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대 결합 BTS 공연에 전 세계 매혹돼
한국에 대한 관심 높으나 관광 성과는 아직
日 ‘오모테나시’ 내세워 관광으로 경제부활
관광을 새 성장동력 삼아 산업 재설계할 때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1일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렸다. 앨범명이자 공연명이 ‘아리랑’이라는 소식에 다소 걱정스러웠다. 굳이 한국적 색채를 과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BTS의 현대적인 안무와 아리랑이 과연 조화를 이룰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아리랑 선율을 잇는 전통 악기의 연주와 BTS의 화려한 등장, 그리고 첫 곡 이후 이어진 국악인들의 아리랑 병창은 현대적 퍼포먼스와 묘하게 어우러지며 깊은 감동을 줬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전통 예술의 미학을 세계 무대에 녹여내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 유튜브 영상에는 전 세계 팬들의 찬사가 가득하다. 전통 의상과 전통 음악을 재해석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One Dance)’는 올해 1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뉴욕 댄스 & 퍼포먼스 어워드’, 이른바 ‘베시 어워드(The Bessies)’를 수상했고, 뉴욕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3월 중순, 와세다대 학생들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경복궁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해산하려는데,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새삼 놀랐다. 평일임에도 수문장 교대 의식을 보려는 인파로 궁궐 안마당이 가득 찼다. 2025년 넷플릭스 흥행작 ‘폭군의 셰프’나 서울시무용단 ‘일무’ 속 장면이 현실로 재현되는 듯했다.
이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알고 있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이렇게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볼거리가 풍부한 나라인데, 아직 한 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0만 명(2025년 기준 189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하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24년 데이터를 보면 관광 대국 프랑스가 1억 명을 웃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고, 9위 일본과 11위 태국은 3500만 명을 조금 넘겼다. 같은 해 한국에는 1600만 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한국이 면적이나 인구 면에서 더 작은 나라이니 관광객도 더 적을 수 있다. 그러나 20년 전인 2004년에는 일본(610만 명)과 한국(580만 명)을 찾는 관광객 수에 큰 차이가 없었고, 10년 전인 2014년에는 오히려 한국 2840만 명, 일본 2680만 명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더 많았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1000만 명 늘어나는 동안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1200만 명 감소했다. 단순히 환율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 역시 엔화 못지않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에 거주하는 내 입장에서도 호텔이나 외식 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부담스럽다. 도쿄의 신주쿠와 시부야는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 서민 유흥가로 알려진 신주쿠 가부키초를 걷다 보면 이곳이 도쿄인지 미국 뉴욕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일본 경제를 생각하면 분명 좋은 일이다. 10년 전 손님이 너무 없어 걱정스러웠던 도쿄의 백화점들이 지금은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인다. 얼마 전 방문한 신주쿠의 노포 레스토랑 지배인은 예전 같으면 벌써 문을 닫았어야 할 맛없는 가게들까지 외국인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요리에 정성을 쏟는 그 레스토랑으로서는 못마땅한 일이겠지만, 요식업계의 호황이 일본 경제와 고용에는 나쁠 리 없다.
경제 기반이 점점 약해지고 국가 재정이 바닥을 보이던 일본은 2013년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하면서 관광을 국가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지정했다. 그리고 ‘진심 어린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관광가이드 체계를 정비하고 면세 시스템을 혁신한 결과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여행·관광 개발 지수’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14위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 본 경복궁은 과거보다 훨씬 웅장하고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방의 관광지들 역시 몰라보게 발전했으며, 우수한 외국어 인력 풀도 갖추고 있다. 지금 한국은 청년은 청년대로, 퇴직자는 퇴직자대로 일자리가 부족해 고민이다. 관광산업의 성장은 고용 창출과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의 관심과 국내 인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일본 이상으로 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