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동아프리카의 섬나라인 세이셸공화국의 관광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인도양 위에 흩어진 115개 섬으로 이뤄진 세이셸의 관광산업을 한국에서 홍보하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세이셸관광청 극동아시아 지역담당 마켓 매니저인 아미아 요바노빅-데지르와 사이다 무사드가 방한해 세이셸 관광산업의 현황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그들은 발표 도중 세이셸에서 직접 가져온 진귀한 열매인 ‘코코드 메르(Coco-de-Mer)’를 보여주었습니다.
코코드 메르를 처음 보았을 때 눈을 뗄 수 없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가장 기묘한 생김새의 열매입니다. 때로는 자연이 더 노골적인 건가요? 시각적으로는 이 이상 솔직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코코드 메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존재합니다. 암과일은 풍만한 모습에 가운데가 갈라진 모양이 여성의 신체를 똑 닮았는데, 수꽃(Male Flowers)도 장관입니다. 길고 육질적인 남성적 형태의 꽃차례로 피어나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열매와 꽃을 ‘아담과 이브의 열매’라고 부르죠. 식물인 꽃과 열매가 어떻게 노골적으로 생명의 본질을 표현하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세이셸 관광청 관계자들은 “현지에서는 이 열매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말했습니다.
코코드 메르는 단순히 외모로만 유명한 게 아닙니다. 이것은 기네스북 공식 인증을 받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씨앗’입니다. 무게는 25~40㎏에 달하고, 때론 약 43㎏까지 자란다고 하네요.
더욱 신기로운 것은 이 식물의 희귀성입니다. 코코드 메르는 세이셸의 프랄린섬과 큐리어스섬에서만 자연적으로 자랍니다. 지질학적, 기후학적, 환경적으로 이 섬들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증명하는 증거죠.
요바노빅-데지르 매니저는 “세이셸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해양 액티비티, 트레킹, 골프, 스포츠 피싱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여행지”라며 “특히 한 번의 여행으로 여러 섬을 둘러보는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이 가능하다는 점은 세이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세이셸은 아프리카와 인도양 지역을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에티오피아항공(아디스아바바 경유), 에미레이트항공(두바이 경유), 에티하드항공(아부다비 경유), 카타르항공(도하 경유), 스리랑카항공 및 에어세이셸(콜롬보 경유) 등을 이용해 세이셸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이셸의 대표 럼 브랜드인 ‘타카마카 럼(Takamaka Rum)’도 소개됐는데요. 사탕수수로 만드는 40도짜리 럼주는 마셔보니 향긋한 향기와 함께 뒷맛이 달짝지근한 느낌이 드네요.
코코드 메르는 어떻게 알려졌나
18세기 유럽. 선원들은 인도양에서 기묘한 물체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무게 30㎏이 넘는 거대한 열매. 생김새는 기묘했습니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떤 나무가 이런 기괴한 열매를 맺을까?
그때 사람들이 지어낸 이름이 바로 ‘코코드 메르(Coco-de-Mer)’입니다. ‘바다의 코코넛’이라는 뜻이죠. 사람들은 아무도 이 열매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시 유럽 학자들은 황당한 가설들을 제시했습니다. 일부는 이 거대한 열매가 “바다 밑의 신비한 나무에서 자란다”고 믿었습니다. 신화적 영역의 것이라는 의미였죠. 그들은 이를 ‘금단의 열매(Forbidden Fruit)’라고 불렀습니다.
중국의 건륭제 황제(재위 1736~1795)도 이 신비한 열매에 매료됐습니다. 청나라 시대, 아름다운 전각과 정원을 애호하던 건륭제는 코코드 메르를 수집해 귀중한 보물로 여겼다고 하네요. 바다 건너의 먼 섬에서 온 이 신비한 씨앗은, 동과 서를 막론하고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죠.
1768년, 프랑스 해군 장교 샤발리에 마리용 뒤프레스네가 이끄는 원정대가 세이셸에 상륙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세이셸의 프랄린섬이라는 숲에서 자라는 야자수에서 이 열매가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코코드 메르를 ‘아담과 이브의 열매’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한 외모의 닮음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기에 깊은 종교적, 철학적 상징성이 숨어있습니다.
암 과일(Female Fruit)은 하나의 완성된 형태입니다. 그것은 25~30㎏의 무게를 가진, 쌍으로 갈라진 거대한 구형 열매로, 여성의 육체를 연상시킵니다. 18세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 모성 그 자체를 상징했던 것입니다.
수 꽃(Male Flowers)은 길고 육질적인 형태로 피어나는데, 이는 분명히 남성성을 상징합니다. 길이만 46센티미터에 달하는 이 육수화서(肉穗花序)는 수십 개의 작은 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생산합니다.
이 둘이 만나 생명의 순환을 이루는 그 모습이, 마치 성서 속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이루는 완전한 관계의 비유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식물이 이원론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 인간에게는 신성한 신비였습니다.
세이셸의 프랄린섬은 15억년 전 곤드와나 대륙(Gondwana) 시대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해온 거대한 화강암 섬입니다. 18세기 프랑스가 세이셸을 차지하기 이전까지, 이 섬은 해적과 탐험가들의 보물섬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발레 드 메(Vallée de Mai)’. ‘5월의 계곡’이라는 이름의 이 원시림은 거의 변하지 않은 형태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죠.
1983년, 유네스코는 이곳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단순히 코코드 메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살아있는 박물관이었습니다. 세이셸의 자연사 전체가 이 19.5헥타르의 숲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코코드 메르는 한때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 신비로움과 희귀성 때문에, 사람들은 이 열매를 채취하고 판매했습니다. 19세기에는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남획이 심해졌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세이셸 정부는 이를 국보급 유산으로 엄격하게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발레 드 메를 방문하려면 관리자의 동반이 필수이며, 열매를 마음대로 채취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열매를 쓰다듬고 만집니다. “이 열매를 만지면 행운이 뒤따른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들은 이 열매를 만지며 어떤 소원을 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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