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을 공격하는 새 떼와 새장 속 모란앵무 한 쌍의 대비를 통해 관객에게 새의 상징 의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한시의 역사에서 새는 다양한 이미지로 존재해 왔다. 주로 남녀 간의 사랑, 이상적 인격, 등용에 대한 바람, 자유로운 정신세계 등을 나타내던 새가 공포스럽기까지 한 모호한 이미지로 변형된 경우가 있다. 당나라 한유의 다음 시가 그런 예다.
시는 한 쌍의 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 두 마리가 소란을 일으키고 세상에 피해를 입히자 하느님이 잡아다 벌을 줬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언젠가는 두 새가 다시 만나 울게 될 것이라고 마무리 지어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시에서 새 한 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선 역대로 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당대 백성에게 해를 끼치던 불교와 도교를 가리킨다고도 하고, 이백과 두보 혹은 시인 자신과 시벗 맹교(孟郊)를 빗댄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시만으론 우의한 바를 파악하기 어렵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새’(1963년)에서도 이전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을 공격하는 요란스러운 새 떼가 등장한다. 영화는 애완동물 가게에 새를 사러 왔다가 마주친 미치와 멜라니라는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멜라니는 미치의 여동생 캐시에게 잉꼬 한 쌍을 선물하기 위해 미치의 집을 찾았다가 새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후 마을에는 연이은 새 떼 습격 사건이 일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게 된다. 영화에서 새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끝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새의 상징적 모호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시에서 한 쌍의 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영화에선 처음과 끝에 나오는 새장 속 모란앵무(Lovebirds) 한 쌍에 시선이 모아진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모진 시련 속에서도 사랑은 살아남는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프랑수아 트뤼포, ‘히치콕과의 대화’). 시에서도 마지막에 두 새가 다시 만나 서로 울며 노래할 것이란 기대를 담았다는 점에서 시인 자신과 ‘절친’의 앞날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곱씹어 볼수록 새의 상징 의미가 다시 알쏭달쏭해지는 게 시와 영화의 공통된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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