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학생 장기결석률이 회원국 중 가장 낮은 나라다.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기준 학교를 3개월 이상 결석한 학생은 조사 대상국 평균 7.6%인 데 반해 한국은 2%에 그쳤다. 그러나 교실 안 풍경은 사뭇 다르다. 2023년 교육부 조사에서 고교생 27.3%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몸은 학교에 있지만 마음은 교실에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대체 어디에서 배우는 것일까.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75.7%, 주당 평균 사교육 시간은 7.1시간이었다. 사교육 목적은 절반(49.5%)이 ‘학교수업의 보충’이었다. 학원에서 먼저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다시 확인하는 학생이나 학원에서 수업 결손을 보완하는 학생에게 교실은 배움의 1차 공간이 아니다. 학교에 출석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학교 밖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국가데이터처(당시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중고교생의 교우관계 만족도는 71.6%, 교사 관계 만족도는 65.3%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교육 방법 만족도는 50.3%에 그쳤다. 2023년 국제 수학·과학 성취도 평가(TIMSS)에서도 한국 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최상위권이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국제 평균을 밑돌았다. 학교는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편안한 곳이지만 학업을 성취하기에 만족스러운 곳은 아닌 셈이다.
이 괴리가 극단에 이르면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기 마련이다. 고교 학업 중단율은 5년 연속 올라 2024년 기준 2.1%로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다. 자퇴 이유의 68.8%가 검정고시 준비 등을 포함한 ‘기타’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의 일반고 학업 중단율(2.2∼2.3%)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수능을 응시한 검정고시 출신은 4년 새 57% 늘어 지난해 2만20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의 수능 수학 1등급 비율(3.2%)은 고교 3학년(2.2%)보다 높다. 이런 결과는 학교에 남는 게 입시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학교는 사람을 선발해 가르치고 키워 왔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학교는 지나치게 선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의 서열 다툼을 위해 배우고 있다. 학교가 내신을 얻는 하나의 수단이 될 때 배움의 의미는 퇴색된다. 교실에서 잠을 자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학교가 배움의 의미를 잃었다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 정책 목표는 ‘학생이 출석했는가’에서 ‘학생이 학교에서 실제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교육통계에 출석률, 학업 중단율 등 결과 지표뿐만 아니라 수업 집중, 흥미, 자기주도성 등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 포함해야 한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학생 결석률이 가장 낮다는 사실은 분명 높은 성취의 결과다. 하지만 높은 출석률만큼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출석률은 높지만 학업 성장은 나타나지 않는 교실, 이런 역설적 상황 앞에서 학교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되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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