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포스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업을 구체화하고 본격 추진한다. 일회성 국제행사를 넘어 미래 성장 엔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북은 국내 숙박 여행지 1위 유지와 경주의 세계 10대 관광지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도에 따르면 APEC 이후 5개월간 경북 방문객과 숙박, 관광 소비는 뚜렷하게 증가했지만, 숙박 전환 비율과 체류시간은 기대만큼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APEC의 성패는 ‘많이 오는 경북’을 넘어 ‘오래 머물고 다시 찾는 경북’으로 전환하는 데 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 기간 경북 경주의 대표 관광지인 황리단길이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동아일보 DB
● APEC 폐막 5개월, 남긴 숙제
도는 APEC이 남긴 세계적 주목도와 인프라를 관광·숙박·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으로 연결해 실질적 지역 성장으로 이어가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정했다.
수치만 보면 APEC 효과는 분명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으로 APEC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북 방문 횟수는 7886만 회로 집계됐다. APEC 이전 비교 기간인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의 6993만 회보다 12.8% 증가했다. 숙박과 소비도 함께 늘었다. 같은 기간 숙박 횟수는 5246만 회에서 5800만 회로 10.5% 증가했고, 관광 소비는 2조2729억 원에서 2조4649억 원으로 8.4% 늘어 1920억 원이 추가로 발생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과제도 뚜렷하다. APEC 이후 숙박 전환율, 즉 방문자 가운데 실제 숙박으로 이어진 비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주는 16.3%에서 17.1%로 0.8%포인트 상승했고, 안동은 13.7%에서 14.4%로 0.7%포인트 올랐다. 반면 문경은 12.1%에서 11.6%로 0.5%포인트 하락했다. 방문객은 크게 늘었지만 ‘하룻밤 더 머무르게 하는 힘’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체류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지인 평균 체류시간은 1만812분에서 1만1036분으로 2.1% 증가했다. 관광객이 경북을 찾지만 머무르지 않고 소비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APEC으로 인한 유입 효과는 확인됐지만, 이를 지역 내 장기 소비와 재방문으로 연결하는 체질 개선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APEC 유산을 관광 플랫폼으로
이에 도는 ‘1시군 1호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관광은 명소 중심에서 숙소 자체가 목적이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는 포항, 영덕, 안동, 문경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호텔과 리조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덕 고래불에는 2500억 원을 투입해 420실 규모 호텔 조성을 위한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포항은 해양레저 복합도시 전략과 연계해 환호·영일대·송도 일대에 상급 숙박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안동 문화관광단지에는 300실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 호텔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문경새재 일성콘도&리조트는 투자자 모집과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 규모는 총 1조2000억 원이다. 1400실 이상의 프리미엄 객실이 확보되면 체류 인프라 부족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실제로 숙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경주의 숙박 전환율이 안동과 문경보다 높게 나타난 점은 인프라가 체류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호텔 확충만으로 체류가 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도는 보문관광단지 야간경관 개선과 나이트 트레일 조성, 쿨링포그 설치,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월과 APEC 기념 조형물, 육부촌 미디어아트, 3차원(3D) 입체영상 활용 등 ‘머물 이유 만들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낮 중심의 유적 관광에 머물던 경주의 소비 동선을 밤까지 확장하고, 여름철 체감 불편을 줄여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APEC 유산을 관광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구상도 내놨다. 5월 경주와 포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연차총회, 9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서밋, 10월 세계경주포럼 출범식 등이 대표적이다. APEC으로 확보한 도시 인지도와 컨벤션 운영 경험을 연중 행사로 이어 경주를 상시적인 MICE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세계경주포럼은 역사·문화·관광·콘텐츠 산업을 결합한 국제 협력 및 관광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홍인기 경북도 경제혁신추진단장은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지자체를 넘어, 이후를 더 잘 설계하고 완성하는 지방정부임을 증명할 때”라며 “올해는 APEC으로 구축한 경북의 이미지와 인프라를 실질적 성과로 전환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