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진실-허구 사이의 불확실성이 다큐멘터리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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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색/히토 슈타이얼 지음·안규철 옮김/256쪽·1만7000원·워크룸프레스

예술가 겸 저술가인 저자는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작가 중 하나다. 미술시장보다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여 온 그는, 이미지와 영상이 갖는 힘과 그 뒤에서 작용하는 왜곡과 통제 메커니즘을 설치나 영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는 작품만큼이나 명쾌한 비평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독일 특유의 날카롭고 건조한 시각으로 미술계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던진다.

특히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의 상호 감시,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 등의 문제를 드러내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에도 2016년 ‘스크린의 추방자들’이 김실비 작가의 번역으로 출간돼 미술계에서 호응을 얻었고 지난해 개정판도 나왔다. 이번에는 2008년 출간한 독일어 저서인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을 안규철 작가가 번역했다.

책은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표현에 초점을 둔다. 슈타이얼이 다큐멘터리를 주제로 쓴 박사 논문이 바탕이 됐다.

그의 중요한 저작인 ‘스크린의 추방자들’에서 보이는 통찰의 전조를 ‘진실의 색’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진실을 고발한다고 여겼던 다큐멘터리 영상이 실은 진실과 허구 사이의 불확실성을 오가며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한다는 통찰이 돋보인다.

다큐멘터리는 100% 진실이거나 허구가 아니고,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리다는 불확실함 때문에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서두에 이어 11개의 챕터에서 인터뷰, 기록, 영화, 다큐멘터리의 표현 등에 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서술을 이어나간다. 이들 챕터는 인과관계로 이어진다기보다,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다층적인 이미지를 쌓아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절대적인 진실도 허구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서술 방식 자체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진실의 색#히토 슈타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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