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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추가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사진에는 묘한 장면이 들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된 회의장 연단 위로 김일성·김정일의 대형 입상이 걸려 있는데, 화면에는 상반신이나 얼굴이 아니라 다리 부분만 잘려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을 통해 통해 외신에 배포된 이 장면은 얼핏 지나칠 수 있지만, 기존 이미지 정치 문법을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쉽게 넘기기 어려운 화면이다.북한은 최고지도자 이미지의 훼손이나 오염에 유난히 예민한 체제이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구겨진 채 비를 맞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한 사건은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한국 방문객들이 북한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에도 정면에서 전체 김부자 모습이 나오도록 강요받았다.북한 내부에서 김씨 일가의 사진을 훼손하거나 함부로 다루는 행위가 단순한 무례를 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곤 했다. 북한에서 지도자 사진은 기록물이 아니라 사실상 체제의 성물(聖物)처럼 취급된다는 뜻이다.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에는 스스로 찍고 배포한 회의 사진에서 김일성·김정일 입상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사진이 노동신문 등 내부 매체에는 실리지 않고 신화통신 등 외신에만 배포됐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아직 이 장면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북한 내부에서 보여진 노동신문에서는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입상 전체가 보이는 구도를 선택했다.물론 이것이 선대 입상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다는 뜻은 아니다. 무대 전체와 김정은의 중앙성을 살리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입상 하단만 걸린 구도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예전 같으면 선대 입상의 완전성을 해치지 않는 구도를 우선했을 북한이, 이번에는 김정은이 선 장면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진은 늘 현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권력의 질서를 설계한다. 그래서 이번 ‘다리만 나온 입상’도 단순한 화면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비에 젖은 지도자 사진에는 울며 항의하던 체제가, 정작 자신이 배포하는 사진에서는 선대 입상을 배경의 일부로 밀어냈다. 이 작은 차이는 지금 북한에서 누구의 이미지가 가장 앞에 놓여야 하는지를 조용히 말해준다. 김정은이 완전이 선대의 카리스마에서 독립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겠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오늘(2026년 3월 23일) 북한 노동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개막을 보도하며 국무위원회·내각 구성원들의 증명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그런데 사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눈에 띈다. 인공기(북한 국기)의 위치가 직급에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김정은의 사진은 다른 모든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도를 취하고 있다.●인공기가 말하는 위계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등 핵심 직위의 인물들 사진에는 인공기가 피사체의 왼쪽에 배치되어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인물들의 사진에는 인공가 없거나, 배경이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다.이것은 단순한 촬영 관행이 아니다. 인공기와 함께 찍힌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 단순한 소품 하나로 수십 명의 관료들 사이에 촘촘한 위계질서를 새겨 넣었다. ●김정은의 사진은 왜 다른가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의 사진이다. 다른 인물들의 사진에서 인공기는 피사체의 왼쪽에 위치한다. 그런데 김정은의 사진에서 그는 인공기보다 더 왼쪽에 서 있다. 즉, 국기가 오른쪽 배경에 놓이고 김정은이 화면의 가장 왼쪽, 시각의 출발점을 차지하는 구도라고 볼 수 있다. 이 배치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시각심리학의 기초 개념을 알아야 한다. 시선의 흐름에서 보통 시작은 왼쪽이다. 특히 한글과 영어 등 좌횡서 문화권에서 그렇다. 따라서 가장 먼저 인식되는 자리, 가장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무는 자리다. 신문 1면의 가장 왼쪽 상단이 대부분 톱기사로 배치되는 것처럼 최고의 위치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김정은이 인공기보다 왼쪽에 선다는 것은 “나는 국가보다 앞선다”는 시각적 선언이다. 국기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김정은이 전경(前景)을 장악한다. 보는 이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김정은에게 먼저 닿고, 그다음에 국기를 인식하게 된다. 인공기 배경 김정은의 증명사진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도는 시각적 차별화다. 오늘 노동신문에는 수십 명의 관료 사진이 일렬로 게재됐다. 비슷한 정장, 비슷한 조명, 비슷한 배경. 이 균질한 배열 속에서 김정은의 사진만이 다른 구도를 취한다. 이것이 바로 차별화의 전략이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하나의 이질적 요소는 즉각적으로 눈을 끌어당긴다. 독자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김정은의 사진에 특별한 주목을 부여하게 된다. 사진 배치만으로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카테고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사진 한 장이 만드는 정치적 현실이런 시각적 연출이 매일 반복될 때 그것은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정치적 실재가 된다. 노골적인 구호보다 저항감 없이, 더 깊이 스며드는 설득이다.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구성한다. 오늘 노동신문의 사진 배치는 북한 선전 기구가 그 사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실천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때 성냥은 가게나 물건을 홍보하기 위한 판촉물이었습니다. 성냥이 흡연자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쓸모가 많았던 시절 얘기입니다.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오늘(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 공연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강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획사 측의 프레스 가이드라인과 서울시·경찰의 행정 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영상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리어커 위의 테이프 더미1980년대 학창 시절, 시내에 나가면 노래 테이프가 쌓인 리어커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신 가요라고 조악하게 인쇄된 제목과 유명 가수들의 얼굴, 정식 음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 인기 있는 노래만 모아 판 덕분에 꽤 잘되는 비즈니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오늘 글을 쓰려고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았지만, 그 시절을 보여줄 만한 사진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 속에는 분명 남아 있는 장면인데, 보도사진의 형태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셈입니다. 당시 기자들이 불법 음원 문제를 지금처럼 심각하게 보지 않았거나, 너무 흔한 풍경이라 뉴스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장사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을 피했을 수도 있습니다.복제는 불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대중문화가 퍼져나가던 거친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졌고, 그 흐름이 결국 지금의 K팝 산업이 커지는 밑거름이 됐습니다.2003년 10월 9일 서울에서 디지털 음원의 무단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현 정부에서 장관급의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창립자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한국 대중음악 산업은 오랫동안 ‘복제와의 전쟁’을 치르며 성장해 왔습니다.그런데 오늘 밤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는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음원만이 아니라 시선과 화면의 유통 경로 자체를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대형 기획사가 제시한 프레스 가이드라인BTS 소속 레이블인 빅히트뮤직과 모회사인 하이브 측은 이미 언론 취재와 영상 사용 방식에 매우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 문서를 보면 기자들이 촬영할 수 있는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촬영 위치, 결과물을 유통할 수 있는 형식까지 미리 정해 놓고 있습니다.주최 측은 공식 영상을 2분 분량으로 편집해 제공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공식 영상은 보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모든 에셋에는 반드시 “빅히트 뮤직/넷플릭스”라고 출처를 표기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언론사는 그 위에 별도의 로고나 버튼 같은 자체 브랜딩을 덧붙일 수 없습니다. 현장 촬영 조건은 더 엄격합니다. 프레스석 취재 기자에 한해 휴대전화 촬영만 허용됐고, 관람 구역 내에서는 분리형 렌즈를 포함한 카메라와 모든 전문 촬영 장비 반입이 엄격히 금지됐습니다. 사진기자와 영상기자가 평소 쓰는 장비로는 사실상 접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도 보도와 리포팅 목적으로 실시간 사용은 가능하지만, 언론사 공식 채널에서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하거나 행사 전체를 게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공공 구역에 대해서도 언론사를 위한 별도 촬영 구역은 제공되지 않고, 안전상의 이유로 공공 구역 내 삼각대와 고정 장비 설치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 후 라이브 스트리밍은 엄격히 금지됐고, 드론을 포함한 모든 항공 촬영도 금지됐습니다. 공연 풀버전 업로드 역시 허용되지 않았으며, 당일 교통 통제로 위성 중계차와 방송 차량의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써 있습니다.이쯤 되면 이번 공연은 여러 언론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기록하도록 열어둔 현장이라기보다, 공식 화면을 중심에 두고 주변 기록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한 현장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체육관 등 실내 행사가 아닌 야외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진행 치곤 특이한 형식입니다. ● 서울시와 경찰의 준비행정 당국의 협조도 이례적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찰은 지난 13일 경부터 광화문광장 인근 총 31개 건물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각 건물의 보안 담당자들과 안전관리 방안을 협의해 왔습니다. 26만 명 규모의 인파가 몰릴 경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과 시민들이 인근 건물을 통해 우회 진입하거나 무단으로 옥상에 올라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대형 공연에서는 작은 변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예 선제적으로 공연 당일 건물을 전면 폐쇄한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습니다.명분은 분명 안전입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공연장을 내려다보는 위치, 곧 다른 각도에서 현장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안전 관리가 낳는 또 다른 효과이번 조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안전 관리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시선으로 이 공연을 기록할 가능성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공연장 안에서는 전문 카메라가 막히고, 지정된 자리에서 짧게만 찍을 수 있으며, 공연 전체를 독자적으로 송출할 수도 없습니다. 주변 높은 건물 위에서 자유롭게 내려다보는 사람이 줄어들면 휴대전화나 소형 카메라로 찍은 이른바 ‘직찍’ 영상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그렇게 되면 결국 사람들에게 남는 화면은 넷플릭스와 주최 측이 설계한 공식 화면이 됩니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은 앞으로 초대형 문화 이벤트에서 누가 기록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해서 ‘비인가 영상‘의 유통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틈은 예전보다 훨씬 좁아졌습니다.● 화면의 질서를 누가 갖는가과거에는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그것을 베껴서 돈을 벌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시장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 신문과 방송이 피땀으로 만든 콘텐츠를 너무 쉽게 무료 자원처럼 활용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불편합니다. 남이 공들여 취재하고 확인하고 편집한 결과물을 손쉽게 띄워놓고 조회수와 광고 수익만 가져가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오늘 밤 BTS 공연을 앞두고 넷플릭스와 하이브가 카메라를 통제하는 방식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시선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말입니다. 넷플릭스와 하이브는 이 공연을 어떻게 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주도권, 다시 말해 화면의 질서를 선점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앵글이 대표 화면이 될지, 어떤 장면이 먼저 노출될지, 군중과 무대를 어떤 비율로 보여줄지, 도시와 공연을 어떤 리듬으로 엮을지 같은 문제는 모두 편집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편집은 곧 권력입니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덜 보여주느냐까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애초에 가장 강한 원본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내보내기 위해 유통 질서 자체를 설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팬이나 시청자가 느낄 불편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면은 더 선명하고, 음질은 더 좋고, 카메라는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라이브 공연을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송출하려면 막대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서버와 제작 능력, 마케팅 역량은 분명 강력한 조건입니다. 실제로 지난 2주간 광화문에서 무대가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정치 집회용 무대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행사가 준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외국 기술자들이 직접 감독을 하고, 실무는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맡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향한 하나의 화면으로 기획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장에 갈 것인가, 설계된 화면을 볼 것인가개인적으로 오늘 밤 열리는 BTS 광화문 공연을 어떻게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에 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망설여집니다. 외곽에서라도 볼지, 아니면 집에서 넷플릭스 화면으로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이 더 많이 보는 일인지, 아니면 이미 설계된 화면을 따라가는 것이 더 많이 보는 일인지 쉽게 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망설임 자체가 어쩌면 시대가 바뀌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백년사진이었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나만의 속도를 조절하며 달리던 중 ‘오늘 왜 이리 예뻐’라는 문구를 마주쳤습니다. 오늘만큼은 누구보다 나 자신을 가장 예뻐해주는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경기 광명시 광명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홀씨의 종착지 봄이 오자 홀씨가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땅에 내려앉아야 하는데 승용차 사이드 미러에 자리를 잡았네요. 다시 바람을 타고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을 찾기를….―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에버랜드는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도심에서 미리 만나는 에버랜드 튤립축제’를 열고 시민들에게 튤립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공연에 참여하는 연기자들로부터 튤립을 받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에버랜드는 20일부터 ‘에버랜드 튤립축제’를 연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침에는 아직 쌀쌀하지만 봄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가지마다 매달린 꽃망울 사이 매화 한 송이가 먼저 피어났네요. 봄이 살짝 고개를 내미는 듯합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뜻밖의 장소 선택올 상반기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6·3지방 선거입니다. 국회의원 말고 지자체장들과 도의원 시의원들을 뽑는 시간이 80여 일 남았습니다. 보통 이런 정치 이벤트를 앞두면 여야 지도부의 움직임은 언론의 중요 취재 대상이 되고 사진의 주제가 됩니다. 그래서 홍보를 담당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수첩을 점검합니다. 과거 선거 이벤트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장소와 포즈 등을 꺼내 현재의 지도부와 출마자들에게 제시합니다. 그런데 올해만큼 여당과 야당의 홍보 능력에서 차이가 났던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현재 양극화는 심한 상태입니다. 두 당이 걸어온 역사에서 기인한 실력 차이이기도 하고 내부 단합 정도가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은 패턴이 있습니다. 시장을 돌고, 주민과 악수하고, 상인과 눈을 맞추는 장면은 선거철이면 늘 반복됩니다. 출근길 지하철역 입구에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경로당과 대학 캠퍼스를 찾아 나이대별 유권자들 공략하기도 합니다. 좀 과감하다 싶은 후보는 목욕탕에 들러 맨 몸으로 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포토제닉해야 시선을 끌기 때문입니다. 공식 선거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여당과 야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천시장 후보로 공천된 박찬대 의원이 인천 강화 앞바다 새우잡이 배에 함께 올랐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배에 타고, 그물을 걷는 장면까지 공개됐습니다.이 선택은 뜻밖입니다.새우잡이 배는 대체로 거칠고 고된 노동의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착취나 열악한 노동환경 같은 부정적 연상도 따라붙습니다. 그런 공간에 정치인이 들어갔다는 것, 그것도 어민 복장에 가까운 작업복을 입고 조업 장면을 만들었다는 것은 꽤 과감한 판단입니다. 누가 이 장면을 기획했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정청래 대표와 박찬대 의원은 이날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죽산포구를 찾아 조업 현장을 체험했습니다. 배 위에서는 조업한계선 문제로 인한 어민들의 고충을 들었고, 이후 시장으로 이동해 주민과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기사만 보면 민생 현장 방문입니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이 일정의 핵심은 내용만이 아니라 장면에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배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강한 메시지가 되기 때문입니다.●왜 이런 장면은 과거 선거에서 흔하지 않았을까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간도 들고, 동선도 복잡하고, 위험 부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다에는 표가 모여 있지 않습니다. 골목과 시장, 거리와 상가 앞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악수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취재진도 모으기가 쉽습니다. 가성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일정은 단순한 체험 방문 이상으로 보입니다.당대표가 직접 시간을 내어 후보와 한 배에 오르면서, 박찬대를 밀겠다는 당의 의지를 화면으로 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복을 입고 같은 배에 탄 장면이 훨씬 분명합니다.이 장면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 때문입니다.정청래 대표와 박찬대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입니다. 정치에서는 경쟁의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그 기억보다 현재의 연대를 앞세웁니다. 경쟁했던 두 사람이 아니라, 한 팀으로 움직이는 두 사람처럼 보이게 만듭니다.●같은 날, 다른 당은 다른 모습이었다같은 날 야당의 풍경은 대조적이었습니다. 계엄 461일 만에 가까스로 ‘절윤’ 결의문을 내놨지만, 이후 무엇을 먼저 할지를 두고 다시 이견이 드러났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쪽은 혁신 선대위와 인적 쇄신에 무게를 두고 있고, 쇄신파 일부는 강성 친윤 인사 정리를 요구합니다. 거기에 친한계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철회가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도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는 논의 자체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군용 야전 점퍼’를 떠올리게 하는 옷을 입고 등장했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어제(13일) 임명 29일 만에 전격 사퇴했습니다. 한쪽은 함께 배를 타는 장면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어떤 배를 탈지,’ ‘누구와 탈지’ 조차 정리되지 않은 모습입니다.“우리는 보여주기식 쇼는 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정치인도 가끔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시대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미지 경쟁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공지능(AI)기술이 처음으로 선거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준비된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간의 컨텐츠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에선 공약과 조직력이 중요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누가 더 선명한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반복해서 유통시키느냐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선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인천 바다 로케이션 장면은 이번 선거에서 누가 유권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예고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 ‘새우잡이 배’ 사진에서 무엇을 읽으셨나요? 여러분의 깊이 있는 시선을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창가에 놓인 니퍼 하나가 창틀과 어우러져 작은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입니다.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났습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뱀이 가스관을 타고 벽을 오르는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담쟁이덩굴이 관을 휘감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네요. 어디에서든 제 길을 찾는 생명의 힘을 느낍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일 오전 서울시청 지하 서울 갤러리에서 열린 서울 청년 홈 앤 잡(Home & Job) 페어에서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서울시 서비스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 금융, 취업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봄볕 아래 장독 주택 마당 한쪽에 장독이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파수꾼처럼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계절을 났습니다. 봄볕에 장이 맛있게 익겠네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빗자루에 선글라스와 리본을 씌우니 한결 멋이 납니다. 마치 파티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 같네요. 평범한 일상 용품이 하나의 작품으로 변신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X자 악수의 새로운 방식정치인이 두 명 모이면 악수를 합니다. 세 명 이상이 모여도 손을 잡습니다. 오늘은 X자 포즈 또는 가위 모양의 악수 사진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여러 명이 함께 X자로 손을 잡고 찍는 단체사진에서는 양끝 손이 남습니다. 가운데 사람들은 손을 잡을 상대가 분명하지만, 가장자리에 선 사람의 손은 갑자기 갈 곳을 잃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사진 한 장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단체 사진이었습니다. 한준호 의원이 X자 악수를 유지하면서도, 사이드에서 손목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고 화이팅 동작을 만들었습니다. 단체사진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남는 손이 허공을 떠다니는 순간인데, 이 사진에서는 남는 손이 역할을 얻었습니다. 응원 동작이 되면서 손이 정리되고, 손이 정리되니 사진도 정리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단체사진에서 가장 또렷하게 기억되는 인물은 중앙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자리에서 손을 해결한 사람입니다.손이 남는다는 것은 단체사진이 생각보다 복잡한 장면이라는 뜻입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후보자 토론이 늘고, 토론에 앞서 공정을 다짐한다는 명분으로 기념촬영도 늘어납니다. 그때 가장 많이 쓰이는 포즈가 손을 잡는 장면입니다. 손을 잡아야 함께라는 메시지가 한 장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을 잡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손의 문제도 커집니다.여럿이 손을 잡는 방식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나란히 손을 잡는 방식, 손을 포개는 방식, 그리고 X자 형태로 손을 잡는 방식입니다.● 아시아에서 시작돼 미국으로 건너 간 ‘X 자 악수 ’ X자 악수는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성패가 갈립니다. 해결책도 결국 가장자리에 집중됩니다. 어떻게 하면 어색함을 줄일 수 있을까 매번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가장자리에 서지 않으시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가장자리에 서게 된다면 몸을 가운데로 살짝 틀어 남는 손을 몸의 면으로 가려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손을 억지로 꾸미기보다 상체 각도를 10도에서 15도만 안쪽으로 조정해 손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만드는 편이 훨씬 깔끔합니다. 그리고 이날 한준호 의원처럼 남는 손을 손목과 주먹의 화이팅 동작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는 손에 역할을 부여해 어색함을 지워버리는 방식입니다.X자 포즈가 흥미로운 이유는, 서양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고 한국·일본·아세안 지역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과거 DB 사진을 찾아보니 1990년대 말 단체사진은 손 흔들기 비중이 높았고, 2000년 전후에는 정상회담 단체컷에서 악수 연출이 정석처럼 자리 잡습니다. 2005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9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무렵 X자 형태로 손을 잡는 장면이 확인되며, 같은 시기부터 아세안 정상들 사이에서도 이 방식이 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내 정치에서는 이보다 앞선 시점부터 비슷한 연출이 나타났던 것으로도 보입니다.미국에서는 이런 악수가 익숙하지 않은 편입니다. 2017년 아세안 정상회의 단체사진에서 각국 정상이 팔을 교차해 좌우 정상들과 악수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세가 익숙하지 않은 듯 얼굴을 찌푸리며 불편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공개돼 빠르게 퍼진 적도 있습니다. 2017년 마닐라 아세안 정상회의 단체 교차 악수 장면에서 트럼프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널리 보도된 사진입니다.X자 악수가 선택되는 이유는 뭘까요. 단체사진에서 함께라는 메시지를 가장 빠르게 만들고, 동시에 화면에 패턴을 만들어 단조로움을 줄이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가운데 주인공이 확실한 사진에서 밋밋하게 손을 잡는거보다는 팔의 동작을 넣는게 시선을 끌기엔 좋습니다. 그래서 선거철처럼 단체사진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이 포즈가 더 자주 등장합니다. 이번 봄에도 아마 현장에서는 이런 고민이 많을겁니다. 여러분은 정치인 단체사진을 보실 때 무엇이 먼저 보이시나요? 혹시 여러분이 생각하는 악수의 대안이 있으신가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폐타이어를 겹겹이 쌓아 놓았네요. 촘촘히 맞물린 모양이 마치 씨줄과 날줄로 짠 천처럼 보입니다. 누가 쌓았는지 몰라도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음식지기’ 숟가락이 ‘창고지기’로 탈바꿈했습니다. 옆을 보니 식당에 딸린 창고네요. 물건의 쓸모는 주인 하기 나름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외벽 광화문글판에 김소연 시인의 수필 ‘한 글자 사전’에서 가져온 “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부터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 오고 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봄비가 내린 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산으로 비바람을 막으며 걷고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전국에 눈비가 오면서 평균 낮 기온이 전날 대비 2∼6도가량 떨어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콘크리트 위에 흰 페인트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마치 인공 둔덕을 뛰어넘어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처절한 몸짓처럼 보이네요.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