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아파트 세금, 서울이 뉴욕의 절반
재산세는 ‘징벌세’ 아닌 ‘지역사용료’로
보유세-거래세 균형 개편 방향 제시하고
투명한 주택거래 시스템도 만들어야
박용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소셜미디어 X에 “저도 궁금했습니다”라며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는 기사 링크를 걸었다. 미국 뉴욕시의 보유세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뉴욕시 웹사이트(nyc.gov)에서 주소만 입력하면 해당 주택에 부과된 재산세(property tax)를 알 수 있다.
뉴욕시 재산세는 주택 종류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율이 다르다. 그러니 서울과 뉴욕의 평균 실효세율보다 인구가 비슷한 핵심 지역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맨해튼의 비슷한 가격대 아파트를 골라 세금을 비교하는 게 더 알기 쉽다.
서울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m²는 최근 60억8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KB 시세는 62억5000만 원이다. 뉴욕 부동산 중개 앱인 ‘스트리트이지’에 따르면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부촌인 어퍼이스트 지역에 204m² 콘도(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매물이 원베일리와 비슷한 400만 달러(약 60억 원)에 올라왔다. 단위 면적당 가격은 원베일리의 약 절반이다. 맨해튼 최고 번화가인 5번가 미드타운에는 원베일리처럼 2023년 입주한 100m² 신축 콘도가 약 63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세금은 각각 얼마 낼까. 원베일리 집주인은 집값이 올라 올해 재산세(947만 원)와 종합부동산세(1908만 원)로 2855만 원을 낸다. 세금이 지난해에 비해 56.1% 올랐지만, 어퍼이스트 콘도 재산세(5050만 원)의 56%에 불과하다. 5번가 30평대 신축 콘도의 재산세도 5250만 원이다. 이보다 세금이 더 높은 곳도 있다. 강남 고가 아파트의 단위 면적당 가격이 맨해튼 고급 콘도를 따라잡고 있지만, 대체로 세금은 절반 정도를 내는 셈이다.
뉴욕에서는 ‘영끌 투자’가 쉽지 않다. 빚을 내서 집을 사더라도 재산세와 관리비를 감당할 현금 흐름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대출 이자도 우리보다 높다. 집값은 뉴욕처럼 오르고, 세금은 지금처럼 낸다면 서울 부동산은 ‘저위험 고수익’ 투자 자산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 ‘부동산 불패’의 맹신도 깨지지 않는다.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보유세를 높인다면 거래세와 균형을 맞추는 세제 개편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뉴욕은 세금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 한국에서는 주택에 붙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를 합해 ‘보유세’라고 부른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도입한 종부세는 ‘징벌세’나 ‘로빈후드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가가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에게 세금을 걷어 지방에 나눠주는 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뉴욕시 재산세는 지방세다. 대체로 도로 학교 지하철 도서관 등 세금으로 만든 지역 사회간접자본 사용료를 지자체에 낸다는 인식이 있다. 시는 이 돈으로 사회복지, 교육, 치안 및 소방, 교통 및 주거 등의 4대 분야에 각각 4분의 1씩 쓴다.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세입자든 강남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거주하면 아파트 관리비를 내듯이 더 비싼 지역 사용료를 내는 것이 상식이 돼야 한다.
주택 공급이나 시장 감시 기능이 약할 때 보유세를 올리면 집주인이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으려면 임대 소득을 파악하고 과세하는 감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서울 가구의 39.9%는 1인 가구다. 1, 2인 가구가 안심하고 살 집이 부족한 ‘미스매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세 사기로 빌라와 오피스텔 거부감이 커져 주택 공급의 차질을 빚게 만든 정부의 무능이 그래서 뼈아프다.
한국은 거액의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겨야 하는 전세 제도를 두고 있지만, 전세 사기를 막는 집주인 세금 체납 정보조차 동의받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뉴욕 부동산 앱에는 매물 주소가 호수까지 정확하게 올라온다. 허위 매물이 생기기 어렵다. 이 주소를 뉴욕시 웹사이트에 입력하면 해당 주택의 재산세 납부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무섭게 뛸 때 부동산 커뮤니티에 ‘장첸 집주인’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범죄 조직 두목 ‘장첸’이 “5억은 너무 적소. 한 10억은 받아야겠소”라며 상대를 압박한 장면을 수억 원씩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에 빗댄 것이다.
‘장첸 집주인’은 시장의 불안을 파고들었을 뿐이다. ‘집값은 뉴욕처럼, 세금은 서울처럼’의 그릇된 환상을 방치해 매도자 우위 시장을 만든 정부 실패에 근본 책임이 있다. 부동산 망국병을 고치려면 과세 체계는 물론이고 세금에 대한 인식과 부동산 거래 시스템 등 바꿔야 할 게 참 많다. 선진국 보유세만 놓고 따질 일이 아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