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 사건으로 격변에 휩싸인 한 달이었다. 5월 2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디올백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게 발단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4일과 12일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각각 75분, 42분간 통화하며 긴박하게 움직였고, 13일 검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됐다. 이 전 총장은 패싱한 채 이뤄진 그 인사로 ‘찐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용되고 김 여사 수사팀 지휘부가 몽땅 물갈이됐다.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고 물은 게 그로부터 이틀 뒤다.
▷그 5월 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에서 작성했던 문건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민중기 특검은 이 문건이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뒷받침하는 단서라고 보고 2차 종합특검에 넘겼다. ‘불기소처분서’라는 폴더에서 발견된 한글파일에 김 여사의 예상 진술과 함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문건이 마지막으로 수정된 게 그해 5월 24일로 이 전 지검장 부임 9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것만으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봐줄 결심’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소와 불기소로 나눠 수사 상황을 정리한 문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는 김 여사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기소 여부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었다. 김 여사 대면조사는 두 달 뒤에야 이뤄졌는데 벌써부터 ‘불기소’ 표현이 수사팀 문건에 등장한 것이다. 김 여사 조사 역시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라”는 총장 지시까지 어기고 수사팀이 대통령경호처 부속 건물로 찾아가 ‘황제 조사’ 논란을 빚었다.
▷이창수 전 지검장이 수사 검사에게 “유사 사건의 무죄 판례를 참고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시는 수사팀이 김 여사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던 9월에 이뤄졌다. 사실상의 무혐의 처분 가이드라인일 수 있다고 특검이 의심하는 이유다. 이 전 지검장은 “판례 검토는 사건 처분 전 거쳐야 하는 절차”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지검장이 지휘 계통인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를 건너뛰고 일선 검사에게 직접 지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24년 10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공교롭게도 5개월 전 작성했던 문건과 같은 결론이다. 특검이 확보한 문건 중에는 수사팀의 수사보고서도 있는데 수사 결과 발표 후에도 수정된 흔적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 작성 날짜를 최초 작성일로 바꿀지 검사들끼리 대화한 내역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다. 수사 과정이 정상적이고 떳떳했다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밝혀내야 할 의혹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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