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논의 서두르자[기고/최재원]

  • 동아일보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국내 이용자는 약 1100만 명. 국민 다섯 중 한 명이 이용하는 인프라가 됐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도입되고 블록체인이 전통 금융과 결합할수록 가상자산 거래소의 인프라적 성격은 더 강해질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한 매매 플랫폼이 아니다. 원화를 가상자산으로, 가상자산을 다시 원화로 바꾸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자 블록체인으로 들어가는 ‘게이트’다. 불법 자금 세탁을 걸러내는 마지막 ‘게이트키퍼’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의 거래소 시장 구조는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규제의 역설’이 만든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자주 거론되는 예가 ‘1거래소 1은행’ 제도다.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특정 은행 한 곳과만 연동할 수 있는데, 이 제도가 신규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경쟁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울타리 속에서 기존 사업자 중심의 과점 구조가 형성됐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도입되면 이러한 구조는 제도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의 공적 역할도 커진다. 자금 세탁 방지가 대표적이다. 수출업자들이 수출 대금 일부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개인 지갑에 받아 외환 규제나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는 공공연히 거론된다. 거래소의 준법 감시 없이는 금융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거래소와 이용자의 이해충돌 가능성도 있다. 코인 상장이 대표적이다. 주식 시장은 매출이나 이익 등 객관적인 상장 기준이 존재하지만, 가상자산은 내재 가치가 불분명해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들이 자체 기준을 만들고 있지만 객관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일부 코인이 상장 직후 급등락하며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제시된 방안이 거래소 소유 분산이다. 특정 주주의 지배력을 제한해 이해 상충 가능성을 줄이고 공공 인프라에 가까운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크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비판도 있고 이미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거래소의 지배구조 변경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거래소 소유 분산은 내부 통제와 준법 문화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있다. 전통 금융 자본이 참여하면 보다 보수적인 내부 통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 파생상품, 공매도, 마진 거래 등은 향후 ETF 시장 형성에 필수적이다. 이런 기능이 없다면 국내 거래소는 해외와의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 매매소가 아니다.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다. 어떤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규제를 풀 것인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디지털자산기본법#자금세탁방지#블록체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