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키활강코스 가리왕산, 환경영향평가 안 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 환경부, 강원도 “2006년 평가 실시” 주장에 반박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 예정지 ‘가리왕산’(강원 정선군)이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는 강원도 측 발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최근 해명자료를 내고 “가리왕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원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스키 전문가와 지역 환경단체들이 “가리왕산 대체가능지로 제시된 강원 고한읍 만항재 일대 봉우리에 대한 강원도의 검토도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보 2011년 12월 26일자 A13면 평창 스키활강장, 강원도는 ‘국가보호림’…
2011년 12월 29일자 A15면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대안 없다”


○ 엇갈린 발표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강원도는 2006년 10월 25일 가리왕산 중봉 활강경기장 건설공사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용도지역 변경 등 절차 지연으로 평가서 제출을 같은 해 11월 16일 자진 취하했다. 2007년에는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로 중봉 활강경기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란 골프장 등 각종 개발 과정에서 생태환경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야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가리왕산 중봉 활강경기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정부의 검토과정도 없는 등 제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 측 지적이다. 앞서 강원도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리왕산 중봉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2006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현재 가리왕산 일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내부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가리왕산 일대 2400ha(약 726만 평)는 각종 동식물의 종(種) 보존을 위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동물도 서식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강원도는 왜 하지도 않은 가리왕산 환경영향평가를 이미 실시한 것처럼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며 “지나치게 서둘러 일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원도 측은 “올림픽 유치에 실패해 환경부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라며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다시 완벽하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 가리왕산 대체 가능용지 검토 부실?

가리왕산을 대체할 용지 검토도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원도는 지난해 12월 28일 가리왕산 대체가능지로 환경전문가와 언론 등에서 제시한 ‘만항재 1450m 봉우리’에 대해 “검토 결과 활강경기장으로 적합하지 않았다”며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설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만항재가 부적합한 이유로 △설질(雪質) 유지를 위해 햇볕이 덜 드는 북사면에 슬로프를 건설해야 하지만 만항재는 남사면인 점 △하단 구간(540m)은 계곡지역으로 지형의 연속성이 깨져 슬로프 조성 불가 △만항재 표고차가 788m로 국제스키연맹(FIS) 시설기준(800m 이상) 미달 등을 제시했다. 강원도 측은 “3일간 만항재 봉우리의 밑 부분과 만항재 중턱을 조사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최소한 정상까지 직접 올라가보고 항공사진도 찍어보고 능선과 능선의 연결 정도, 경사각 등 많은 부분을 정밀하게 봐야지 활강 경기장 건설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제대로 조사하려면 몇 개월은 걸리는 과정인데 2, 3일 보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강원대 환경연구소 토양환경복원센터와 녹색연합 측도 ‘만항재는 남사면이어서 방향이 부적합하다’는 강원도 발표에 대해 “만항재 1450m 고지의 앞쪽 봉우리는 남쪽이고 뒤쪽 봉우리는 하이원리조트 방향으로 북쪽이기 때문에 뒤쪽 봉우리에 슬로프를 건설하면 북사면이 나온다”며 “슬로프가 남쪽으로 노출된 능선 하단부의 경우 산과 산 사이 생기는 그늘에 들어가 눈이 녹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단부에 위치한 계곡 탓에 슬로프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단절지역 밖으로 코스를 내면서 토목공사로 보완하면 얼마든지 슬로프 조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표고차가 900m 이상 나와 FIS 시설기준(표고차 800m 이상)을 충족시킨다는 얘기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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