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만든 한국의 소프트파워[기고/홍대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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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연세대 객원교수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연세대 객원교수
대한민국 국보 141호 다뉴세문경과 우리나라 주력산업 반도체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언뜻 보면 아무런 상관없는 두 단어 같지만 실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다뉴세문경은 끈고리가 여러 개라는 뜻의 ‘다뉴(多(뉴,유))’와 세밀한 문양의 거울이라는 뜻의 ‘세문경(細文鏡)’이 합쳐진 단어다. 다뉴세문경의 지름은 21.2cm인데, 여기에는 0.3mm 간격의 선이 무려 1만3000여 개가 새겨져 있다. 어떠한 기술로 주조했는지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도 그 비밀을 파헤치기 쉽지 않을 정도다. 청동합금 비율에 있어서도 반사율을 높이게끔 구성하는 등 황금비율을 자랑한다. 이 시기는 고조선 시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뉴세문경은 고조선의 나노 기술이며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선현의 최첨단 나노기술의 유전자(DNA)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떻게 투영되었을까? 대표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들 수 있다. 반도체는 나노기술의 정수 중의 정수라 불린다. 이미 2000여 년 전부터 체화된 DNA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산업 종목인 것이다. 반도체에 몸담고 있는 분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경쟁력은 다른 나라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우리의 독특하고도 소프트한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는 철기에 있어서도 기질을 드러낸다. 중국 한나라 허신의 ‘설문해자’에 보면 ‘철(鐵)’의 옛 글자를 ‘철(철)’이라고 했는데, 동이족(夷)의 쇠붙이(金)라는 의미로 고조선의 찬란한 철기문화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 강동군 송석리 석관무덤에서 발견된 쇠거울이다. 기원전 12세기경에 만들어진 지름 15cm, 두께 0.5cm 쇠거울로 철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민족의 후손이라는 것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하다.

선철에서 강철을 얻는 제철 기술이 유럽에서 14세기에 개발된 것을 감안하면 고조선 제철 기술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이러한 DNA가 어디 갈 리가 없다. 바로 대한민국 주력산업 중 하나인 철강산업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고조선의 다뉴세문경은 문화적으로는 비파형동검, 신라시대의 에밀레종으로 이어지고, 산업적으로는 세계 최강 반도체로 이어진다. 또한 고조선의 철기 기술은 또 하나의 불가사의라 불리는 고구려의 개마무사 유산으로 이어지고, 산업적으로는 세계적인 대한민국의 철강의 위업을 달성해 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산업 경제를 구상할 때 우리의 반만년 찬란한 문화유산의 DNA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신(新)성장동력을 살핀다면 새로운 관점의 ‘문화유산 기반 신(新)산업경제지도’를 그려 나갈 수 있다.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뿐더러,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우리 민족의 얼에 대한 스토리와 콘텐츠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격(格)에 대한 인식을 재조명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연세대 객원교수
#반도체#산업 경제#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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