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임 의심” 신고…학대정황 없어 조치못해
생활고에 복지 지원했지만 기초생활수급 신청 안해
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 지난 18일 이곳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2026.3.19 ⓒ 뉴스1
울산의 한 빌라에서 미성년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생활고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가정의 위기가 사전에 포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녀들의 어머니가 지난해 12월 범죄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48분경 울주군 온산읍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김모 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자녀는 초등학교 1학년인 7세 첫째 딸을 비롯해 두 살 터울로, 막내는 생후 5개월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혼자 자녀들을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취지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 5명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발견됐고, 방 안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주거지는 21평 규모 빌라(방 2개, 화장실 1개)로 내부는 비교적 정돈된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면제 등 약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1차 검안 결과 자녀들에게서 경부 압박이나 학대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 시각은 발견 이틀 전인 16일 오후 9시경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망 추정 시각 약 5시간 전인 같은 날 오후 4시경 김 씨가 주거지 인근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입주민들이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김 씨의 딸이 사흘 연속 결석하자 담임교사가 가정방문을 했으나 문이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당국, 울주군 사회복지팀과 함께 출동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숨진 가족을 발견했다. 현장 식탁에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먹은 것으로 보이는 햄버거 포장 봉투 등이 놓여 있었다.
해당 가정에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첫째 딸은 지난 1월 초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참석하지 않았고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담임교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에는 아동학대 정황이 없고 학교 측 연락처 입력 오류로 확인돼 사건이 종결됐다.
이후 지난 6일에도 “아동이 계속 무단결석 중이고 방임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울주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함께 현장을 점검했으나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김 씨는 당시 양육 부담과 생활고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의 상황을 고려해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연계했다. 울주군은 지난해 초부터 이들 가족에 대한 긴급지원을 진행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부터 3개월 동안 약 800만 원의 긴급생계비와 50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받았고, 이후에도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지원받았다. 또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 매달 약 14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울주군 관계자는 “식당일을 하던 아내가 갑자기 구속 수감되면서 소득이 끊겼고, 보건복지부가 해당 가정을 위기 의심 대상자로 분류해 올해 초 두 차례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했다”며 “방문 때마다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안내했지만 당시 김 씨가 위기 상황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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