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는 더 오래, 감량은 더 세게…비만치료제 ‘고용량’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8일 14시 11분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놓여 있다.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4주)씩 투여하도록 개발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로, 의사가 처방한 뒤 약사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2024.10.17 [서울=뉴시스]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놓여 있다.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4주)씩 투여하도록 개발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로, 의사가 처방한 뒤 약사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2024.10.17 [서울=뉴시스]


비만치료제 시장이 ‘더 길고 더 센’ 약을 향한 경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한 번 맞으면 효과가 오래 가도록 투약 간격이 길어지고, 빠지는 체중의 폭은 점점 커진다. 당뇨병 치료제로 출발한 ‘GLP-1’ 계열 약물이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비만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 고용량 카드 꺼낸 위고비·마운자로

국내에서도 글로벌 양대 비만약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나란히 고용량 카드를 꺼내며 경쟁에 불을 댕겼다.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고용량 제품인 12.5mg과 15mg을 10일 국내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2.5·5mg을 시작으로 7.5mg, 10mg을 차례로 도입한 데 이어 이번 출시로 허가받은 전 용량을 갖추게 됐다. 식욕을 억제하는 두 호르몬(GLP-1·GIP)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임상에서 15mg을 72주간 투여한 환자들은 체중이 평균 22.5% 줄었다. 마운자로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처방 10만 건을 넘겨 먼저 자리 잡은 위고비를 앞질렀고, 일부 용량은 품귀를 빚을 만큼 수요가 몰리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종로베스트의원에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놓여 있다.   이 약은 주 1회 투여로 GIP 수용체 및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주사제다. 인슐린 분비 촉진, 인슐린 민감도 개선, 글루카곤 농도 감소를 통한 혈당 강하, 위 배출 지연을 통한 음식 섭취 감소 및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 2025.08.20 [서울=뉴시스]
20일 서울 종로구 종로베스트의원에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놓여 있다. 이 약은 주 1회 투여로 GIP 수용체 및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주사제다. 인슐린 분비 촉진, 인슐린 민감도 개선, 글루카곤 농도 감소를 통한 혈당 강하, 위 배출 지연을 통한 음식 섭취 감소 및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 2025.08.20 [서울=뉴시스]


경쟁자인 위고비도 고용량으로 맞불을 놨다. 노보노디스크는 기존 2.4mg보다 용량을 높인 7.2mg ‘위고비 HD’를 내놨다. 임상에서 72주간 평균 20.7%를 감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유럽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 최고 용량은 아직 2.4mg이지만 글로벌 확장 흐름에 비춰 고용량 도입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에는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사들도 자체 개발한 비만 신약 출시를 준비해 시장 선택지가 더 넓어질 전망이다.

● 고효능 주사로 추격하는 후발 빅파마

후발 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비만약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당뇨병학회(ADA) 학술대회에서는 차세대 후보물질의 성적표가 잇따라 공개됐다. 화이자는 한 달에 한 번만 맞는 비만 주사제 ‘베로베나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매주 맞는 기존 약과 달리 투약 부담을 크게 줄인 것이 강점으로, 4주에 한 번 맞는 방식으로 14개월간 약 15%를 감량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신생기업 메트세라를 100억 달러(약 15조5000억 원)에 인수해 이 약을 손에 넣었고, 석 달에 한 번 맞는 지속형 약물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임상 2상에서 메스꺼움(38%)과 구토(23%) 등 부작용은 기존 주사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됐다.

스위스 로슈가 개발하는 주사제(에니세파타이드)는 48주 만에 22.7%를 감량했고, 최고 용량 환자의 4분의 1 이상이 체중을 30% 넘게 줄였다. 48주 시점까지 감량세가 꺾이지 않아 더 오래 쓰면 효과가 커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미국 암젠도 월 1회 주사제를 후기 임상에서 시험 중이다.

빅파마들의 각축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체중 감량에 그치지 않고 수면무호흡, 무릎 관절염 등 비만 관련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다만 효과가 강해질수록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위장관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비싼 약값과 들쭉날쭉한 공급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지난해(2025년) 기준 약 460억 달러(71조 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이 2030년 최대 2000억 달러(3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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