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혁신 키우려면 경계 넘나드는 협업 이끌어야

  • 동아일보

협업 장벽 넘는 ‘브리저’ 리더십
적절한 파트너 찾아 연결
차이 좁혀 공통의 이해 구축
목표 상기해 실행력 강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경영진이 조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토로한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진이 혁신 기업을 연구한 결과 ‘브리징(bridging)’이라고 불리는 특정 유형의 리더십이 경계를 넘는 협업을 효과적으로 촉진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혁신 리더십의 요직에 브리저를 배치한 조직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확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혁신을 확장하는 브리저의 역할을 다룬 HBR 코리아 2026년 3-4월호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적절한 파트너 선별


브리저는 혁신 과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이해관계자, 즉 적절한 파트너를 선택하고 끌어들인다. 먼저 브리저는 폭넓고 다양한 개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다. 탐색 단계에서는 가능한 한 넓게 그물을 던지고 특정 이니셔티브가 구체화되면 접촉 대상을 정교하게 좁힌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때 브리저는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조 부문에서 디지털 트윈이나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이것이 새로운 솔루션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첨단 제조 공정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때로 목표 달성을 위해 외부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떤 파트너가 필요한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브리저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공개 모집을 통해 자사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대학 연구소를 발굴하기도 한다.

● 파트너 간 언어 번역

브리저는 파트너 각각의 우선순위, 강점, 위험 감수 성향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번역’하며 공통의 이해를 구축한다. 마스터카드의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인 개리 라이언스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마스터카드 랩스’를 설립했다. 브리저였던 그는 당시 정체돼 있던 핵심 사업 조직이 랩스에서 나온 시제품을 수용하고 확장하려면 동료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라이언스는 동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신기술이 열어줄 가능성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했다. 클라우드, 블록체인, 토큰화 같은 신기술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느껴졌기에 그는 이사회 회의와 투자자 설명회에 실제 시제품을 직접 가져가 설명했다. 또한 일부 동료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질문하는 것을 주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대일 미팅에 시간을 들여 각자의 배경과 경험에 맞춰 설명했다.

이런 집중적인 ‘번역’ 노력은 분명한 성과로 이어졌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디지털 기술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기업 인수에 대한 논의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더 이상 긴 시간에 걸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고, 모두가 같은 이해 수준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의사결정이 훨씬 탄탄하고 효율적인 토론으로 진행됐다. 또한 리더들이 새로운 기술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던 덕분에 현업 조직 역시 랩스에서 나온 시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거나 상용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 신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서 창출된 매출 흐름을 바탕으로 마스터카드의 시가총액은 60억 달러에서 390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 서로 다른 의도와 일하는 방식 통합

브리저는 파트너 간 공통의 이해를 구축하는 동시에 실제로 이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하도록 만드는 현실적인 과제에도 대응한다. 이들은 공유된 의도를 정의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파트너들의 노력을 조율한다. 델타항공의 최초 글로벌 혁신 랩인 ‘더 행어(The Hangar)’가 좋은 예다. 더 행어를 설립하고 이끈 니콜 M 존스는 첫 프로젝트에서 통합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팀은 90일 내에 고객 테스트가 가능한 생체인식 기반 탑승권을 개발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를 실행하려면 생체인식 기술을 제공한 스타트업 ‘클리어 시큐어’, 수많은 델타 내부 조직, 미국 교통안전청과 세관국경보호국 등 다양한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진행 중 긴장은 여러 차례 발생했다. 클리어가 기술 산출물을 제때 제공해도 델타의 정보기술(IT) 팀이 마감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존스와 팀이 원인을 파악한 결과 IT 조직은 뿌리 깊은 위험 회피 성향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고 있었다. 전년도에 대규모 시스템 장애를 겪은 탓에 이들은 가동시간 유지 같은 운영 지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프로젝트를 진전시키기 위해 존스와 팀은 반복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상기시켰다. 바로 매일 공항을 이용하는 수백만 명의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 공동 목표가 각자의 우선순위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도 설명했다. 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존스는 IT 조직을 단순한 기술 통합을 수행하는 서비스 조직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함께 설계하는 적극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시켰다.

결과적으로 더 행어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실제로 델타 내부에서 협업 요청이 쇄도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해에만 30건이 넘는 탐색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여러 솔루션을 핵심 사업에 확산시켰다. 그리고 1년 뒤 델타항공은 주요 항공사로서는 최초로 CES의 메인 무대에 올랐다.

빠르게 진화하는 고객 기대와 신기술의 등장으로 혁신이 일상이 된 오늘날, 브리저는 기업의 성공을 견인하는 필수 인재다. 잠재적 브리저를 발굴하고 경계를 넘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시장의 현실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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