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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에서 일본이 패전한 이유[동아 시론/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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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에서 일본이 패전한 이유[동아 시론/김경준]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입력 2020-01-22 03:00수정 2020-01-2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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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과학자가 개발한 탐지 안테나
일본은 무시… 영국이 먼저 무기화
美 스텔스 능력도 원래 소련 연구물
낯설고 거부감 큰 신기술 포용력이 미래 경쟁에서 국가 승패 좌우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영화 ‘미드웨이’가 극장가에서 화제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2년 6월 초 태평양에서 벌어졌던 미국과 일본의 주력 함대 간 전투가 배경이다.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 기습 성공으로 우위에 섰던 일본 해군이 항공모함 4척이 침몰하는 참패로 전쟁의 향방이 바뀌었던 대(大)해전이다. 상대 전력에서 열세였던 미국 해군의 중요한 승리 원인 중에 암호 해독과 레이더가 있다. 그런데 레이더 핵심 장비였던 안테나는 일본 과학자가 발명했다는 흥미로운 역설이 존재한다.

레이더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출현했지만 전파의 송수신에 효과적인 안테나가 없어 실용화가 어려웠다. 그러던 1926년 영국에 유학하던 일본인 공학자 야기 히데쓰구와 우다 신타로가 우수한 전파 지향성으로 물체 탐지가 가능한 안테나를 개발했다. 그러나 자국민이 개발한 첨단기술을 당시 일본군 수뇌부는 무시했다. 불안정한 레이더 기술보다 훈련시킨 인간의 시력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잠재력을 알아차린 영국은 1935년 ‘야기-우다 안테나’를 접목한 군사용 레이더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다.

일본군은 1942년 싱가포르 점령 후 입수한 영국군의 레이더 관련 문서에 반복되는 ‘야기(Yagi)’란 단어를 접하자 암호로 생각하고 영국군 포로를 신문했다. 안테나 발명자인 일본인 이름이라는 대답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레이더 개발에 나섰으나 때는 늦었다. 연합군은 레이더를 적극 활용하여 영국 본토 항공전, 미드웨이 해전 등 주요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전쟁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갔다.


야기-우다 안테나의 일화에 기술-변화 수용성의 중요성이 내포되어 있다. 첨단기술 개발이 기술적 우위의 필요조건이라면 조직의 기술-변화 수용성은 충분조건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획기적 기술도 초기부터 각광받기는 어렵다. 시대를 앞서는 기술의 특성상 이해하기도 어렵고, 생소한 기술의 적용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으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조직 내부에서 기술을 이해하는 안목과 실질적 변화로 연결하는 역량이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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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초우량 기업 제록스가 1970년 설립한 팰로앨토 연구소가 고전적 사례다. 당대 최고의 공학자들을 모아서 개인용 컴퓨터, 레이저 프린터, 마우스,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최초의 혁신적 제품들을 연이어 개발했다. 그러나 기술적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한 경영진은 대규모 투자 대비 실질적 성과가 부족하다고 불만이 많았다. 또한 연구자들은 개발한 기술의 사업성을 이해하고도 경영진을 설득하지 못했다. 사업화에 미흡해 사장될 뻔했던 기술들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HP 등에서 꽃피우면서 디지털 시대를 개막했다.

현재 세계 최강인 미군 공중 전투력의 핵심인 스텔스 기술도 기술 수용성의 산물이다. 1970년대 미국 공군은 소련 공군의 조기경보망 돌파가 어려운 위기 상황이었다. 1975년 록히드마틴에 근무하는 36세의 젊은 엔지니어 데니스 오버홀저가 소련 모스크바공대 표트르 우핌체프의 논문에서 스텔스 아이디어를 찾았다. 레이더 반사단면을 최소화하면 대형폭격기도 나방 크기로 인식된다는 개념이 실용화되었다. 1981년 등장한 스텔스 폭격기 F-117 나이트 호크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소련의 방공망이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이후 스텔스 기술은 전투기, 군함으로 확장되면서 무기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1990년 스텔스 아이디어 창안자인 우핌체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전자기학을 강의했다. 자신의 논문이 스텔스기 개발에 끼친 영향을 모르다가 소식을 접하자 “소련의 나이 먹고 완고한 설계자들은 내 이론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술회했다는 후문이다.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시대가 개막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 확보를 위해 내부 개발은 물론이고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라이선싱 등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지평선이 펼쳐지는 격변기일수록 기술-변화 수용성이 관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미드웨이#일본군#디지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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