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받던 나라에서 돕는 나라로”…굿네이버스 50개국 ‘자립 지원’ 기록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4월 9일 11시 50분


K-선한영향력, 나눔으로 세상을 잇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한국 사회가 겪은 이 전환은 단순한 경제 성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해외 원조단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던 시기,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출발한 민간단체가 복지의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1991년 설립된 굿네이버스는 그 흐름 속에서 성장해 현재 50개국에서 아동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글로벌 NGO로 자리 잡았다. 창립 35주년을 맞아 그 여정과 현재를 짚어본다.

‘보편적 교육 달성’에 기여한 공로로 UN MDGs Awards를 수상한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 제공)
‘보편적 교육 달성’에 기여한 공로로 UN MDGs Awards를 수상한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 제공)

2007년 11월 5일, 브라질 대통령 관저.
굿네이버스 한국인 대표는 단상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다. 당시 국제노사정기구연합(IAESCSI)의장이었던 룰라 대통령이 직접 수여했다. 대한민국 NGO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상은 UN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관련한 첫 시상식에서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주어졌다. 한국에서 출발한 NGO가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사례였다. 국제 구호단체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장면은 하나의 변화를 보여줬다. 원조를 받던 나라 한국이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돕는 주체로 자리 잡았음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굿네이버스의 활동은 ‘처음’이라는 기록과 함께 쌓여왔다. 한국인의 힘으로 세계 곳곳을 돕겠다는 일념이 출발점이었다. 1992년, 창립 이듬해 방글라데시에서 첫 해외구호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다음해, 내전이 발생한 소말리아로 향해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을 지원했다. 1994년에는 르완다 내전 현장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국내 NGO 최초로 내전 중인 르완다에 파견된 굿네이버스 긴급구호 의료봉사단 (굿네이버스 제공)
국내 NGO 최초로 내전 중인 르완다에 파견된 굿네이버스 긴급구호 의료봉사단 (굿네이버스 제공)

창립 5년 만인 1996년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포괄적 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를 획득했다. 국내 NGO 가운데 처음 받은 최상위 지위였다. 이후 UN DPI·NGO 연례회의에 참석해 개발 의제를 제안하는 등 민간 외교 활동을 이어갔다.

● 국제기구 손잡고 확장…글로벌 사업 속도

글로벌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이어졌다. 2011년에는 한국 NGO 최초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네팔, 르완다, 방글라데시, 탄자니아에서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국제이주기구(IOM), 유엔해비타트(UN-HABITAT) 등과도 협력하며 사업 범위를 넓혀왔다.

굿네이버스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로 사업을 확장했다. 교육, 보건, 식수, 소득증대 등을 아우르는 통합 지역개발사업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해 왔다. 해외 아동 1:1 결연 후원을 기반으로 아동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변화를 이어왔다.

기후위기 대응 최전선…농업으로 생존 기반 구축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커피 조합원이 직접 생산한 커피 작물 옆에 서 있는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커피 조합원이 직접 생산한 커피 작물 옆에 서 있는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현재 국제사회는 분쟁, 기후위기, 빈곤, 교육 불평등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굿네이버스는 35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해외 43개국 206개 지역개발사업장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다. 2025년 기준 아동 316만668명 과지역주민 380만9644명을 지원했다.

기후위기는 개발도상국에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는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할 경우 식량 빈곤 국가가 8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모잠비크 등이 대표적인 식량 빈곤 국가로 꼽힌다.

굿네이버스는 기상 이변으로 기존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지역에 뛰어들었다. 말라위 카숭구(Kasungu) 역시 그 영향을 받은 곳이다.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체사니(54)는 굿네이버스의 사업에 참여하며 새로운 재배 방식을 익혔고, 생산량과 생활 여건 모두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소득이 늘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돼 기쁘다.”

말라위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2018년부터 2023년까지 2단계에 걸쳐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 생산·유통 개선 사업’이 추진됐다. 기후에 맞는 농사법 교육과 친환경 비료 지원, 수확물 보관과 판매 체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참여 농가 소득은 137% 증가했고, 옥수수 평균 수확량도 133% 늘었다.

굿네이버스 필리핀 타클락 지역 주민들이 날씨 예보를 전달할 태양열 방송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필리핀 타클락 지역 주민들이 날씨 예보를 전달할 태양열 방송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이 같은 접근은 다른 지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타클락(Tarlac) 지역에서는 쌀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농부학교가 운영됐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기후위기에 대비한 농법을 배우고 역량을 키웠다.

또한 굿네이버스는 현지 정부와 협력해 실시간 기상정보시스템(CIS)을 구축했다. 농민들이 기상 변화에 맞춰 농사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2024년부터 탄자니아 음보지(Mbozi) 지역에서는 커피 생산자 조합을 중심으로 기후스마트 농업기술 보급과 가공시설 확충이 진행되고 있다. 소농 706명이 참여해 이 중 80%가 교육을 이수했다. 이들의 연간 수입은 54만 달러로 넘어, 기준치(26만 달러) 대비 104% 늘었다.

탄자니아 남부 지역 연례 행사 ‘World Coffee Day’에서 굿네이버스 커피 조합원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탄자니아 남부 지역 연례 행사 ‘World Coffee Day’에서 굿네이버스 커피 조합원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탄자니아 국립 커피 연구소(TaCRI)의 찰스 므원기리는 “기후변화와 병해에 강한 품종 보급과 교육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개선하고 있다”며 “파트너십 기반 농업 교육이 농가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묘목 배분과 관개시설 조성을 통해 농가의 자립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굿네이버스 박해성 국제협력실장은 “최빈국에서는 ‘기후’ 문제가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후취약계층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농업, 수자원, 에너지에 중점을 두고 기후변화대응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급구호 넘어 자립까지…난민의 ‘삶’을 다시 세운다

굿네이버스는 재난 현장에서도 활동을 이어왔다. 르완다 내전을 시작으로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5년 네팔 대지진,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등에서 긴급구호를 진행했다.

굿네이버스의 긴급구호는 물자 전달에 머물지 않았다. 재건과 복구를 거쳐 지역개발사업으로 이어진다. 르완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에서는 긴급구호 이후 장기 재건과 지역개발이 확대되며 굿네이버스 해외사업국으로 전환됐다.

굿네이버스 니제르에서 진행하고 있는 난민 대상 직업 기술 교육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니제르에서 진행하고 있는 난민 대상 직업 기술 교육 (굿네이버스 제공)

난민 문제는 최근 더욱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은 약 4250만 명이다. 특히 5년 이상 난민 상태로 머무는 ‘장기화된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 지원이 닿지 않는 공백을 채우는 NGO와 국제기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사회 갈등을 줄이는 활동과 장기적 자립을 위한 지역사회 개발지원, 그리고 지역사회 내 공존과 안정을 위한 평화구축을 함께 추진하는 HDP-Nexus(인도적지원-개발-평화 연계) 방식으로 ‘장기화된 난민’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재민과 난민이 일상을 회복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캠프. 2015년부터 진행한 ‘공동시장 사업’이 대표적이다. 난민이 직접 상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얻는 구조다. 시장 참여자의 월평균 소득은 일반 난민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시장 안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난민은 “직접 만든 빵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캠프 내 굿네이버스가 조성한 공동시장 전경 (굿네이버스 제공)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캠프 내 굿네이버스가 조성한 공동시장 전경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우간다 차카 II 난민정착촌에 여성개발센터 3곳을 세우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여성 상담가 90명이 양성됐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서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공간을 운영해 740명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무카다사 씨는 “교육을 통해 세 딸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과 다시 삶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원은 말라위, 에티오피아, 니제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아동은 폭력과 기아 등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만큼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끊긴 교실을 잇다…미디어·AI로 바뀐 교육 현장

굿네이버스 탄자니아는 현지 교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 교육법 등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탄자니아는 현지 교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 교육법 등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에 집중해 왔다. ‘모든 아동의 기초교육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 하에 학교를 세우고 학생을 모았다. 지역사회에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7년 UN으로부터 MDGs Awards 수상 이후, 2012년부터는 희망학교 건립 사업이 본격화됐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학교와 교사 부족으로 교육 격차가 여전히 컸다. 코로나19 당시 학교 폐쇄가 곧바로 교육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교육 방식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미디어 기반 교육사업을 추진했다. 2016년 탄자니아 잔지바르(Zanzibar) ‘희망학교’에 미디어 센터를 구축했다. 굿네이버스는 센터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직접 라디오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교사 연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잔지바르 중학교 4학년의 학업성취도는 39%에서 49%로, 기초과목 학습 태도는 23%에서 29%로 개선됐다.

최근에는 디지털 교육으로 확장하고 있다. 교실을 개보수하고 태블릿과 모바일 기기를 보급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권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잔지바르 루쿰바 중등학교의 생물교사 알리 카림 잠은 “AI 도구를 활용하면서 수업 방식이 달라졌고 학생들의 집중도와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파라과이에서는 ‘굿키즈(Good Kids)’ 교육 방송을 제작해 송출함으로써 교육의 접근성을 높였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파라과이에서는 ‘굿키즈(Good Kids)’ 교육 방송을 제작해 송출함으로써 교육의 접근성을 높였다. (굿네이버스 제공)

파라과이에서는 TV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정규 교육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학생들도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굿네이버스는 학생을 위한 교육을 넘어 교사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2024년에 굿네이버스는 방글라데시 교사 역량 강화 사업으로 ‘유네스코-함단 교사 개발상’을 수상했다.

지속적인 교육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 그리고 그 아동이 속한 국가가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변화의 기초가 된다. 굿네이버스는 빈곤, 차별, 노동, 조혼, 사회적 관습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아동이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고 미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원에서 자립으로…지속가능한 변화의 구조

굿네이버스 국제개발협력사업은 ‘빈곤과 재난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이웃의 인권을 존중하며 그들이 희망을 갖도록 북돋우어 자립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에 핵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개발사업 초기부터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만든다. 굿네이버스는 지역개발위원회(CDC)를 조직해,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수요를 파악하도록 한다. 지역정부도 함께 참여해 책임을 나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키르기즈공화국 오시·바트켄 지역 30개 마을에서 진행된 통합 농촌개발사업을 꼽을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초기 마중물 역할에 집중했고, 이후 주민과 지방정부가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변화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지방정부는 사업비를 공동 부담했다.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역량으로 변화를 이어가는 구조다.

키르기즈공화국 오시·바트켄 지역주민과 현지 정부, 굿네이버스가 함께 만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굿네이버스 제공)
키르기즈공화국 오시·바트켄 지역주민과 현지 정부, 굿네이버스가 함께 만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35년간 사업을 이어왔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지역이 스스로 변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기반을 남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굿네이버스 전미선 사무총장은 “빈곤, 분쟁, 재난,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더욱 고통받는 개발도상국 아동과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며, “앞으로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책무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역주민 참여 기반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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