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 파고드는 소용돌이 향연[손효림 기자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새로운 일본 도쿠시마

멀리 가지 않고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 조용하게 자연을 느끼며 문화도 즐기고 싶다. 일본 소도시 도쿠시마(德島)는 이런 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짙푸른 바다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소용돌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비롯해 각국 명화를 실물과 똑같이 재현한 미술관이 있다.

● 최대 지름 20m 소용돌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니 도쿠시마현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이스타항공이 인천∼도쿠시마 노선을 주 3회(화·목·토요일) 운항한다.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공항에 도착하니 반갑게 인사하며 귤 두 알을 건네는 이들이 있었다. 도쿠시마 지역별 공무원들이 2주에 한 번꼴로 공항에 나와 딸기 고구마 같은 제철 특산물을 선물하며 입국자들을 맞이한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환대가 정겨웠다.


도쿠시마가 있는 시코쿠(四國)는 혼슈, 홋카이도, 규슈와 함께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하나다. 도쿠시마는 오사카 서남쪽에 있으며 오사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도쿠시마 인구는 68만여 명으로 제주와 비슷하며 면적(4147㎢)은 제주의 2.2배다.

일본 도쿠시마 나루토 해협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조수 간만의 차로 조류가 맞부딪쳐 만들어진다. 춘분과 추분에 가장 커져 지름이 최대 20m에 이른다. 춘분 사흘 뒤여서 소용돌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위 다리는 오나루토교로, 다리 아래 전망대에서 유리 바닥을 통해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일본 도쿠시마 나루토 해협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조수 간만의 차로 조류가 맞부딪쳐 만들어진다. 춘분과 추분에 가장 커져 지름이 최대 20m에 이른다. 춘분 사흘 뒤여서 소용돌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위 다리는 오나루토교로, 다리 아래 전망대에서 유리 바닥을 통해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이곳 명물은 나루토 해협 소용돌이. 조수 간만의 차 때문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거세게 흐르는 조류가 맞부딪쳐 회오리친다. 세계 3대 소용돌이에 든다. 소용돌이는 춘분과 추분에 가장 커져 지름이 최대 20m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중 소용돌이가 크게 생기는 시간대가 있으므로 확인하는 게 좋다.

관조선(觀潮船)을 탔다. 때마침 춘분 사흘 뒤여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소용돌이가 쪽빛 바다 여기저기를 파고들며 또렷한 무늬를 새겼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소용돌이는 우즈노미치 전망대에서도 볼 수 있다. 도쿠시마와 아와지섬을 잇는 다리인 오나루토교(橋) 하단에 있다. 해수면에서 45m 높이에 만들어져 유리 바닥을 통해 소용돌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인근 요모미 전망대에 오르니 잔잔한 바다 위에 네모난 고깃배들이 점점이 떠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오츠카국제미술관에 실물 크기로 재현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화와 벽화. 오츠카국제미술관 제공
오츠카국제미술관에 실물 크기로 재현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화와 벽화. 오츠카국제미술관 제공
오츠카국제미술관도 가깝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클로드 모네 ‘수련’ 연작,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명화를 도자기판에 인쇄해 구워 실물과 똑같은 크기로 만들었다. 26개국 190여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1000여 점을 세밀하게 재현했다. 고흐의 ‘해바라기’ 7점 모두 볼 수 있다. 각국 명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타일이어서 작품을 만질 수 있다. 이런 발상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구현한 것도 놀라웠다.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오츠카제약그룹이 만들어 1998년 개관했다.

미술관은 총 5개 층이다. 연면적 2만9412㎡(약 8900평)로 감상 코스는 총연장 4km에 이른다.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한 반나절은 필요할 것 같다. 입장료(성인 3300엔, 약 3만1000원)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 신선한 재료가 선사하는 풍미

도쿠시마 전경이 보이는 비잔산 전망대로 가는 로프웨이. 도쿠시마현 제공
도쿠시마 전경이 보이는 비잔산 전망대로 가는 로프웨이. 도쿠시마현 제공
비잔산(해발 290m) 전망대에 오르면 도쿠시마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로프웨이를 타면 6분 정도 걸린다.

전망대는 전통 춤 아와오도리(阿波踊り)를 관람할 수 있는 아와오도리회관에 있다. ‘아와’는 도쿠시마의 옛 지명이며 ‘오도리’는 춤을 뜻한다. 공연 시간은 40분으로 배우들이 춤을 보여준 뒤 기본 동작을 알려준다. 두 손을 위로 올린 후 오른발과 오른손을 같이 앞으로 내밀고 왼발과 왼손을 함께 내미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흥겨운 리듬에 곧바로 적응됐다.

도쿠시마 전통 춤 아와오도리. 아와오도리 회관 제공
도쿠시마 전통 춤 아와오도리. 아와오도리 회관 제공
배우가 “얏또사”하면 다같이 “얏또얏또”라고 외친다. 얏또사는 ‘오랜만입니다’를 뜻하는 방언이며 얏또얏또는 이에 호응하는 말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을 접대하는 춤에서 비롯됐단다. 일본 최대 명절 오봉 기간인 8월 15일을 기점으로 매년 나흘가량 아와오도리 축제가 열린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즐거움을 더했다. ‘도쿠시마 라멘’은 돼지뼈 육수에 간장을 섞고 짭짤하게 졸인 돼지고기를 얹었다. 날계란을 풀어 스키야키처럼 고기를 찍어 먹으니 고소하다. 다진 마늘을 넣으니 개운함이 더해졌다.

‘다라이 우동’도 맛 봤다. 목수들이 일한 후 대야(다라이)에 우동을 삶아 각자 떠먹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둥근 통에 면이 담겨 나왔다. 면을 먼저 맛본 뒤 간장에 찍어 먹었다. 소스에 따라 여러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스시와 튀김, 계란찜도 같이 나왔는데 1인분이 우리 돈으로 1만5000원 정도였다. 찌기만 했는데도 달달한 고구마 양파 당근 양배추는 이곳 농산물의 품질을 확인시켜줬다.

또 다른 얼굴의 일본을 만났다.

따뜻한 주민 응원 받으며 요시노강 따라 달리다
제19회 도쿠시마 마라톤 대회 개최
8300여 명 참가… 한국인 74명도
도쿠시마 요시노강변을 달리는 도쿠시마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도쿠시마 요시노강변을 달리는 도쿠시마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간바레! 간바레!”(힘내라!)

22일 일본 도쿠시마현 요시노강 변. 주민들이 반짝이는 응원 수술을 흔들며 도쿠시마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도쿠시마 전통 춤인 아와오도리 복장을 하고 응원하는 고등학생들,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한다 소면’ ‘아마자케(감주)’ 등 지역 특산품을 종이컵에 담아 러너들에게 건네기도 했다.

올해 19회를 맞은 도쿠시마 마라톤 대회는 도쿠시마현청 앞에서 출발해 요시노강을 따라 달리는 코스로 구성됐다. 참가자 8307명 가운데 407명이 외국인이었다. 대만(97명) 홍콩(92명)에 이어 한국(74명)이 세 번째로 많았다. 대회는 선수 부문과 일반 부문, 시각장애인 부문으로 나눠 열렸다. 1.5km, 3km를 각각 달리는 챌린지 런도 진행됐다. 마라톤 진행 시간은 7시간(오전 9시∼오후 4시)으로 여유로웠다.

시원하게 펼쳐진 요시노강 주변에는 유채꽃과 벚꽃이 피어 있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쓰레기를 줍고 주민들이 완주한 참가자들에게 즉석 라멘을 건네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일반 부문 남성 1위는 조영옥 씨(43·충남 당진)가 차지했다. 조 씨는 “주민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 놀랐고 힘이 났다”며 “내년 대회에도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문이경미 씨(44·제주)는 “평지가 많아 뛰기 좋으면서도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제주국제관광마라톤대회 남녀 우승자로, 도쿠시마현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와 그 가족은 이날 골인 지점인 도쿠시마시 육상경기장 인근에서 출발해 먹거리 부스 등이 마련된 아이바하마 공원까지 요시노강을 운행하는 크루즈를 무료로 탈 수 있었다. 크루즈로 10분 정도 걸렸다.

자그마한 아이바하마 공원에는 유자를 넣은 간이 족욕탕,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침상을 마련해 참가자들이 달린 뒤 피로를 풀 수 있게 했다. 지역 특산품 딸기와 고구마로 만든 과자 등도 판매했다. 대회 수상자들이 참가한 토크쇼도 열렸다.

고토다 마사즈미(後藤田正純·57) 도쿠시마현 지사는 “내년에는 나루토시와 협의해 마라톤 코스를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고토다 지사는 “자연 문화 음식 등이 풍성한 도쿠시마는 아직 만나지 못한 또 하나의 일본”이라며 “많은 분이 도쿠시마를 방문해 숨겨진 진주를 캐듯 새로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쿠시마#나루토 해협#소용돌이#아와오도리#오츠카국제미술관#도쿠시마 마라톤#일본 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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