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린 공소청장이라 부르면 돼”… 與 대표의 어깃장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8일 23시 27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수청·공소청법안 당정청 결정안을 추인하는 절차를 위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3.17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수청·공소청법안 당정청 결정안을 추인하는 절차를 위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3.17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부와 여당이 17일 합의한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최종안에는 공소청의 수장 명칭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강경파들이 공소청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에 있는 검찰총장 명칭을 없애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하면서 합의안에 반영된 내용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합의 하루 만인 18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 나와 “우리는 공소청장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 발언은 김 씨가 “권한을 다 뺏겼는데도 검찰총장이라고 부르면 더 초라하지 않느냐”며 검찰총장으로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부르라고 한 데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정 대표가 우리는 공소청장이라 불러도 된다고 하자 김 씨는 검찰총장이라 불러도 된다고 했고, 정 대표는 다시 “그렇게 불러주시든가”라고 하면서 농담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이 ‘납득하기 어려운 과유불급’이라고까지 지적한 사안을 여당 대표가 이렇게 가볍게 거론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어떤 상황, 어떤 맥락에서도 적절치 않은 언행이다.

더구나 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청와대와 여당이 모두 음모론이라고 비판한 ‘공소 취소 거래설’의 진원지인 김 씨의 유튜브에 출연해서 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정 대표에게 출연을 자제해 달라는 요구까지 있었다고 한다.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씨가 제대로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 주장을 내보낸 것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잇따랐지만, 정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김 씨의 책임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17일 검찰개혁안 ‘논의 과정의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정부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은 여당의 숙의 부족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며 정 대표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이번 검찰개혁 논란 전부터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등 청와대와 ‘엇박자 행보’를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그 결과 집권 1년도 안 돼 ‘명청(이 대통령-정 대표) 대결’이라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여당 의원들과 지지층끼리 반목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집권 초 당정 간 조율에 전념하며 국정에 힘을 실어야 할 여당 대표가 무책임하고 소모적인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자체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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