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잠길 땐 미지근한 물 마시고 습도 높이는 게 ‘약’[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6일 04시 30분


후두 내시경 검사와 목감기 관리법
후두염 앓을 땐 성대 붉게 충혈돼… 목 건조하게 만드는 가글액 피하고
수분 섭취해 점막 촉촉하게 유지를… 이뇨 작용 촉진하는 커피-술도 자제

16일 서울 중구 보아스이비인후과에서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오른쪽)이 본보 기자의 혀를 잡고 후두 내시경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보아스이비인후과 제공
16일 서울 중구 보아스이비인후과에서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오른쪽)이 본보 기자의 혀를 잡고 후두 내시경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보아스이비인후과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최근 유행 중인 목감기를 의사인 기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목소리가 평소의 쾌활함을 잃은 채 꽉 잠기게 됐다. 평소 유튜브 촬영 등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은 기자에겐 치명적이었다. 혼자 앓지만 않고, 이번 위기를 오히려 독자들에게 목감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로 삼기로 했다. 16일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을 찾아가 성대 상태를 점검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목 관리 상식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 성대 염증에 목소리 잠기는 ‘급성 후두염’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오 원장은 후두 내시경을 필자의 목 깊숙이 넣었다. 내시경이 목 안으로 들어오자, 구역질 반사(이물질이 기도나 식도로 들어가는 걸 막는 반사 작용)가 심해 견디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코로 삽입하는 굴곡형 후두 내시경으로 대체했다.

모니터에 비친 필자의 성대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건강한 성대는 매끈하고 하얀빛을 띠며 진동해야 하지만, 필자의 성대는 마치 불타는 고구마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주변 점막은 부어올라 있었다.

오 원장은 “전형적인 급성 후두염 상태”라고 진단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성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잠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성대 표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점액질은 성대의 깨끗한 진동을 방해하는 주범이었다. 오 원장은 소염제,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처방했다. 염증을 줄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들이다.

● ‘가글’은 성대 주변 건조하게 만들어

필자는 평소 목이 아플 때 실천했던 습관들이 목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오 원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많은 환자가 목이 부으면 ‘뜨거운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 원장은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성대 점막에 화상을 입히거나 자극을 주어 부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대는 매우 예민한 조직이라 본인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셔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글의 경우 세균용 가글액, 세균과 바이러스용 가글액, 물 등 세 가지가 있다. 가글을 할 때도 성대 주변을 자극하거나 건조한 상태를 빨리 만드는 가글액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라지나 배즙이 목소리를 바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속설도 있다. 오 원장은 “장기적으로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염증이 생겨 목소리가 변한 급성기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약물 치료와 휴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습도 높이고 카페인·술 멀리해야

목감기에 걸렸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습도’가 곧 약이다. 성대는 점막으로 덮여 있어 건조함에 매우 취약하다.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성대는 금방 마른다. 이때는 가습기를 머리맡에 두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카페인과 술을 멀리해야 한다. 커피와 술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성대 점막에 수분이 공급돼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데, 카페인은 이를 방해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커피 대신에 미지근한 물을 선택하자.

기침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흠흠’ 하며 강하게 기침하는 습관은 성대를 강하게 때리는 행위와 같다. 가급적 물을 마셔 이물감을 해소하고, 기침이 나올 때는 가볍게 ‘허∼’ 하는 느낌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다. 꿀물이나 단 음료, 사탕 등은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오 원장은 “목소리가 변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성대 결절이나 폴립, 혹은 더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면서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내시경 검사를 받아 성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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