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부담 내려놓은 새로운 러닝 축제
올해 첫 개최…초보 러너 참여 확대
가족·비대면 러닝 프로그램도 잇따라
지하철역 ‘러너 지원 공간’서 교육 운영
“조금 느리면 어떻습니까? 완주하는 건 누구나 똑같죠.”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일대. 5km 달리기 행사 ‘쉬엄쉬엄런’ 중간 반환점에서 만난 정수훈 씨(72·서울 강서구)는 가뿐한 걸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1초라도 더 빨리 완주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반 달리기 대회와 달리, 행사 제목처럼 현장 분위기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정 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초록색 거북이 인형이 달린 머리띠를 기념품으로 받아 머리에 쓰고 있었다. 결승선에는 기록을 측정하는 장비도 설치되지 않았다.
선두와의 거리가 벌어져도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연인과 나란히 걸음을 맞추며 가볍게 달리던 백진옥 씨(27·서울 관악구)는 “기록 부담이 없으니까 평소 운동에 관심이 없던 여자친구가 먼저 뛰자고 했다”고 웃었다. 우남철 씨(53·서울 마포구)는 다리에 불편함이 있어 절뚝거리면서도 미소를 띤 채 한 발씩 내디뎠다. 그는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뛸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 시민 부담 낮춘 ‘부담 없는 러닝’ 확산
올해 처음 개최된 ‘쉬엄쉬엄런’은 기록 경쟁을 배제하고 천천히 달리며 시민들이 러닝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든 달리기 행사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러닝 열풍이 불면서 초보 러너들이 늘어나자, 서울시는 경쟁과 기록 부담을 낮춘 달리기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회 참여 문턱을 낮춰 달리기를 꾸준히 즐기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쉬엄쉬엄런 코스는 공원 내부 순환형으로 구성돼 평화광장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별자리광장, 메타세쿼이아길 등을 지나 출발지로 돌아오는 형태였다. 도로 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코스라 제한 시간도 없어 누구나 시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체력 측정 부스도 운영돼 시민들은 로잉머신(노 젓기 운동기구)과 멀리 던지기 등 체험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재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 의료진에게 개인 맞춤형 운동·식단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가족 단위로 참여할 만한 달리기 행사도 잇따라 열고 있다. 올해 5월 3일과 11월 1일 열린 ‘유아차 런’은 부모가 유아차를 끌고 도심을 달리는 이색 행사였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종각역과 청계천을 지나 서울광장까지 이어지는 5km 코스를 가족 1000팀이 완주했다. 9월에는 ‘아자러너(아빠-자녀 러너)’라는 이름의 비대면 달리기 이벤트도 진행됐다. 아빠와 자녀가 팀을 이뤄 매주 러닝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완주자에게는 메달·수첩·양말 등이 담긴 기념품이 제공됐다.
● 자세 교정·체력 강화 맞춤 프로그램도 운영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 유휴 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의 러닝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5호선), 회현역(4호선),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에 설치된 ‘러너 지원 공간’에는 남녀 분리 탈의실과 개인 보관함이 마련돼 달리기 전후 편의를 돕는다. 헤어밴드, 양말, 무릎보호대, 샤워티슈 등 달리기 용품 자동판매기도 갖춰져 있다.
각 러너 지원 공간에서는 시민의 체력과 수준에 맞춘 러닝 교육 프로그램이 주 1~2회 운영된다. 광화문역에서는 직장인을 위한 출근 전 짧은 달리기와 올바른 자세·보강 운동 교육이 진행된다. 회현역에서는 남산 일대에서 가벼운 달리기를 시작으로 점차 거리를 늘려가는 단계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월드컵경기장역도 러너를 위한 기초 체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