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1년 회견] 6·3 지방선거 결과 평가
“골프와 선거는 고개 들면 지는 것”
경합지역 패배 놓고 黨책임에 무게
신-구주류 갈등엔 “사상검열 안돼”
與, 8월17일 전대서 당대표 선출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4번째 공식 기자회견인 이날 약 2시간 45분에 걸쳐 21개의 질문에 답했다. 뉴시스
“이겨야 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에 치러진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중 12곳에서 이겼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핵심 승부처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의 평가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 변화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 李 “여당은 포용, 통합 역할 해야”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평가를 묻는 말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국민이 제게 또는 정권에 주는 경고다.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 3일은 저도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정치 선거에서 중립해야 하는데, 표정은 중립이 잘 안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권한을 가진 집권당과 야당은 달라야 한다”며 “야당일 땐 막 공격하면 되지만 집권했을 때는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은 그릇이 돼 포용, 통합 역할을 잘해야 한다”며 “과격한 표현이나 색채 구분, 사상 검열 등 이해관계를 가지고 모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 구주류와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신주류 간 갈등이 빚어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들면 진다”며 “1억 개의 눈과 귀를 가지고 5000만 개로 말하는 거대한 지성체들은 속일 수 없다. 국민은 역시 무서운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선거에서 구청장 합계 득표와 시장 합계 득표의 차이가 크다고 한다”며 “옛날엔 줄투표를 했는데 요즘은 안 그렇다. 한 명 한 명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정 기조는 바뀔 게 없다”며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지금보다 더 빠르게, 힘들여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정 지지율이 60% 안팎을 기록하는 가운데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일부 경합 지역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당의 책임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 與 지방선거 평가위 설치하기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역대 대통령과 다른 디테일에 강한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며 “한마디로 ‘대체 불가’한 이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슬로건 ‘대체 불가 대한민국’에 빗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높게 평가한 것. 다만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방선거 평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내 일각에서 정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평가위원회를 통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고 이를 담은 백서를 발간하자는 것. 조승래 사무총장은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로 우리 당의 엄중한 현실을 평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에선 이언주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등 지도부 책임론이 이어졌다.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전국적으로 작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8월 17일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면서 정 대표도 이르면 이달 중순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을 기만한 허황된 말잔치”라며 “지난 1년간의 실정에 대한 처절한 성찰도, 책임도, 해법도 찾아볼 수 없는 자화자찬과 남 탓의 종합판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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