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의 롤링머니] 소득공제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유리… 투자 포트폴리오에 필요한지 따져봐야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출시된 5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구 앞에 판매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동아DB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출시 이틀 만에 전체 판매 물량의 97.5%가 소진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월 22일 출시 첫날에만 전체 물량의 87%가 나간 데 이어, 연휴가 끝난 26일 출시 이틀 만에 97.5%(약 5850억 원)가 판매됐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21년 3월 29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판매에 들어갔고, 7영업일 만에 일반투자자 모집 1460억 원이 모두 마감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펀드에 가입해 홍보를 도우려 했는데 조기 완판돼 기회를 놓쳤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대통령조차 사지 못한 펀드였던 셈이다.
5년 전 판매된 ‘뉴딜펀드’ 실수익률 0.75% 두 펀드는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무척 닮았다.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가장 기대하는 바는 결국 펀드가 가져올 성과일 것이다. 새로 판매된 펀드의 미래 성과를 점칠 수는 없으니, 5년 전 판매된 뉴딜펀드의 성적표부터 확인해보자.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산된 뉴딜펀드 자펀드 10개의 내부수익률(연환산수익률)은 평균 2.14%였다. 당시 1년 만기 예금금리가 2~3%대였다. 그나마 예금 수준의 수익이라도 건진 것은 정부 재정이 손실을 먼저 떠안아준 덕분이다. 재정 지원을 걷어낸 실제 자펀드 평균 수익률은 0.75%였고, 일부 자펀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초기 흥행과 최종 성과는 별개다. 대기 줄이 길다고 모두 맛집은 아니다. ‘정부가 설계하고 손실까지 일부 보전하는 펀드’라는 간판이 높은 수익률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국민성장펀드의 장단점을 분석해보자. 먼저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소득공제 혜택이다. 가입 후 3년 이상 유지하면 공제율이 투자금 3000만 원 미만 구간 40%, 3000만~5000만 원 구간 20%, 5000만 원 초과~7000만 원 구간 10%로 차등 적용된다. 최대 소득공제 한도는 1800만 원이다.
흔히 이 대목에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3000만 원을 넣어 1200만 원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하면 1200만 원을 돌려받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에서 1200만 원을 빼주는 것이고, 실제 환급액은 본인의 한계세율(초과수익에 대해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비율)에 달려 있다. 같은 3000만 원을 넣어도 과세표준 1400만 원 이하 구간(소득세율 6%·지방세 포함 7.6%)이라면 환급액은 약 79만 원,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초과 구간(소득세율 38%·지방세 포함 41.8%)이라면 약 502만 원이다. 6배 넘게 차이가 난다. 소득공제는 본질적으로 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환급액의 체감 크기다. 즉시 환급률만 보면 한계세율 26.4% 구간(과세표준 5000만 원 초과~1억5000만 원 이하)에서 3000만 원 투자 시 약 10.6%로 제법 큰 듯하다. 하지만 5년간 자금이 묶이는 상품이라 5년으로 나눠 환산하면 연 2% 수준이다. 소득공제율이 가장 높은 경우(3000만 원 투자, 한계세율 44%)도 연 3.3% 정도다. 소득공제 환급은 5년간 돈을 묶어두고 받는 연 0.5~3.3%짜리 추가 수익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펀드 운용 성과가 얹히는데, 운용 보수 연 1.2%(온라인 가입 시 약 1.0%)를 매년 차감한 뒤 남는 것이 투자자의 실제 수익이 된다.
그렇다면 운용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도 기대수익률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자펀드 운용사가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기준수익률을 5년 누적 30%, 연 6% 수준으로 설정했다. 펀드가 이 6%를 넘기지 못하면 운용사는 정해진 보수만 받고, 넘기면 초과분의 일정 비율을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운용사에 수익을 더 내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이니 구조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연 6%는 운용사 인센티브의 기준선일 뿐, 투자자에게 약속된 수익률이 아니라는 점이다. 뉴딜펀드의 자펀드 실수익률이 0.75%였다는 기록은 기준선과 실제 성과의 차이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번 펀드는 뉴딜펀드의 한계를 보완하려 한 측면이 있다. 운용사의 자율 투자 비중을 넓혔고, 운용사가 결성금의 1% 이상을 후순위로 출자해 손실을 같이 감당하도록 의무화했다. 운용사도 자기 돈을 넣어 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변동성 커질 수밖에 없는 첨단산업 투자
자펀드들은 결성 금액의 60% 이상을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12개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펀드들은 다양한 기업을 담겠지만 한국 첨단산업이라는 좁은 영역에 집중되는 구조다.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크게 벌 수도 있지만 크게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손실 20%를 우선 부담한다고 해도 그 이상 손실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세금 혜택만 보고 이 펀드를 고르는 것은 백화점 세일 쿠폰이 아까워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세금은 투자라는 몸통에 따라붙는 꼬리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둬서는 안 된다. 좋은 투자를 먼저 정한 뒤에 절세가 따라오는 것이 순서다.
예상을 웃도는 수요에 금융당국은 하반기 추가 물량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가입을 검토 중이라면 3가지 질문에 답변해보길 바란다. 첫째, 이 펀드의 투자 대상인 첨단전략산업이 내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필요한가. 둘째,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세액공제 한도(연 900만 원)는 다 채웠는가. 아직 채우지 못했다면 절세 효율이 더 높은 개인연금 추가 납부를 먼저 검토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셋째, 5년 동안 손대지 않아도 되는 자금인가. 이 질문들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검토할 만하고, 하나라도 ‘아니다’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5년 전 펀드 투자자들의 성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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