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CJ ENM, 아이돌 취업사기… 내 딸 두번 우롱” 아빠의 울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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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조작의혹 ‘프로듀스101’ ‘아이돌학교’ 최종 탈락자 부친 격정토로

“이건 취업사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이해인 씨(23)의 아버지(52)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프로듀스X101(프듀X)에서도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며 ‘취업사기’라는 표현을 썼다.

이 씨는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케이블채널 엠넷의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2016년)과 ‘아이돌학교’(2017년)에 출연했다. ‘아이돌학교’ 출연 당시 이 씨는 9명을 뽑는 데뷔 멤버에 포함될 것이 유력했지만 방송 마지막 회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탈락했다. 경찰은 ‘아이돌학교’와 함께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 1∼4에 대해 투표 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 씨가 출연했던 ‘프로듀스101’이 시즌1, 올해 7월 19일 막을 내린 ‘프듀X’가 시즌4에 해당한다.

이 씨의 아버지는 “딸이 아이돌학교에서 최종 탈락했을 당시에도 투표 조작이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2년 전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 투표수에 따라 상위 9명의 연습생을 선발한 뒤 이들로 구성된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을 만들었다. 이 씨는 최종회 방송에서 11위를 해 걸그룹으로 데뷔하지 못했다. 당시 이 씨의 팬커뮤니티인 ‘이해인 갤러리’에서는 이 씨가 실제로 얻은 투표수보다 제작진이 공개한 투표수가 적게 나왔다며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이돌학교의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2017년 당시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지만 딸이 나중에 데뷔하는 데 문제가 될까 봐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의 아버지는 최근 경찰의 수사를 통해 프듀X의 투표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용기를 내게 됐다고 한다.

이 씨의 아버지는 2일 ‘이해인 갤러리’에 ‘우리 딸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씨의 아버지는 “만약 (투표를) 조작한 것이 증거로 드러나면 두 번이나 딸을 희롱한 것이고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행동인 것 같아 너무 억울해서 글을 올린다”고 썼다. 이 씨의 아버지는 “(딸이) 시골에서 올라가 8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고 조금 알려져 드라마 일이 들어왔다고 했을 때 그걸 시켰어야 했는데…”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힘내세요’ ‘진실은 밝혀질 겁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씨의 아버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딸이 아이돌학교에 출연하고 있을 때 CJ ENM 측이 계열사인 A연예기획사와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엠넷은 CJ ENM 계열의 음악방송 채널이다. 당시 이 씨의 아버지는 제안을 거부하면 딸이 데뷔를 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까 봐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CJ ENM 측이 아이돌학교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을 따로 모아 나중에 데뷔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방치된 딸은 다른 회사라도 알아보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씨가 고교생일 때부터 ‘투잡’을 뛰며 뒷바라지를 했다는 이 씨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투표 조작이 사실로 확인되면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아이돌학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제작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6일 경찰에 고발했다.

CJ ENM 측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연습생들 중에서 데뷔 가능성이 있는 연습생들에게 전속계약을 하자고 요청했고 이를 이 씨가 받아들였다”며 “이 씨가 최종 멤버에서 탈락한 뒤에도 데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잘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CJ ENM 측은 또 “이 씨가 데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기획사를)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몇 달간의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 뒤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프로듀스x101#취업사기#투표조작의혹#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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