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12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중동 사태를 계기로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렵더라도 밤새워서(하라)”라며 신속한 추경 진행을 지시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다음 달 최대 20조 원 규모의 ‘벚꽃 추경’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돼 정유사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정부는 화물차 등 교통·물류 업계 지원을 위해 유가 연동보조금도 4월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쪽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역화폐 지원 방식도 거론했다.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충격을 완화하고 서민을 지원해야 한다. 문제는 ‘에너지 추경’을 틈타 각종 예산 청구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1월부터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시작으로 국세체납관리단 확대, 창업 프로젝트 지원 등을 거론하면서 이미 추경의 불씨를 지폈다.
세계 경제는 중동 사태로 물가 상승 속에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깜빡거리는 상황이다.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이번 ‘에너지 추경’은 1인당 15만∼52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을 뿌린 지난해의 경기 부양용 추경과는 달라야 한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풀어 총수요를 확대하면 인플레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핀셋 지원 등 경기 방어 효과가 크고 인플레를 자극하지 않는 분야에 지원을 집중해야 부작용이 적다. 한국은행과 정책 공조로 물가를 관리하는 한편 에너지 다변화 및 효율화, 물류 지원 등을 위한 투자 재원도 확보해야 ‘선거용 돈 풀기’라는 오해를 피한다.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여야 협치가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 혈세를 살포하겠다는 노골적인 ‘벚꽃 매표 추경’”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선별적, 제한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 소모적 정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동 위기가 짧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3차 석유파동’과 같은 경제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 정부가 세수 호조로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고 해도 위기 극복을 위한 ‘실탄’인 재정은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외과 의사처럼 환부를 찾아내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교한 재정 집행 역량이 위기 때 드러나는 정부의 진짜 실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