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석인 법무부 장관에 자신의 형사사건을 변호했던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권한대행을 지명했다. ‘반(反)무기화 기금’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집권 공화당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블랜치 지명자의 미 상원 인준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랜치 대행을 법무장관에 지명하고, 상원에 인준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미 콜로라도주 덴버 출신으로 연방검사를 지낸 블랜치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 추문 사건 등에서 변호인으로 활동한 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했다. 2023년 대형 로펌에서 나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대선 패배 불복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그를 법무부 차관에 기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극단적인 요구를 기꺼이 실행해온 충성스런 측근을 승진시켰다”고 전했다.
블랜치 지명자는 이른바 ‘반무기화 기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상당한 반발을 샀다. 반무기화 기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세청을 상대로 낸 1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법 피해를 본 자신의 지지층을 위해 조성하겠다고 밝힌 재원이다. 하지만 최근 공화당 등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미 법무부가 기금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블랜치 지명자의 상원 인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민주당 상원 의원 전원이 반대할 거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에 일부 찬성표를 던졌던 존 페터먼 상원의원(민주당)도 “블랜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NYT는 “의회 청문회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까다로운 정치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기금 문제를 두고 블랜치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전했다.
NYT는 백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기록 공개 논란도 블랜치 지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팸 본디 전 미 법무장관은 하원에서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서 블랜치 대행(당시 차관)이 파일 공개 과정을 총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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