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AI가 시 쓰는 시대
AI시대, 문학상들의 미래는… “AI 문학 창작이 당연한 세상 온다”
공학-법학 등과 협업한 ‘과정 심사’… “노벨상도 ‘문학의 경계’ 고민할 듯”
15일 김언 시인과 허희 문학평론가, 권보연 사이버텍스트 디자이너의 대담에선 신춘문예와 노벨 문학상 등 기존 문학계를 지탱해 온 제도들이 인공지능(AI) 문학 시대에 어떤 변화를 맞을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최근 언론사 신춘문예를 진행하는 주요 언론사는 응모 편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진행한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역시 9개 부문에 걸쳐 접수된 작품은 총 9113편으로, 2024년(7384편)보다 1729편이 더 늘어났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AI 활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신춘문예도 면접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몇몇 신춘문예는 공모 요강에 ‘AI로 작성한 것이 드러날 경우 당선을 취소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한다.
● “신춘문예에 ‘AI 문학’ 부문 만들자”
김 시인은 신춘문예에 아예 ‘AI 문학’ 부문을 신설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그는 “일부 대학에선 이미 AI를 활용한 문학·영화 공모전이 열린다”며 “차라리 별도 부문을 만들어 실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권 디자이너는 이럴 경우 ‘과정 검증’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최종 결과물만 놓고 인간과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방식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며 “프롬프트, 데이터베이스, 사용한 도구, 창작자의 의도와 비전까지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디자이너는 이어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역량”이라며 “문학가뿐 아니라 공학자, 사회학자, 법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심사위원이 함께 참여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협업적 심사 구조야말로 AI 문학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방식일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 세대의 인식 변화도 언급됐다. 김 시인은 “10년쯤 지나면 AI를 활용해 썼다는 사실 자체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세대가 등장할 수 있다”며 “인간이 썼는지 AI가 썼는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질문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50년 뒤 노벨 문학상은
노벨 문학상은 ‘인간 문학’의 마지막 보루로 남을까. 허 평론가는 노벨 문학상 역시 끊임없이 문학의 경계를 확장해 온 제도라고 짚었다. 2016년 밥 딜런의 수상 당시에도 ‘대중 가수가 어떻게 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수상 때는 르포르타주 형식의 작품이 문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거셌다.
허 평론가는 “노벨 문학상은 계속해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온 제도”라며 “AI와 문학이 결합한 형태의 작품이 충분히 축적된다면, 50년 뒤에는 그런 작품이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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