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고공행진에 김밥-떡 가격도 줄줄이 상승… “사먹을 엄두 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0일 04시 30분


재고 부족에 산지 쌀값 1년새 20%↑
정부 수요 예측 실패, 상승 부추겨
떡값, 밀가루 원료 빵보다 3배 올라
식당들 “쌀 계속 비싸면 가격 인상”

11일 서울의 한 분식집 메뉴판에 5000원이 넘는 김밥 가격이 적혀 있다. 쌀 20kg 평균 소매가격이 1년 전보다 13.7% 오르며 과거 대표적인 저렴한 먹거리였던 김밥 가격이 오르고 있다. 뉴시스
11일 서울의 한 분식집 메뉴판에 5000원이 넘는 김밥 가격이 적혀 있다. 쌀 20kg 평균 소매가격이 1년 전보다 13.7% 오르며 과거 대표적인 저렴한 먹거리였던 김밥 가격이 오르고 있다. 뉴시스
직장인 김모 씨(31)는 최근 김밥을 먹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김밥 한 줄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음식을 함께 시키면 1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값이 싸서 자주 먹던 김밥과 라면마저 사먹을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최근 쌀값 고공 행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김 씨와 같은 소비자들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김밥을 비롯해 떡, 백반 등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연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데다 정부의 수요 예측마저 빗나가며 재고 부족 상태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지 쌀값 1년 새 20%↑

1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20kg당 산지 쌀값은 5만7706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9.7% 올랐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4만 원대에 머물렀던 산지 쌀값(매월 15일 기준)은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5만 원대를 보이고 있다.

통상 햅쌀이 나오는 10월이 지나면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확기 이후 쌀값이 내릴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쌀을 원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물가까지 상승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떡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3%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밀가루가 주 원료인 빵(1.7%) 상승 폭의 3배에 달한다. 삼각김밥 가격도 전년 대비 3.7% 올랐다.

외식 물가 역시 상승 폭이 크다. 지난달 김밥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4.3% 올랐다. 김치찌개·된장찌개백반, 비빔밥도 3%대 증가율을 보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는 공기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2000원으로 올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65)는 “가뜩이나 비싼 쌀값이 더 오를까봐 두 달 전에 미리 6포대를 사뒀다”며 “쟁여둔 쌀이 떨어질 때쯤에도 쌀값이 지금처럼 비싸다면 가격 인상을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쌀값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단계적으로 정부 양곡 15만 t을 공급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달 13일부터 물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실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현재로서는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

●“빗나간 수요 예측에 수급 정책 흔들려”

쌀값이 상승한 것은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t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당초 예상 생산량보다 3만5000t이 줄어든 규모다. 이 때문에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보유한 재고도 평년 대비 14만 t, 전년 대비 11만 t 부족한 상태다.

정부의 수요 예측이 엇나가면서 재고 부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24년 수확기 쌀 초과 생산량(5만6000t)을 크게 웃도는 26만 t을 시장격리했다. 정부는 쌀 시장 상황을 검토해 초과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데, 이를 시장격리라고 한다. 정부가 매입한 쌀을 보관하고 2∼3년 뒤 주정용 등으로 저가에 처분하거나 용도를 제한해 공급하는 식이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2025년산 쌀이 16만5000t 과잉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올 1월 이를 9만 t으로 재추정했다. 가공용 쌀 수요량 증가를 반영하면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당초 쌀 10만 t을 시장격리하기로 했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쌀값 강세가 장기화되며 일본처럼 ‘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쌀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쌀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공급 과잉 상태라 일본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수급 정책은 생산·수요량, 재고 등의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쌀 가격이 더디게 상승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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