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시대, 아이들은 왜 코딩학원으로 달려가는가[기고/신종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9일 23시 10분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의 풍경이 급변하고 있다. AI가 복잡한 코드를 단 몇 초 만에 짜주고 오류를 잡아내는 시대가 열리면서, 인간 개발자의 역할은 단순한 ‘코더(Coder)’에서 AI를 활용해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장, 특히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사교육 밀집 지역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코딩과 로봇 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기술은 코딩의 기술적 장벽을 허물고 있는데, 왜 우리는 오히려 코딩이라는 기능에 더욱 집착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모순은 교육 정책의 모호함이 낳은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AI 시대를 강조하며 교육 확대를 외쳤다.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교육심리학적으로 불확실성은 곧 불안을 야기한다. 공교육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보의 공백 상태에서 사교육 시장은 “AI 시대의 기본은 코딩”이라는 단편적인 프레임을 내세워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AI 리터러시’보다, 당장 화면에 결과물이 출력되는 ‘코딩 기술’이 학부모 입장에서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확실한 대비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디지털 역량은 무엇일까.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달달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컴퓨팅 사고력이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 과학의 기본 개념을 끌어와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일련의 사고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인간의 눈앞에 놓인 거대한 문제를 작고 논리적인 단위로 분해하고 패턴을 발견해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한 코딩은 머지않아 AI가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를 스스로 정의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사고력이 필수적이다. 기술을 맹목적으로 배우는 것을 넘어, 기술을 도구로 삼아 창의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통찰력이야말로 진짜 실력이다.

사교육 시장 내 코딩 교육의 팽창을 탓하기 전에 공교육의 뼈아픈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 당국은 추상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인지 발달 단계에 맞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AI 교육 표준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이나 C언어를 다루는 기능인을 양성할 것이 아니다. 그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철학적 기조가 교육 과정 전반에 스며들어야 한다.

학부모들 역시 불안감에 떠밀려 아이들을 코딩 학원으로 밀어 넣기보다는 아이가 일상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보는 경험을 쌓도록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순한 코딩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진짜 ‘생각’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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