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지급할 것”…첫 판결, 내용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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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 후 2년 뒤 자살하는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약 약관을 내걸고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에 대해 법원이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뒤 나온 첫 판결로, 판결이 확정되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 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씨 등은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시 일반 보험금 외에 1억 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도 가입했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으나 단서 조항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 측은 “2년이 지난 뒤 자살했으므로 보험금 1억 원을 달라”고 주장했고,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재해보험금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박 판사는 “2년 경과 자살도 정신질환 자살과 동일하게 재해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두 가지 자살을 나눠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에 대해선 “문언의 구조를 무시하는 무리한 해석이며 일부만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한 해석방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ING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검사 결과, ING생명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자살보험 규정을 일반 사망이 아닌 재해사망 특약(일반사망보험금의 2배 이상)에 넣었다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자 표기상 실수라며 재해사망 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했다. ING생명이 보험 가입자에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560억 원에 달했다.

앞서 ING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약관에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보상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고도 보험금이 절반 이하인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17개 생보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179억 원이며 재해사망 특약이 들어간 보험계약 건수는 281만7173건이다.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통보에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공동 소송으로 맞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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