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 휴전]
양국 G20 재무장관 회의때 만나
“관세전쟁 모두에 큰 타격” 공감
트럼프, 소액 소포 관세율도 인하
美 베선트(왼쪽), 中 란포안.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10, 11일 통상협상을 진행하고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측이 약 3주 전에도 미 워싱턴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당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란포안(藍佛安) 중국 재정부장(장관)이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건물 지하에서 만나 공감대를 형성한 게 제네바에서 양국이 관세율을 낮추기로 전격 합의한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선트 장관과 란 부장은 지난달 21∼26일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IMF 및 세계은행(WB)의 춘계 총회에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두 장관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지며 양국 통상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두 장관의 회동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중 고위급 인사의 첫 대면 회담이었다. 두 장관은 ‘더 이상의 통상전쟁은 양국 모두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관세 인하 합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 연구원은 FT에 “제네바 합의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이뤄진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 자신들이 밝힌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세계 금융시장이 제네바 합의에 일시적으로 안도할 수는 있지만 아직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며 향후 양국의 무역 협상이 “롤러코스터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네바에서 열린 통상협상 뒤 미국은 대(對)중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에서 10%로 90일간 인하하기로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중국발 800달러(약 114만 원) 미만 소포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20%에서 54%로 내리는 내용 등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중이 제네바 협상을 통해 고율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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