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코로나 타격’ 본격화… “언제 나아질지 예측 불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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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무역수지 ‘99개월만에 적자’ 전망

정부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이달 수출실적 발표를 이틀 앞두고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을 예고하고 나선 건 시장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예방주사’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전례 없던 수준으로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며 4월부터 수출 부진이 본격화해 올해 전반적인 수출 실적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5580억 달러 안팎으로 정해 놨다.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가정해 지난해 실적(5424억 달러)보다 약 3% 높여 잡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글로벌 경제가 역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 내부에서도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유럽 등으로 코로나19가 확산돼 각국의 내수가 얼어붙으며 한국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아서다.

올해 1분기(1∼3월) 수출 총액은 약 1308억 달러로 월평균 약 436억 달러의 실적을 보였지만 이달 1∼20일에는 217억2900만 달러에 머물며 수출 부진 현상이 심화하는 추세다. 보통 월초보다는 월말에 실적이 집중되긴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지금 상황에선 이마저 어렵다. 1∼20일 수출 감소폭(26.9%)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수출액과 수출 감소폭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돌아간다.

무역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출 실적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한국 수출은 같은 해 11월부터 12개월간 마이너스(―)를 보였다. 2009년 1월에는 감소폭이 ―34.5%에 달했다.

2012년 2월부터 계속된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99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1∼20일 무역수지 적자인 34억5500만 달러는 평소라면 만회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달은 수출 흐름이 좋지 않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수출뿐 아니라 수입도 같이 쪼그라드는 상황이라 무역수지 적자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감소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와해로 이어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 기업의 부진이 하청업체의 주문 감소로 직결돼 공장을 돌릴 것인지 말 것인지 기로에 서는 하청업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출 상황이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지 예측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가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자 등 3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3%는 미국 경제가 2022년 2분기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올해 3분기(7∼9월)가 바닥일 것으로 보이지만 바닥을 찍더라도 바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국내 숙박·음식업 생산은 전달보다 17.7%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과 외식을 크게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로 택배 운송이 늘었지만 항공 철도 여객 운송이 급감하며 운수·창고업 생산도 9.0% 감소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1.2포인트)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앞으로의 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6포인트 하락해 2008년 2월(―0.6포인트)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주애진 / 김자현 기자
#코로나19#수출 감소#무역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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