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으며 웃고 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두 손을 맞잡고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은 당 대표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말한 것은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 도전을 앞두고 6·3 지방선거 책임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 시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불참한 반면에 정 대표의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김민석 국무총리는 참석한 것을 두고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이 김 총리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권과 대비해 민심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정 대표 연임 포기 요구가 잇따랐다.
● 정청래 “민심이 천심”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의 6·3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면서도 “민주당은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지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다각도로 살피겠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 없이 당의 전반적인 책임만 거론한 것.
그러면서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 말미에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곧 하늘”이라며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민심을 앞세우며 연임 포기 요구 등에 정면돌파를 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에도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의원총회도 생중계하라고 문자들 많이 하신다”며 “당원 뜻 받들어 그렇게 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올렸다. 지방선거 책임론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는 11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강성 당원들이 요구해온 생중계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당원·대의원 1인 1표제 추진과 2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도 생중계를 추진하다가 의원들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또 정 대표는 친청(친정청래) 성향이 강한 지지층이 많은 딴지일보에 최고위 발언과 의총 생중계 추진 글을 올리며 “많은 고뇌와 회한의 밤을 보낸다”고 말해 지지층을 자극했다.
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한 지도부 소속 친명계 의원은 “자신이 여전히 민심의 편에 있고 정권은 유한하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문진석 의원(재선·충남 천안갑)은 페이스북에 “집권 여당 대표의 언어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우리 당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썼다. 의원총회 생중계 추진을 두고는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입막음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에 대해 “당무에 관련된 사안을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 鄭 책임론 놓고 친명-친청 충돌
당 안팎에서는 친명계와 친청계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최고위 공개석상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출마하지 않는 것이 당원에 대한 도리”라며 정 대표의 불출마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은 “비난과 비판을 하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이의 고뇌가 더 무겁다”며 정 대표를 엄호했다.
친명계 원외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에서 “내란 세력 부활의 발판을 허용한 지도부는 백의종군으로 책임지라”며 정 대표를 정조준했다. 반면 최민희 의원은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선거의) 핵심이 서울시장 정원오 후보였다. 사실상 많은 분들이 ‘명픽’(이 대통령의 선택)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또 코스피 8,000 달성 등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언급하며 “밑바닥에선 ‘윤석열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 나의 삶이. 게다가 유가가 올라서 너무 힘들다’ 이런 걸 더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정 대표 체제에서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지은 대변인은 전날 “윤석열(전 대통령)이 누구 찍어서 당 대표 시킨다고 엄청 욕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걸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가 친명계 지지층을 중심으로 ‘해당 행위’라는 반발이 불거지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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