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추락-낙상-미끄럼 방지 주택 설계… 휠체어 이동 공간-비상벨 설치도
보증금에 생활비 월100만~700만원… 건설사 새 먹거리, 속속 뛰어들어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노인 맞춤형 주거 공간인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비중이 줄면서 식사나 청소 등 가사부터 건강 관리, 여가 활동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에 나서면서 공급 규모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수요자의 선택지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여러 유형의 노인 맞춤형 주거 공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아직 명확한 법적 구분은 없지만 크게 △주택형 △복지형 △요양형 △의료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주택형은 건강에 별문제가 없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을 위한 공간이다. 실버타운 등 노인복지주택과 저소득 노인 대상 공공임대인 고령자복지주택 등이 있다. 복지형은 양로시설처럼 복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요양형과 의료형은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홀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요양원, 요양병원 등을 뜻한다.
● 호텔식 서비스 제공하는 노인복지주택
그중에서도 시니어 레지던스의 대표 주자는 노인복지주택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주거, 의료, 복지, 여가 등을 한 공간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조성된 공간이다. 2023년 기준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40곳, 9006채가 있다. 양로시설(175곳·9653채), 노인요양시설(4525곳·22만8495채) 등에 비하면 수는 적지만 주택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주택은 호텔처럼 식사나 빨래, 청소뿐만 아니라 입주자에게 건강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나이가 들면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고려해 식단을 짜고,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상주하거나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입소한 노인 건강을 점검해 주는 식이다.
입주자 안전을 고려해 내부 구조도 일반 주택과 다르게 설계한다. 노인 건강에 위협적인 추락과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문턱을 제거하고 손잡이, 바닥 미끄럼 방지 시설 등을 설치하는 게 대표적이다. 추가로 복도나 화장실, 침실 등에는 휠체어 이동에 제약이 없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침대 머리맡이나 무릎 높이 벽에는 응급상황 시 호출할 수 있는 비상벨을 설치하기도 한다.
● “돌봄 비용·여가 고려하면 생활비 합리적”
노인복지주택은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기 때문에 입주 비용이 적지 않다. 비용은 입소 때 내고 퇴소하면 돌려받는 보증금과 월세처럼 매달 내는 생활비로 나뉜다. 보증금은 통상 1억 원 이상이다. 식비, 간호비, 각종 프로그램 비용 등으로 구성되는 생활비는 월 100만부터 최대 700만 원까지 시설마다 천차만별이다.
업계에서 따르면 서울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에 부부가 함께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4억∼6억 원, 생활비는 식비를 포함해 월 300만∼400만 원 선이다. 경기도나 인천에 있는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생활비는 비슷하지만, 보증금은 3억∼5억 원대로 낮아진다.
1988년 개원한 국내 최초 실버타운인 경기 수원시 유당마을 30평형(전용면적 60.28㎡)은 입주 보증금이 3억3500만 원(최고가 기준), 생활비는 392만 원이다. 20평형(전용 39.55㎡) 보증금이 2억2800만 원, 생활비는 368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시니어 전문 케어 업체인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시니어 레저던스 비용은 자녀가 자신의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거나 간병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때 내는 비용까지 포함해 비교해야 한다”며 “건강 관리를 받고 여가 활동,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 비용이 결코 비싸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했다.
● 시니어 시장 진출하는 대형 건설사
시니어 레지던스가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공급에 나섰다.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한화 건설부문이 지은 ‘라우어’(574채)는 올해 2월 준공됐다. 한미글로벌E&C가 지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심포니아’(115채)가 3월 문을 열었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시공한 ‘VL르웨스트’(810채)는 10월, 대우건설이 경기 의왕시에서 짓고 있는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536채)은 11월 입주 예정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1월 서울 은평구에 214채 규모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 첫 삽을 떴다. 포스코이앤씨는 운영·요양서비스·의료 등 각 분야 전문 기관과 협약을 맺고 경기 오산 등에서 사업지 발굴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으로 조성하는 ‘서울원 아이파크’에 768채 규모 ‘웰니스 레지던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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