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떠나는 박재현… ‘R&D 중심’ 임성기 창업정신 수호 당부

  • 동아경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끌어온 박재현 대표이사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박 대표는 퇴임을 공식화하며 직접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R&D 없이는 한미도 없다”는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경영 철학, 이른바 ‘임성기정신’을 지켜달라고 후임 경영진에 당부했다.

12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이날 한미약품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맡아온 박재현 대표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게 됐다.

박 대표는 이날 이사회 직후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번 임기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임성기정신이라는 원칙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미의 방향성은 올곧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최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발표한 입장문을 언급하며 “전문경영인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공언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대표로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직원 보호에 대한 요청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저의 뜻에 동조하거나 침묵 시위 등을 통해 저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임직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 대주주와 이사회에 간곡히 요청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는 말도 함께였다.

박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회사에 몸담은 ‘정통 한미맨’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R&D 중심 경영을 강조하며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속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갈등이 공개 충돌로 번졌다. 박 대표가 성비위 임원 비호 의혹과 과도한 비용 절감 기조를 공개 비판하자 신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연임 요청을 거절당한 후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전면 반박했다.

결국 그룹 내부에서는 갈등 봉합을 위해 박 대표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송영숙 회장 측과 신 회장 측은 박 대표 대신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입장문 말미에 “임성기정신은 한미약품이 R&D 중심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자 제약 보국의 토대”라면서 “이 정신이야말로 한미가 토종 한국 기업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희의 작은 저항과 외침이 임성기정신 보존의 중요성에 경종을 울리는 작은 밀알이 되었길 바란다”고 소회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의 퇴진이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 속에서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될 지 대주주 중심 경영 체제로 운영될 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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