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실 정치판 될 것”… “만18세 투표권은 세계적 추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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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통과땐 내년총선부터 적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총은 “국회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위쪽 사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학생들이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 
18세로 선거권 연령 인하’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법안 통과는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총은 “국회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위쪽 사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학생들이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 18세로 선거권 연령 인하’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법안 통과는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내용을 두고 의석수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사이 ‘18세 투표권’도 어물쩍 수정안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이 이대로 가결되면 당장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생 중 일부도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교실 정치화’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뒤늦게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23일 밤 본회의에 상정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만 19세 이상에게 보장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19세 이상에게만 허용된 선거운동도 18세 이상으로 낮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만 17세 인구는 49만347명. 공직선거법 17조에 따르면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의 연령은 선거일 현재로 산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4월 15일 총선을 기준으로, 2002년 4월 16일생까지 투표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투표권을 갖게 될 고교 3학년은 전체 2002년생 중 10%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4일 라디오에서 “만 18세 중 90% 이상은 고등학생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생일 등을 고려하면 고3 학생이 아닌 대부분이 대학생 등 고교 졸업자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선거일이 휴일이라 학생들도 투표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선거연령 하향으로 학교 교실이 정치화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만 18세가 아직 고교 3년생인 한국식 학제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10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음 선거 때까지 학제 개편 문제 및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데까지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긴급진단 간담회’에서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면서, 게다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민주당은 ‘시대착오적인 꼰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만 18세를 기준으로 납세와 국방 등의 의무가 생기는데 투표권을 주지 않는 건 의무와 권리 사이의 불균형을 낳는다는 주장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18세가 되면 군대도 가고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는데 투표만 못 하게 하는 건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했다. 만 18세 선거연령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도 찬성 근거로 거론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만 선거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선거연령 하향은 진보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거듭 요구해온 사안이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선거 유불리만 따져 졸속 처리하려는 시도”라며 “서울 부산 전남 등 전국에서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특정 정치세력이 학생들을 정치도구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총 측은 “국회가 학생을 득표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면 18세 선거권은 법안에서 분리한 뒤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총선과 연계해 실시하려는 선거교육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총선을 앞두고 모의선거 등을 실시하는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하기로 하고 대상 학교 40곳을 선정했다.

학부모 의견도 엇갈린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공부하기도 바쁜 아이들을 두고 선거교육을 한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진다”며 “우리 학교에서도 수능 직전에 인헌고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 중학생 자녀의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민해 볼 기회가 생겨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동웅·강성휘 기자
#선거법 개정안#18세 투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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