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로 한방 노리는 개미들… ‘레버리지 ETF’ 5조 원 베팅

  • 동아일보

ETP 거래대금 전년 대비 3.5배 폭증
수익률 2배 추구 상품 ‘18.6조’ 몰려… 지수 하락 베팅 인버스 비율 14.3%
발행사 신용 위험 커 관심 못 받던 원유 ETN 거래량도 1년새 6배 증가
“국제 유가 변동 커… 투자 조심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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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국 주식시장 가운데 1년 수익률 1위를 점한 한국 증시가 중동 전쟁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유가 관련 상품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하락 변동 폭의 갑절이나 그 이상의 이익을 얻는 데 투자금을 베팅하면서 석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투자가 급증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를 기회 삼아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베팅’ 성향이 커지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거래 대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계속되며 시장 변동성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고위험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레버리지·인버스 ETP 하루에 5조 넘게 거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국내 주식 기초 레버리지·인버스 ETP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5조6000억 원으로 1조6000억 원이었던 지난해의 3.5배로 늘었다. 형태별로는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일평균 거래 대금이 5조5000억 원(98.2%), 상장지수증권(ETN)이 1000억 원(1.8%)으로 ETF가 대부분이었다. 상품별로는 레버리지가 3조9000억 원(69.6%), 인버스가 1조7000억 원(30.4%)으로 레버리지 상품이 주로 거래됐다.

지수 상승의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 쏠림이 특히 두드러졌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레버리지 상품 비중이 85.7%(18조6000억 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지수 하락 시 수익을 거두는 인버스 ETF 비율은 14.3%(3조1000억 원)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스피가 31% 상승하면서 개인들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레버리지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가총액도 크게 늘었다. 국내 주식 기초 레버리지·인버스 ETP 시총은 이달 10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12조4000억 원)보다 75%(9조3000억 원) 증가한 21조7000억 원이었다.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인버스 ETP를 투자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금융투자교육원 사전 교육 수료자 수는 올해 1∼2월에만 3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 해 교육 수료자인 20만5000명보다 많은 것이다.



원유 ETN 거래량, 전년 대비 6배 증가

중동 전쟁으로 원유와 가스 가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원유 관련 ETN의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약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ETN 거래량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925만2025 증권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하루 평균 거래량이 157만6705 증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증가한 것.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같은 기간 41억3067만 원에서 108억8004만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달 23일 기준 ETN 거래량 상위 10위권 내 절반은 원유와 천연가스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KODEX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304억 원 거래됐고 ‘KODEX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 B’는 136억 원, ‘ACE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 B’는 124억 원 거래됐다.

ETN은 기초지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그동안 발행사의 신용 위험이 ETF 대비 크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상품이 담긴 ETN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국제유가 가격이 계속 오르자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ETP 상품의 수익률 중 상위 5개 상품은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 차지했다. 1위는 ‘TIGER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으로 162.63%의 수익률을 냈다. 2위는 ‘ACE 블룸버그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 B’로 154.62%의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은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RISE S&P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 B’는 같은 기간 70% 넘게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유가 상승 동력이 남아 있다고 보지만 정세 불안정으로 유가 가격의 급등락도 커진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투자하더라도 고위험 상품은 신중해야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위험 투자도 늘어나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임직원들에게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레버리지 투자는 단기간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제한폭이 ±30%임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원금 회복도 어렵다. 예를 들어 최초 투자금 100이 50으로 50% 감소한 경우 원금을 회복하려면 하락률의 곱절인 100% 수익률이 나야 한다. 향후 금감원은 레버리지·인버스 ETP 투자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증권사·운용사의 투자 설명서를 충실 기재하도록 감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중동 정세가 실시간으로 변하며 국제 유가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만큼 관련 ETN과 ETF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국제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방향성을 예측하고 레버리지나 인버스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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