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07세 철학자의 “AI 시대 인문학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3일 01시 40분


◇AI 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김형석 지음/168쪽·1만5000원·위더북

정말, 감정에 치우치고 부정확한 인간 대신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술적으로야 가능할 테고, 권력이 바뀌면 재판 결과도 바뀌고, 상식적인 기준도 없이 자기편을 사면·복권하는 모습에 질린 사람이라면 차라리 ‘팔이 안으로 굽지 않는’ AI가 판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AI 교사라면 악성 민원에 고통받지도 않을 테고, 있는 집 자식이라고 더 편애할 리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가 돼야 할까.

학문이 취업률로 평가받던 시대에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던 ‘인문학’. 그 인문학이 AI 시대에 오히려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기술적 문제는 AI로 대체할 수 있지만, 기획이나 이해관계 조율, 문제 정의, 윤리적 판단 등은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107세 철학자인 저자는 “AI는 효율을 말하지만, 인문학은 가치를 말한다”며 “AI가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사회 시스템, 정치 제도, 학문의 방향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인문학은 바로 그 질문을 다루는 학문이다. 답이 하나일 수 없는 세계, 선택과 가치가 얽혀 있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1강 ‘인문학,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에서)

문득 몇 년 전 저자와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받은 상금을 모두 제자들에게 맡겨 문화·사회 사업에 쓰고 있었는데, “내가 번 돈이라기보다 사회가 맡긴 돈이기에 나를 위해 쓰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교수 때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이 수두룩한데, 스승이라는 사람이 월급이 올라갔다고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타고난 품성과 그릇 때문이겠지만, 인문학도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면, AI가 제아무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달한들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AI 시대#인문학#윤리적 판단#인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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