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전폭 지지했지만… ‘헝가리 트럼프’ 16년만에 실각

  • 동아일보

총선서 199석중 55석 그쳐 참패
부패 스캔들-경제난 속 야당에 몰표
새 총리 유력 머저르 “EU 관계 개선”


헝가리에서 16년간 장기 집권한 친(親)러시아, 친트럼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사진)가 12일 총선에서 패배했다. 대신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앞세운 신생 정당 티서가 전체 199석 중 138석을 휩쓸었다. 이에 따라 EU의 러시아 제재 강화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선에서 개표율 98.9% 기준으로 야당 티서가 138석을 차지해 독자적으로 입법할 수 있는 재적 3분의 2 선(133석)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새로 선출된 의회가 소집되면 티서 대표인 머저르 페테르(45)가 신임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르반 총리가 속한 피데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79.5%로 역대 최고였다. 오르반 총리의 장기 집권 기간 발생한 부패 스캔들과 경제난의 여파로 헝가리 국민들이 신생 야당에 몰표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EU 연례 부패 순위에서 헝가리는 4년 연속 최하위로 평가됐다. 헝가리의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0.4%에 그쳐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인근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12일 헝가리 총선에서 승리한 제1야당 티서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왼쪽)가 승리 확정 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12일 헝가리 총선에서 승리한 제1야당 티서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왼쪽)가 승리 확정 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머저르 대표는 승리 확정 직후 “헝가리를 EU 및 나토의 동맹국으로 만들고 수년간 갈등으로 손상된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친러 기조에 따라 EU의 러시아 제재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사건건 반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머저르 대표는 헝가리의 친서방 노선을 재구축하고, 2035년까지 대러 에너지 의존을 끝내겠다고 공약했다. 또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동결된 EU 자금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EU는 헝가리의 사법 독립과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헝가리에 배정된 지원금을 수년간 동결했다.

머저르 대표는 20년 넘게 피데스에서 활동한 보수 성향 정치인 출신이다. 오르반 총리 측근인 버르거 유디트 전 법무장관과 2023년 이혼한 뒤 반오르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2024년 아동보호시설 내 성학대 은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이 사면된 사실이 밝혀지자, 오르반 총리와 공식적으로 결별하고 티서를 창당했다. 같은 해 티서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29.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티서의 총선 승리에 서방 진영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의 가치와 유럽에서 헝가리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했다.

#헝가리#오르반 빅토르#총선#티서#러시아 제재#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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