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걱정 직장인 필독 레시피] 유통회사 부장에서 도서 인플루언서로
부모 투병-코로나19로 ‘중년 위기’
불안을 떨치려 시작한 새벽 독서가… 수입원 다각화 필요성 깨우쳐 줘
책 인플루언서 3년 만에 수익 내고… 집 줄여 마련한 목돈으로 배당 투자
50세 조기 은퇴…월 500만 원 수입… 늘 되새기는 ‘퇴사 목적은 돈 아냐’
50세에 조기 은퇴 후 배당주와 ‘북스타그램’ 소득으로 생활하는 이상민 씨가 20일 경기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독서와 배당 투자로 준비하는 노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독서로 노후를 준비합니다.”
이상민 씨(51)는 지난해 7월, 30여 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나이 쉰에 새로 얻은 직업은 ‘도서 인플루언서’. ‘손바닥’이라는 별명으로 인스타그램에 매일 한두 건의 게시물을 올린다. 팔로워는 2만4000여 명. 도서 분야 인플루언서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큰 계정이다.
현재 수입원은 두 가지이다. 주식 배당금으로 대략 연 3000만 원, ‘북스타그램(책+인스타그램)’ 활동으로 월 50만~200만 원 수익을 얻고 있다. 월 소득 350만~500만 원 선으로 퇴사 직전 월급(560만 원)보다 다소 적지만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영상 편집을 마무리하면 오전 11시 30분. 나머지는 자유시간이다.
“퇴사, 건강, 돈…. 노후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했고, 그 과정에서 팔로워가 늘기 시작했어요. 중장년 층도 인플루언서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50세에 조기 은퇴 후 배당주와 ‘북스타그램’ 소득으로 생활하는 이상민 씨가 20일 경기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책을 읽으며 리뷰 구상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책 속에서 찾은 ‘은퇴 계획’
20일 경기 시흥시 이 씨의 자택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그는 중견기업에서 온라인 상품 기획과 마케팅 및 유통 업무를 했다. 일이 적성에 맞아 신나게 에너지를 쏟았다. 그런 그의 이른 퇴사 결심에 친구들은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바깥은 정글” “우리 나이에 재취업은 불가능”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바라는 인생 방향, 적정 생활비, 수입 파이프라인 등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마흔 이후 8, 9년은 그에게 인생의 보릿고개였다. 부모님의 암 투병으로 인한 심적, 경제적 부담이 겨우 지나가나 싶던 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회사 사정은 극도로 나빠졌고, 새벽에 수시로 잠에서 깼다. 그는 “예전엔 느끼지 못한 불안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분 전환을 위해 다시 게임과 (프라모델) 건담 조립을 시작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시작한 것이 새벽 기상과 독서다. 잠을 설친 김에 새벽에 일어나 봤다. 처음에는 말똥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다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집어 들었다. 한 경영인의 실패 극복 스토리를 읽었다. ‘나만 불안한 게 아니구나’ ‘누구나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거구나’. 마지막 책장을 덮자 오랜만에 잡념이 걷혔다. 건담 조립이나 게임과는 달리 ‘만족스럽다’는 기분이 남았다.
마음 가는대로 경영서, 철학서, 자기계발서를 두루 읽었다. 뒤늦게 눈 뜬 독서의 세계는 매혹적이었다. 문장이 머릿속을 휘젓다 보면 기억이나 무의식 같은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고민이 해결되거나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나와 제대로 마주하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자 고민의 실타래가 풀렸다.
“당시 어떤 책을 펼쳐도 ‘불안’의 키워드로 읽혔어요. 책과 대화하며 고민에 몰입하니 불안이 희미해졌고, 나의 문제도 명확히 알게 됐죠. 수입원이 월급 하나인 점이 불안의 근원이더군요.”
다른 수입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만들까. 그 답 또한 책에서 찾았다. 경영서를 읽으면서 그는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일일 것. 둘째, 지금의 업무와 관련이 있을 것. 세째, 퇴사 후에도 이어갈 수 있을 것.’
한 경영서에서는 내가 바라는 삶을 시각화해 보라고 했다. ‘해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느 날 북스타그램이 머릿속을 스쳤다. 독서는 평생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 같았고, 온라인 업무를 했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법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이상민 씨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손바닥(sonbadacks)’ 화면. 서평뿐 아니라 새벽 기상, 점심 메뉴, 주말 나들이 등 다양한 일상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40대 후반에 인플루언서 도전
2019년 업무 차 개설해 둔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주일에 한 권씩 정성껏 책 리뷰를 올리며 ‘나’를 브랜딩했다. ‘독서로 노후를 준비합니다’를 컨셉트로 잡았다. 하지만 계정은 성실과 노력으로만 자라지 않았다. 3년이 지나도 팔로워는 7000명 선에서 더 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팔로워 숫자가 수직상승했다. 하루 200~300명, 일주일 만에 1000명 가까이 늘었다.
“2022년에 퇴사 시기를 50세로 정했습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향후 몇 년간 새로운 업무에 매진하다가 퇴사 시기가 늦어지면 제2 직업을 찾는 게 더 힘들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즈음 본격적으로 경제 공부를 시작했어요. 북스타그램이 순항하더라도 현금 흐름은 부족할 테니까요. 다행히도 경제 도서 리뷰에 팔로워들이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그만큼 ‘은퇴’와 ‘돈’에 관심이 컸던 거죠.”
2023년 팔로워 1만 명을 넘겼다. 그때부터 책 리뷰를 해 달라는 제안이 부쩍 늘었다. 도서 요약본과 목차를 보내며 ‘리뷰 쓸 의사가 있으면 책을 보내겠다’고 했다. 당시에는 회사 재직 중이라 응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이 붙었다. 계정을 조금 더 키우면 수익화도 기대해 볼 만하겠다 싶었다.
이와 함께 배당금 투자를 결심했다. 아직 아이가 중학생이라 프리랜서 수입에만 기댈 순 없었다. 한데 투자할 시드머니가 없었다. 7년 이상 부모님 간병비로 월 200만 원 이상 지출했기에 저축은 커녕 늘 마이너스통장을 트고 살았다. 다행히 경기도에 본인 명의 아파트가 있었다.
“살던 집은 전세를 놓고 옆 단지 월세로 옮겨 목돈 1억5000만 원을 만들었죠. 지금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26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수 투자를 조금씩 하다가 배당주로 눈을 돌렸다. 국내외 개별 종목과 ETF를 넘나들며 리밸런싱에 공을 들였다. 수년이 지나자 월 120, 130만 원이 꾸준히 들어오는 구조가 잡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2만 명 정도로 늘었다. 배당금에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얻는 수익을 더하면 퇴사를 해도 괜찮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퇴직금까지 배당금 투자에 더하면 배당 수익도 두둑해지고, 향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우면 협찬 수익도 많아질 터였다.
그는 현재 투자금 약 2억6000만 원(원금 증가, 퇴직금 추가)으로 연간 약 3000만 원의 배당소득을 올리고 있다. 도서 리뷰 제안은 월 10건 정도다. 독서대, 의자, 충전기, 키보드 같은 공구 리뷰도 매달 3, 4회 진행한다. 공구 제품 링크를 올려 두면 판매가의 3~10% 수익이 꾸준히 들어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퇴사 목적은 ‘시간’과 ‘행복’
그는 퇴사 전과 같은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난다. 2시간 동안 책을 읽은 뒤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낸다. 책 내용을 글로 정리하고 영상을 편집하면 오전 11시 30분 전후. 아내와 함께 점심을 차려 먹고 오후 2시쯤 오이도까지 40분을 걷는다. 사람도 종종 만난다. 상당수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이다.
“퇴사하면 보통 인간관계가 끊기고 외톨이가 되는데, SNS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류의 장이 열리더군요.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주고받다가 기회가 되면 얼굴을 보게 되지요. 나이, 성별, 배경이 달라도 관심사 하나로 금세 친해집니다.”
그는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그만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퇴사한 뒤에 일거리를 찾는 상황은 여러모로 마음이 고되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새로운 일거리를 모색하면서 계획을 구체화하는 게 좋다. 특히 소비 습관 체크는 필수다. 수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소비를 줄여서 그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거듭 확인해야 한다. 그는 “아내와 매달 초, 소비 생활을 점검하는 회의를 한다. 처음에는 퇴사 결정에 긴가민가하던 아내도 배당금이 조금씩 늘자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퇴사로 인해 소득 100만 원이 깎여도 교통비, 커피값, 주유비 등을 줄이면 큰 타격이 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의 의사에 따라 학원도 영어 하나만 남기고 정리했죠. 줄여도 무방한 지출이 많았더군요.”
이 씨는 현재 강의 요청이 들어와도 적극적으로 응하진 않고 있다. 공동 구매와 기업 협찬도 적정 선에서 소화한다. ‘일과 시간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 퇴사했는데, 일에 치여 살면 퇴사 의미가 무색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에너지가 샘솟으면 달리고, 숨이 차면 속도를 늦추며 살고 싶다. 지금은 많이 버는 것보다 시간을 선택한다는 감각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책으로 영감을 채우면서 일하다 보니 또 다른 길이 자연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앞으로 일의 형태와 수입원이 더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은 ‘이 상태를 무탈하게 유지하는 것’이에요. 퇴사 목적이 돈이 아니라는 점을 늘 되새기려고 애씁니다.”
인스타그램 캡처
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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