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 ‘돌 호랑이’(사진) 한 마리가 등장했다. 광화문 앞을 지키는 늠름하고 근엄한 해태상과 비교하면 어쩐지 귀엽고 해학적인 외모다. 산중호걸이라기엔 다소 허술해 보이지만, 박물관을 지키는 수호신 격이다.
과거 무덤과 마을을 수호하던 석호(石虎)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석수(石獸·동물 형상을 새겨 만든 석물)의 한 종류다. 조선 중기의 예법서 ‘가례집람(家禮輯覽)’에 따르면 석수는 주로 왕릉 입구에 세워져 묘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상징인 호랑이와 양, 무덤 앞 문무인석(文武人石·문관과 무관 형상으로 만든 돌)이 타고 다닌다는 말 등 종류가 다양했다.
한길중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특히 ‘맹수의 왕’ 호랑이는 침입을 막는 수호의 의미가 강했다”며 “석호 한두 쌍을 무덤 바깥쪽으로 향하게 세워 묘지를 지키도록 했고, 마을 입구에 세워 수호신처럼 여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석호는 특히 석양(石羊)과 쌍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많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는 양과 호랑이가 예부터 각각 음과 양을 상징한 것과 관련이 있다.
돌로 만든 사람, ‘석인(石人)’의 표정이 다채롭듯 석수의 얼굴도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왕릉에 놓인 석호들이 통상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인 것과 달리, 18세기 이후 민묘(民墓)에 세워지기 시작한 호랑이들은 친근한 얼굴을 띠고 있다. 열린마당의 석호도 민묘를 지켰을 가능성이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책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에서 “민묘의 석호는 장식성이 뛰어나 일찍이 다 분실되고 남은 것이 거의 없다”며 “민화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새끼 호랑이처럼 민예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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