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하고 가죽 밀거래까지… 泰 ‘호랑이사원’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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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밀반출 적발… 당국, 수사나서

태국의 깐짜나부리 지역의 호랑이사원에서 한 관광객이 목줄을 잡고 호랑이를 산책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유튜브
태국의 깐짜나부리 지역의 호랑이사원에서 한 관광객이 목줄을 잡고 호랑이를 산책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유튜브
호랑이들이 승려들과 함께 지내는 이색 풍경으로 관광 명소가 된 태국의 호랑이사원이 폐쇄 위기에 처했다. 태국 당국은 이 사원에서 호랑이 밀매와 학대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호주 환경보호단체 시포라이프(Cee4life)가 확인한 출생 기록 자료를 보면 1999년 개원 당시 4마리던 이 사원의 호랑이는 번식을 통해 281마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 마릿수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방콕포스트는 현재 사원엔 147마리만 남아 있다며 나머지 134마리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사원 측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라진 호랑이는 대부분 밀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12월 어느 날 심야에 트럭이 사원에 도착해 암컷 호랑이 세 마리를 몰래 반출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되기도 했다. 호랑이는 국제 멸종 위기종이다. 허가를 받지 않고 호랑이를 거래하거나 뼈, 가죽 등을 매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특히 중국 부호들이 호골주(虎骨酒)나 호랑이 가죽을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

관광객에게 웃음을 선사한 호랑이들의 실제 생활은 참혹했다. 야외에서 관광객을 맞는 3, 4시간을 빼고는 하루 약 20시간을 좁은 콘크리트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오랫동안 고여 있던 물을 먹으며 먹이 그릇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위생 상태도 불량했다.

그 사이 사원은 폭리를 취했다. ‘아기 호랑이에게 우유 젖병을 물려 주고 쓰다듬기’엔 139달러(약 16만6000원)를, 성체 호랑이와 가까이에서 사진 찍기엔 200달러(약 23만9000원)를 각각 받았다. 사원 측은 기부금이라며 현금만 강요했다. 방콕포스트는 호랑이사원의 연 관광 수입이 1억 밧(약 34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사원 측은 태국 당국에 “동물원을 별도로 지을 테니 호랑이를 절반만 남겨 달라”고 통사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마취된 호랑이들을 트럭을 이용해 야생동물보호센터로 옮기는 이송 작전을 이미 시작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태국#호랑이사원#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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