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굶어 죽겠다”…최악의 생활고에 곳곳서 ‘봉쇄반대’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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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사회적 봉쇄 조치가 길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멈추면서 생사의 기로에 선 빈국(貧國) 주민들은 “이러다 굶어죽는다”며 시위를 벌이다 분신까지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여부를 놓고 찬반이 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선진국에선 풀어도, 막아도 불만

유럽 각국은 지난달 초부터 전 국민 이동제한령, 상점 폐쇄령, 휴교령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일부 국가에서는 통제 조치를 서서히 해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일부터 면적 800㎡(약 242평) 이하 상점은 문을 열 수 있도록 봉쇄 조치를 완화했다. 다음 달 4일부터 휴교령도 풀린다. 종교 모임도 사회적 거리 유지가 지켜진다면 일정 부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와 폴란드 역시 이날을 시작으로 상점 영업 재개를 허용하는 등 봉쇄령의 단계적 완화에 나섰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등도 제한 조치를 푸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봉쇄 조치 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상점을 폐쇄한 영국 정부는 19일 “단계적 완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 역시 이동제한령을 다음 달 11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봉쇄 조치를 완화한 곳에서는 “너무 이르다”는 불만이 나오고, 봉쇄를 유지하는 나라에서는 “빨리 풀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육노조는 “교실이 작아서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기 어렵고 학생들을 소규모로 가르치기에는 교사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은 전했다. 반대로 프랑스 자영업자들은 “이러다 다 망한다”고 정부에게 봉쇄령 해제를 압박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파리 15구 베트남 식당 주인은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자영업자에게 기약 없는 봉쇄 장기화는 그냥 굶어 죽으란 이야기”라고 밝혔다.

● 개도국에선 폭동 위기 커져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경제난과 정국 불안에 팬데믹까지 덮쳐 최악의 생활고에 직면한 탓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레바논에선 수도 베이루트와 트리폴리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승객을 1명만 태우도록 한 규정을 어겨 벌금형을 받은 택시기사는 택시에 불을 질렀고, 시리아 내전을 피해 건너온 난민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분신했다. 케냐에서는 경찰이 통행금지 조치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12명의 시민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인도의 경제 중심지 뭄바이에선 해외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노동자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데다 이동제한 조치로 고향으로 돌아갈 길까지 막힌 이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에선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이 계속되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정경대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는 WP에 “민주주의와 상관없이 극도의 빈곤과 배고픔으로 인한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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