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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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디딤돌, 우주를 잡아라]<중>민간주도형 우주기업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발사체 연소기 제작업체인 ‘비츠로테크’를 방문해 발사체 부품을 살펴보고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발사체 연소기 제작업체인 ‘비츠로테크’를 방문해 발사체 부품을 살펴보고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한국판 스페이스X 만들겠다.’

이달 3일(현지 시간)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무게 3t의 상업용 통신위성 ‘SES-8’ 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위성을 쏘아올린 발사체 팰컨9 개발 비용은 약 3억 달러(약 3200억 원)로, 당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예상한 개발비 30억 달러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세계 발사체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유럽우주국(ESA) 소속 기업 ‘아리안스페이스’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말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 발표함으로써 요동치는 우주 산업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중장기 계획의 핵심은 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단기간에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이 나오긴 어렵더라도 그동안 정부 주도였던 우주 개발 사업을 민간 주도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 일관된 목표로 산업체 키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영국의 우주 산업은 약 6조5000억 원 규모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 매출액 8800억 원으로 195조 원에 달하는 세계 우주 산업 시장 점유율이 0.45%에 그쳤다.

한국형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중소기업 비츠로테크의 방정석 부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수요처가 정부로 한정된 엔진 개발 사업을 지속하려면 필요한 예산이 제때 투입돼야 한다”며 “수요가 많아야 원가 경쟁력도 생기고, 발사체 수요에 대한 로드맵이 있어야 기업도 설비 투자 및 인력 충원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민간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에는 산업체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겼다. 2020년까지 인공위성 11기를 개발함으로써 현재 연평균 0.6기 수준에서 1.6기로 높여 수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2020년 한국형 발사체 4기를 개발해 발사하고, 달 궤도선 및 착륙선에 필요한 한국형 발사체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서곤 우주정책과장은 “국내 우주 산업은 그동안 출연연 중심의 단기적 목표로만 추진돼 시장 환경 불확실성 등에 대응하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체 육성을 위한 ‘우주기술 전문기업 지정제’ 도입과 중소기업 위주의 우주산업체 역량을 모으기 위한 ‘우주산업진흥협회’(가칭) 설립을 중장기 계획에 포함했다.

○ 돈 버는 기술·서비스 만든다


위성이나 발사체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신 중계기나 관제시스템 등 우리나라가 지닌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융복합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도 적극 추진될 계획이다.

이미 쏘아올린 천리안이나 다목적실용위성을 통해 위성영상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게 우선 목표다. 현재 연평균 23억 원의 수출 규모를 2020년 연간 100억 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것.

실제로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든 통신 중계기를 장착한 천리안 위성을 통해서는 이미 초고화질(UHD)급 실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 방송 경험을 쌓아 세계 위성영상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국산 기술로 만든 위성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손도섭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장은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우주 기술 분야에서 통신 중계기나 관제시스템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이런 기술을 지상에서 어떤 서비스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앞으로 고민하고 방안을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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