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선희]두쫀쿠 가니 봄동에 버터떡 알고리즘이 만든 기이한 유행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8일 23시 09분


박선희 문화부 차장
박선희 문화부 차장
피스타치오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인기가 시들해지자마자 ‘제2의 두쫀쿠’가 등장했다. 갑자기 봄동비빔밥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도배하며 봄철 평범한 집 반찬이었던 봄동 가격을 한 주 만에 30%가량 올려놓더니, 유행이 그새 버터떡으로 옮겨붙었다. 오픈런을 해도 못 사먹던 두쫀쿠는 매대에서 남아 도는데, 버터떡으로 유명한 유명 베이커리엔 3시간짜리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유행이 어떤 수순을 밟을지 다들 알고 있다. 소셜미디어 중심의 인증·후기 열풍으로 정점을 찍으면 프랜차이즈와 편의점까지 합세하며 유행이 꺾인다. 3, 4개월이면 시들해지고 길어도 반년을 못 간다. 그런데도 매번 새로운 유행이 나타날 때마다 모두 들썩인다. 두바이 초콜릿, 말차 인기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특정한 식음료 유행이 퍼지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한국에선 최근 그 정도가 유별나다.

한국은 원래도 유행과 그로 인한 업종 변화 주기가 빨랐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집단주의와 심리적 동조 현상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쇼츠나 릴스 등 알고리즘 기반의 짧은 콘텐츠 범람까지 더해져 유행의 속도와 강도가 과열되고 있다. 두쫀쿠 유행으로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가 1년 사이 84% 상승(1월 기준)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가격 왜곡 현상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나도 안 해 볼 수 없다’는 사회적 압박이 작용하면서 소비의 피로감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떠들썩한 유행을 만든 주인공이 알고리즘이란 점이다. 알고리즘은 쫀득한 찰기, 바삭한 식감 등 시각적 자극이 높아 호기심을 끌면서도 따라 하기 쉬운 영상을 집중적으로 노출시킨다. 유행의 주체가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의 유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쏠림과 복제뿐이고 문화적 다양성은 오히려 감소한다.

주의력을 파괴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를 지적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의지나 주의력을 탈취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가급적 오랜 시간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붙잡아 두고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짧고 강한 콘텐츠를 반복해서 노출한다. 이런 환경에 둔감해지면 취향은 사라지고 즉각적 반응만 남게 된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 집중력 저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불 붙었다 꺼지길 반복하는 최근의 유행 역시 소비자의 주체적 선택이라기보단 알고리즘 시대의 기형적 산물로 보인다.

남들이 다 하니까 재미로 따라 해 보는 게 유행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한 사회의 문화가 편향성과 상업성을 양 축으로 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된다는 건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히 재미로만 치부하고 넘기기 어려워진다.

#두쫀쿠#봄동비빔밥#버터떡#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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