 유전체에 걸쳐 염기 서열이 99.9% 똑같다. 이렇게 동일한 종은 포유류 중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인종은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은 범죄와 폭력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나쁜 유전자의 실체,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바꾼 유전적 변화 등을 조명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와 그것을 억제하는 유전자 사이의 힘겨루기도 살폈다. 이 같은 서술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유전자는 우월함이나 열등함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함의 원천”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특히 요즘 확산하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인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릴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우리의 삶에 우연성이 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수록 삶은 활기가 넘친다. 내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도전의식과 각오가 생긴다. 타인과 연대할 필요를 느끼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