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이 큰 국가는 영국(―0.5%포인트)뿐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 나온 국제기구 경제 전망이다.
26일(현지 시간) OECD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소폭 하향 조정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0.4%포인트 내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직전 전망치(1.8%)보다 0.9%포인트 높여 잡았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유독 낮아진 건 한국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석유 70%, 천연가스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중동 석유 의존도가 90%로 한국보다 높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 증가 등이 반영됐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가장 큰 편이다. G20 국가 중 영국만 한국보다 하락 폭이 컸다. 유로존도 전망치가 0.4%포인트 낮아졌다.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올해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직전 전망치보다 오히려 0.3%포인트 높아졌다. 전 세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유지했다.
OECD가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1.9%), 한국개발연구원(KDI·1.9%), 한국은행(2.0%), 정부(2.0%)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예측보다 낮다. 이들 기관도 전쟁 여파를 반영해 향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 수급 차질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라며 “미국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무너지거나 중동 전쟁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OECD 수정 전망치를 직전 전망이 아닌, 다른 기관인 IMF 1월 전망과 비교한 해석을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IMF 1월 전망 기준으로 OECD 전망치 조정 폭을 계산하면 한국은 0.2%포인트, 세계는 0.4%포인트 낮아진다”며 한국 하향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망은 기관마다 숫자가 다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관 숫자를 직접 비교해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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