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어촌 기본소득, 인구감소 지역 주민 뺏어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일 21시 11분


전입자 40% 인구감소 지역서 유입
옥천 59%, 정선 52% 등은 절반 넘어
“기본소득 받으려 인근 이사한 사례도”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된 뒤 해당 지역 인구가 1만 명 넘게 늘었다. 그러나 증가한 인구의 약 40%가 인구감소·관심지역에서 전입을 온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소득 지급으로 인구가 늘어난 건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도시지역 인구가 분산되는 효과보다는 소외 지역끼리 인구가 늘고 줄면서 ‘제로섬 게임’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옥천군 증가 인구 60%가 감소 지역서 유입


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10곳의 인구는 1만2440명 증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 3일 이상 거주하는 주민에게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충북 옥천군, 충남 청양군, 전북 순창·장수군, 전남 곡성·신안군, 경북 영양군, 경남 남해군 등 10개 군이 시범지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범지역 발표 이후 4개월간 인구소멸 지역에 인구가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월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시범지역을 선정한 후 3개월간 전입자의 43%가 수도권과 인근 대도시에서 유입됐다”며 “인구 분산 효과를 얻을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늘어난 인구 중 상당수가 인구감소 지역에서 온 것으로 악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범지역으로 전입한 인구 중 4770명(38.3%)은 인구감소 지역에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감소 지역은 행안부가 지정한 인구감소·관심지역 107개 시군구를 뜻한다.

지역별로 보면 옥천군은 증가 인구 1974명 가운데 1171명(59.4%)이 인구감소 지역에서 유입됐다. 특히 인접한 충북 영동군(134명)과 보은군(33명)에서 이동한 사례가 많았다. 정선군(52.6%), 영양군(49.6%)도 증가 인구의 절반가량이 다른 인구감소 지역 출신이었다. 영동군에 거주하는 이모 씨(60)는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이사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옆 지역으로 옮기기만 해도 매달 돈을 받을 수 있어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쟁 추경’ 700억 원, 시범지역 5곳 추가

정부는 추경으로 확보한 706억 원을 활용해 올해 하반기(7~12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5곳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서 추경안이 최종 확정되면 ‘인구소멸’ 지표 등을 종합해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을 1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만 추가된 5곳은 6개월만 한시적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확대되면 ‘제로섬’ 논란이 줄어들고, 인근 도시에서 인구가 유입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직장인 임모 씨(60)는 “매일 충북 보은군으로 출퇴근하는데, 만약 농어촌 기본소득이 출근지로 확대되면 이사를 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전 동구 등 대도시에서도 인구감소 관심지역으로 꼽힌 곳들이 있는데, 이 같은 대도시 구 단위에서 전입을 온 경우가 많다. 특히 제도 도입 초기 주소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구 이동이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다른 농어촌 지역으로 기본소득 지급이 확대된다면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인구 증가#전입자 유입#제로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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