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에서 산업 연구·지역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한서대

  • 동아일보

한서대 학생들이 충남 태안군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폐지와 재활용 자원을 수거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 문제 해결 구조 안으로 들어오는 실천이다. 한서대 제공
한서대 학생들이 충남 태안군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폐지와 재활용 자원을 수거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 문제 해결 구조 안으로 들어오는 실천이다. 한서대 제공
산학 공동 기술 개발… 학생까지 참여하는 ‘현장형 연구 프로젝트’ 가동

지난달, 한서대(총장 함기선)의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컬대학사업단(단장 김현성)에 공지가 떴다. 산업체의 기술 수요를 반영한 산학 공동 기술 개발 과제를 발굴, 지원하기에 앞서 수요 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첨단 밀집형 K-항공 글로벌 ‘클러스터(산업 집적지)’ 를 강화하려는 취지였다.

한서대 구성원과 지원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2주간 자유롭게 제안을 하도록 했다. 분야는 K-항공 융합·모빌리티 핵심 기술 및 서비스 개발 분야, 친환경·스마트 공항·도시·물류 혁신 솔루션 분야, K-항공 융합 연계 글로벌 서비스·콘텐츠·디자인/브랜딩 기술 분야 등이었다. 희망 분야에서 방식, 성과의 활용 방안까지 심도있는 조사가 이뤄졌다.

이달 3일 산학 공동 기술 개발 과제 지원 계획이 공고됐다. K-항공 융합 수요에 맞는 현장 밀착형 인재를 양성하고 대학이 보유한 원천 기술의 사업화와 기술 이전 촉진, 고부가가치 신기술, 신제품 창출의 시작이 마련된 셈이다.

한서대 전임 교원과 재학생, 그리고 기술 개발 역량을 가진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진의 신청을 받았다. 과제는 15개 내외로 선정해 4월 1일부터 지원한다. 재학생 참여가 필수다. 4개월의 과제 수행 기간을 거쳐 8월 중 시장성 및 적합성, 기술사업화 가능성, 가치 창출 등에 대한 최종 평가를 실시한다.

지난해 9월 항공 분야 특화 혁신 계획으로 정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된 한서대의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서대는 핵심 4가지 혁신 계획을 세웠다. ▲ 충남 혁신 K-항공 초밀착 지산학연 협력 허브화 ▲ 지역 산업 맞춤 학생 중심 초타파 6무(無) 교육 체제 고도화 ▲ 지속가능한 시너지 창출형 초협력 글로컬 협업 모델 저변화 ▲ 개방형 책임제 성과관리 및 투명한 초개발 성과 공개 체계 표준화 등을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항공 분야 보유 역량과 지역 강점을 발판으로 이 과제를 추진하는 데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일단 산학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한 충남형 K-항공 상생 플랫폼 구축 및 선순환 생태계 구축부터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한서대 태안캠퍼스 항공기술교육센터 격납고에서 실무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보잉 737-200 항공기. 한서대 제공
한서대 태안캠퍼스 항공기술교육센터 격납고에서 실무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보잉 737-200 항공기. 한서대 제공


K-항공 클러스터, 지역 기반에서 전국으로 확장

생태계를 지역 밖으로 확산하는 사전 포석도 잘 깔리고 있다. 이달 들어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에서 열린 ‘항공우주 인간공학 산학연관 융합 워크숍’에 경상국립대, 포항공대, 숭실대학, 울산대, 공군항공안전단, 캐나다 University of Windsor 등과 공동 주최 기관으로 참여했다. 사천 항공 우주 클러스터에 집적된 항공 우주 산업의 역량을 항공기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인간공학’ 분야와 연계하고, 산업과 학문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한서대로서는 향후 ‘사천 우주 항공 클러스터’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항공 산업 연구 과제에 참여할 길을 열어둔 것이다.

시니어 일자리부터 환경까지… 현장에 들어간 대학

이달 13일 한서대 학생들은 충남 태안군 거리에서 지역 어르신들과 폐지와 재활용이 될만한 것들을 주워 담았다. 곽희정(보건학부 사회복지학과) 학생은 폐지 수거 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느꼈다. 깨닫는 게 많았다.

이처럼 한서대 글로컬대학사업단은 자원 재활용 분야 사회적 기업과 함께 ‘태안군 시니어 안전 일자리 환경 개선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한서대는 지난 달 자체 디자인을 통해 제작한 경량 손수레를 평소 폐지 등을 줍는 시니어 단체에 지원했다.

태안군도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시니어 친화형 일자리 환경 개선과 지속가능한 지역 일자리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 지역 정주를 위한 조건을 강화하는데 ‘지-산-학-연’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서대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태안군 3곳의 노인복지관과도 상생 협력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지역 기관, 시니어들이 모여 일자리와 지역 문제 해결 방안을 자주 논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대학이 지역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문제 해결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안군과도 ‘태안군-한서대 협약 기반 자율형 지역 현안 해결 과제 성과 공유·확산 워크숍’을 통해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추진한 지역 밀착형 사업의 성과를 점검했다. 확장 전략도 모색했다. 지역 노인의 사회 참여 활성화, 지역 특화 ‘태안형 드론’ 협업 사업 추진, 지역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 및 마케팅 전문 인력 양성,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 등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 대학은 교육·연구 역량을 지역과 연결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학생들은 현장에서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며, 지역은 대학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모델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한서대 엔진 정비 실습 강의에서 학생들이 교수의 지도로 엔진 기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서대 제공
한서대 엔진 정비 실습 강의에서 학생들이 교수의 지도로 엔진 기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서대 제공

항공 MRO센터, 교육을 넘어 산업 인프라로

지난해 4월 출범한 태안(항공)캠퍼스 항공 MRO 센터도 확장 단계에 진입했다. MRO센터는 K-항공 글로벌 클러스터로 가는 혁신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다. 사실상의 항공기 정비 종합 병원이라 할 수 있다. 전국 대학에서 유일하게 있는 시설이다. 한서대는 엔진 분야 정비를 특화한다. 국내 항공사 상당 수가 엔진 정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엔진 정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데는 대한항공 뿐이다.

센터 내에 마련된 엔진 MRO 실습장 내 분위기도 분주해졌다. 저속, 저고도 항공기 피스톤 엔진을 완전 분해해 처리하는 능력을 쌓고 투자를 집중해 최대한 빨리 대형 항공기 제트 엔진 정비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리려 한다. 그래야 교육 시설 차원을 넘어 산업 인프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도 1학기 항공 정비 기초와 가스터빈-왕복 엔진 실습 교육의 커리큘럼을 강화했다. 실제 항공 정비 현장의 흐름과 동일하도록 설계했다. 한 학생은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와의 교류도 늘릴 계획이다. 진에어에서 원하는 정비 교과목을 주고, 한서대가 편성을 해서 학생들이 수강을 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한서대 정비 전공 학생들을 선 선발했다. 대학이 산업을 따라가고, 또 산업도 대학을 따라오는 쌍방향 교육 시스템 설계가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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